작별 앞둔 인어상, 왠지 내 마음이 아프다

2013. 3. 1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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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성낙선 기자]

봄이 다가오면서 얼음이 풀리기 시작하는 의암호.

ⓒ 성낙선

봄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남쪽 지방에서는 어느새 한낮의 기온이 20도 가까이 오르고 있다. 올 겨울 내내 꽁꽁 얼어붙어 있던 의암호도 얼음이 풀리면서 수면 위로 잔잔한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아직 겨울 기운이 채 다 가시지 않은 상태여서, 호숫가 주변으로 얼음 조각들이 두껍게 덮여 있는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얼음 조각들도 조만간 깨끗이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북한강 자전거도로

ⓒ 성낙선

햇살이 따뜻해지면서, 춘천으로 자전거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유난히 날이 춥고 눈이 많이 내렸던 올 겨울, 바깥나들이를 자제했던 자전거여행족들이 이제 비로소 때가 왔다 싶은지 겨우내 먼지를 쓰고 앉아 있던 자전거들을 끌고 나와 단체로 여행길에 오르고 있다.춘천은 수도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자전거여행 명소 중에 하나로 꼽힌다. 말이 강원도지, 거리상 경기도의 다른 도시들과 큰 차이가 없다. 서울 상봉역에서 춘천역까지 경춘선 복선 전철이 개통되면서, 전철에 자전거를 싣고 오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북한강을 따라서 자전거도로가 개설되면서, 지금은 아예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지점인 운길산역(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오는 사람들도 꽤 있다.

춘천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자전거여행 코스는 강촌역에서 시작해 자전거도로를 따라 북한강과 의암호를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길이다. 이 길은 의암댐을 지나면서부터는 의암호 둘레를 따라 도는 여행길로 이어진다. 이 길은 호수 주변을 둘러싼 높은 산들과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들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어, 자전거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한 번쯤 꼭 가봐야 하는 여행 코스다.

중도선착창. 발이 묶인 배들.

ⓒ 성낙선

볼 것 많고, 놀 곳 많은 의암호 자전거도로

이곳은 호숫가 주변으로 삼악산을 오르는 등산로 진입로를 비롯해 춘천애니메이션 박물관이나 춘천인형극장 등과 같은 낭만적인 시설들이 들어서 있어 평소에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길이다. 지금은 잠시 문을 닫아 출입이 불가능하지만, 오토캠핑장으로 잘 알려진 중도와 위도(일명 고슴도치섬) 같은 섬들이 있어 젊은 남녀들이 많이 찾아오던 여행 장소이기도 하다. 중도는 레고랜드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지금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위도는 대규모 리조트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조만간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김유정 문인비 가는 길. 새로 난 자전거도로.

ⓒ 성낙선

의암호 호숫가를 달리는 길은 또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자전거여행 길이다. 이 길은 원래 자동차 드라이브 코스로 잘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자전거여행 코스로 더 유명하다. 자전거로 여행을 하는 데 더 적합한 길이 됐다. 의암호 둘레를 도는 자전거여행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반 도로를 이용해야 했다. 호숫가를 따라서 자전거여행을 하는 데 꽤 많은 부담을 안아야 했다.그때는 자전거여행 족들이 강변 바위 절벽 아래 비좁은 아스팔트 도로 위를 자동차들과 함께 달려야 했다. 그런 까닭에 더러는 꽤 위태로운 경험을 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서편 강변으로 북한강 자전거도로가 개설된 데다, 최근에는 동편 강변으로도 자전거도로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어, 전체적으로 상당히 안전한 여행길이 되고 있다. 동편에서는 원래 있던 자전거도로에 일부 끊어진 구간을 마저 다 연결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이 공사가 끝나고 나면, 비로소 의암호를 순환하는 자전거도로가 완성되는 셈이다. 그때가 되면 굳이 일반도로를 이용하지 않고도 의암호를 한 바퀴 도는 여행이 가능해진다. 자전거여행에 익숙지 않은 여행객들에겐 꽤 반가운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순환 자전거도로가 완공되는 시점은 오는 4월이다. 현재 마무리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공사가 끝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의암호 둘레를 도는 자전거여행을 다녀왔다.

의암호 순환 자전거도로 풍경.

ⓒ 성낙선

춘천어린이회관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일품

여행은 '공지천유원지'에서 시작한다. 공지천은 남춘천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공지천유원지는 북한강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자전거를 타러 오는 사람들로 늘 분주했던 곳이다. 이곳에서 북한강 상류 쪽으로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적당한 산책로 겸 자전거도로가 개설돼 있다. 왼쪽으로 호수를 끼고 도는데, 그 길 위로 다채롭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낭만적인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길이다.

