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아저씨' 된 김능환 前선관위원장
퇴임후 첫날 아내 운영 편의점서 근무…"앞으로 다른 공직은 부적절"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어서오세요. 2천500원입니다." "사장님이세요?" "아뇨. 사장님은 따로 있는데 오늘만 잠깐 제가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게에 자주 오시나 봐요?"
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편의점. 25㎡ 남짓한 매장 내부 계산대에서 전날 퇴임한 김능환(62)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손님을 반갑게 맞이했다.
대법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역임하고 총리 후보로도 거론된 그였지만 짙은 청색의 등산 점퍼와 펑퍼짐한 갈색 바지, 연보라색 목도리 차림으로 능숙하게 물건값을 계산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동네 편의점 아저씨'다.
공직 생활을 하며 한결같이 검소한 모습을 보여 '청백리'로 알려진 김 전 위원장은 퇴임 후 첫날을 아내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하며 보냈다.
김 전 위원장은 할머니와 함께 껌을 사러 온 꼬마에게 '공짜 사탕'을 건네고, 1천200원짜리 막걸리를 계산하는 노인에게 "1천원만 내셔도 된다"며 소탈하게 말을 붙였다.
5∼10분 간격으로 손님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이전부터 가게에 종종 나와 도와줘서 일이 익숙하다"는 그는 "그런데 아직 물건 정리하는 법을 못 배웠다. 그것까지 내가 하면 집사람이 너무 심심해할까봐…"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원래 주말 한 타임을 내가 봐주기로 했는데, 오늘은 사정상 아르바이트 직원과 근무를 바꿨다"며 "오전 7시부터 나왔는데 오후 3시가 교대시간이다. 손님이 없을 땐 도올 김용옥 선생의 책을 읽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옆 채소가게에 앉아있던 김 전 위원장의 부인은 "예전부터 가게를 하고 싶었는데 바깥양반이 판사 주변에서 이해관계가 얽히는 일이 있으면 안된다고 늘 손사래를 쳤다"며 "평생 집에서 밥만 한 나도 그나마 채소 보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아 퇴임을 앞둔 지난해 편의점과 채소가게를 열게 됐다"고 말하며 웃었다.
채소가게는 겨울철이어서 운영하지 않고 창고로 써왔다. 김 전 위원장의 부인은 "채소값도 비싸고 처음 해보는 거라 그런지 지난겨울 손해를 많이 봤다. 날이 풀리면 다시 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다행히 맡은 일은 잘 수행했지만 대법관, 선관위원장같은 공직은 그동안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과분한 자리였다"며 "앞으로 다른 공직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며 퇴임 후 첫날의 소회를 풀어놨다.
그는 "꿈이 있다면 편의점과 채소가게가 먹고 살만큼 잘 돼서 집사람과 함께 잘 지내는 것"이라며 "우리 가게도 잘 되고 다른 편의점과 채소가게들도 다 같이 잘 되면 우리나라가 잘 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charg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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