춘천MBC 절벽 아래를 지나가는 자전거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 성낙선

이곳에서 의암호를 순환하는 자전거여행은 북한강 하류 쪽을 택한다. 호숫가를 따라 한 바퀴 도는 데는 이쪽 방향이 물가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지천유원지에서 공지천교를 건너서는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어 춘천MBC가 있는 언덕을 오른다. 이곳에서는 지금 춘천MBC가 올라서 있는 절벽 아래로 자전거도로를 걸쳐 놓는 공사가 한창이다. 난공사다.춘천MBC 앞을 지나면, 강변으로 '춘천어린이회관' 앞을 지나가는 길이 나온다. 여행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좀 그렇기 하지만, 여기서 잠깐 쉬어가는 게 좋다. 춘천어린이회관은 그냥 무심히 지나쳐 갈 곳이 아니다. 이 건물은 국내 대표적인 현대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이다. 건물도 그렇지만, 이 건물에서 내려다보는 호수 풍경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충분히 쉬어갈 만한 곳이다.

그런데 이 건물이 지난 2월 (주)KT & G에 매각됐다. 이 건물이 매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때 춘천시 내 시민단체들이 이 역사적이며 문화적인 건물 매각에 반대했다. 이후 춘천시는 이 건물의 외관을 유지 보존한다는 등의 조건을 걸어 매각했다. 이 건물은 올 10월경 '상상마당'으로 다시 태어날 운명이다.

춘천어린이회관이 상상마당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주변 풍경이 또 어떻게 바뀌게 될지 궁금하다. 춘천어린이회관이 있는 언덕을 내려와서는 '중도선착장'을 지나 '라데나리조트'를 오른쪽으로 끼고 돈다. 길은 강변을 따라서 '춘천승마장'과 '춘천싸이클경기장'을 지나간다. 이 강변 길은 끝에서 일반도로와 연결된다. 그래도 인도 위로 계속 자전거를 타고 지나갈 수 있어 큰 문제는 없다.

춘천어린이회관에서 내려다보는 의암호.

ⓒ 성낙선

춘천승마장, 따듯한 햇살 아래 한가롭게 먹이를 먹고 있는 말들.

ⓒ 성낙선

얼음이 녹아 맨살을 드러낸 의암호. 수상 낚시터.

ⓒ 성낙선

올봄 청동상으로 교체되는 콘크리트 '인어상'

그곳에서 낮은 언덕을 하나 넘으면 '송암스포츠타운'이다. 스포츠타운 안쪽으로 다시 강변도로가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매년 각종 스포츠대회가 열린다. 여름에는 호수 안쪽에서 수상스키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때를 잘 맞춰 가면 뜻하지 않게 좋은 구경을 할 수도 있다. '춘천 물레길'이 이곳에서 시작된다. 이곳에서 카누를 타고 호수 안쪽을 도는 색다른 여행을 경험할 수도 있다.

의암호 한쪽 구석, 아직 얼음이 풀리지 않은 곳에서 빙어 낚시에 여념이 없는 낚시꾼들.

ⓒ 성낙선

호수 위로 얼음이 녹고 있는 흔적이 역력한데, 스포츠타운 남쪽 유료 낚시터에서는 아직도 호수 위에 얼음구멍을 뚫고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맘때 호수 안쪽에서 얼음낚시를 하는 행위는 금물이다. 3월초, 이곳 의암호에서 한 낚시꾼이 얼음낚시를 하다 물에 빠져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춘천시에서는 의암호에 금줄을 치고 낚시를 막고 있다. 이곳에서 빙어낚시를 즐길 수 있는 날도 그리 얼마 남지 않았다.스포츠타운을 벗어나면 다시 일반도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의암댐 북한강 자전거도로가 있는 곳까지는 일반도로를 달려야 했다. 이곳은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데 가장 위험한 구간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최근 자전거도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도로 옆으로 새로 널찍한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졌다. 더 이상 모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게 됐다.

이 길은 의암호 둘레길 중에서도 경치가 가장 아름다운 곳에 속한다. 의암댐까지 가는 길 중간에 춘천을 대표하는 문인인 김유정의 혼을 기리는 '김유정문인비'가 서 있다. 그리고 곧 이어서 의암호를 대표하는 상징물 중에 하나인 '인어상'이 나타난다. 이곳은 절벽에서 떨어져 나온 바위들이 독특한 풍경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바위들 중 하나인 문암 위에 인어상이 꼬리지느러미를 접고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의암호 인어상.

ⓒ 성낙선

의암호 호숫가에 왜 이런 동상이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의문과는 상관 없이 이곳에 이 인어상처럼 잘 어울리는 것도 없다 싶다. 보면 볼수록 애잔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인어상 이마 위에 작은 상처가 나 있다. 칠이 벗겨져 보기 안쓰럽다. 칠을 다시 했으면 좋겠는데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이 인어상이 올봄에 청동상으로 교체된다는 소식이다.

1971년 인어상이 생긴 지도 40년이다. 작품 대접을 받았으면, '교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 텐데... 그러니까 우리 진짜 안쓰러워해야 할 건 상처투성이로 남아 있는 이 콘크리트 인어상과의 마지막 작별이다. 이 인어상은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는 볼 수 없다. 인어상이 앉아 있는 위치가 도로보다 낮기 때문이다. 자동차 운전자들이 이 인어상을 보려면, 의암댐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얼마간 걸어가야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북한강 자전거도로'

의암댐에서 신매대교까지는 줄곧 북한강 자전거도로다. 말 많고 탈 많기로는 이곳의 자전거도로 역시 다른 곳 못지않다. 계속해서 뉴스가 되고 있다. 지난 해 여름에는 도로 일부가 내려앉고, 틈이 생겨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진행했다. 이 공사 기간 동안, 멋모르고 이곳으로 자전거여행을 온 사람들은 꽤 애를 먹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데 장담하기 어렵다.

균열이 가고 지반이 내려 앉은 북한강 자전거도로.

ⓒ 성낙선

지금도 일부 구간 자전거도로가 내려앉고 일반도로와 자전거도로 사이에 틈이 벌어지는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녹기 시작하면서 다시 지반이 내려앉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전거도로 위로 콘크리트 표면이 일어나 부서지는 박리 현상 역시 여전하다. 이런 도로 위에서 자전거가 급제동을 하거나 급커브를 돌 때 콘크리트 조각을 밟고 미끄러질 가능성이 있어 매우 위험하다.

그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지금 이곳의 자전거도로 위에서는 콘크리트 부스러기를 쓸어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도로 곳곳에 콘크리트 부스러기를 모아놓은 둔덕이 여러 개다. 꽤 많은 양이다. 박리 현상은 콘크리트 표면을 쓸어낸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런 점들이 우려됐던지, 춘천시는 최근 의암호 자전거도로를 정비하는 동시에 도로 파손과 균열 현상을 막는 방안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는 모습이다.

북한강 자전거도로의 멋진 풍경.

ⓒ 성낙선

북한강 자전거도로는 호수 위를 지나가는 경우 대부분 바닥에 나무로 된 판재를 깔았다. 이런 자전거도로는 비가 내리는 날에는 표면이 상당히 미끄럽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이 자전거도로에서 바라보는 의암호 풍경 역시 어디 비할 데 없이 아름답다. 하지만 풍경에 취하다 보면, 주의가 흐트러지면서 뜻하지 않은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북한강 자전거도로를 여행할 때는 속도를 최대한 낮출 것을 당부한다.

육림랜드 옆을 지나가는 자전거도로.

ⓒ 성낙선

신매대교를 넘어가면 이 여행도 거의 끝나간다. 신매대교를 건너, 다시 강변 자전거도로로 들어서는 길을 찾기 쉽지 않다. 춘천인형극장을 정면으로 바라본 위치에서 왼쪽 길로 들어서면, '육림랜드, 동물원 가는 길' 옆으로 자전거도로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길은 지금은 나무들이 헐벗어 별로 볼품이 없지만, 나뭇잎이 무성한 계절이 오면 몰라보게 멋진 모습으로 변신한다. 춘천에서 자전거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꼭 가보라고 권하고 싶은 길이다.이 길 위에서 육림랜드의 낡고 퇴색한 놀이기구들을 바라다보는 것도 꽤 운치가 있다. 이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는 곳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 공지천유원지에서 시작해 자전거로 의암호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는 데 3시간 정도 걸린다. 여행 거리는 약 30km다. 초보자도 넉넉잡고 4시간이면 여행을 마칠 수 있다. 만약 중간에 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 같은 곳에 들렀다 나올 요량이면 시간을 더 길게 잡아야 한다.

장거리 자전거여행의 가장 큰 복병은 엉덩이 통증이다. 엉덩이 통증을 덜려면, 중간에 자주 자전거에서 내려 쉬어가는 것이 좋다. 의암호 순환 자전거도로 역시 다른 곳의 자전거도로와 마찬가지로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곳이 드문 게 흠이다. 간단한 음식과 음료수는 미리 챙겨가야 한다. 자외선 차단제도 필수다. 본격적으로 자전거여행이 시작되는 계절을 맞고 있다. 봄철 첫 자전거여행지로 '의암호 순환 자전거도로'를 추천한다.

의암호 순환 자전거도로. 공지천유원지 근처.

ⓒ 성낙선

의암호에서 '흔히' 보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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