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서 커져가는 '안철수 부산 차출론'
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51)를 향해 부산 영도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 영도 차출론'은 안 전 교수가 대선주자급 정치인이라는 점이 정치적 명분이다. 단순한 당선 가능성보다는 야권 지지세가 약한 지역에서 승부수를 던져 야권에 힘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키는 데 공헌한 새누리당 김무성 전 원내대표 대항마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5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나와 "안 전 교수가 어려운 곳에 가서 싸워야 좀 더 큰 인물이 되는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부산 차출론은 안 전 교수가 설혹 패하더라도 야권 지지자들을 결집시킬 수 있고, 정치적으로도 자산을 얻게 된다는 논리로 확장된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지역구인 서울 종로를 버리고 부산 북강서을에 도전했다 패했지만 이후 정치적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던 '노무현 효과'를 대입시키고 있다.
부산 영도라는 지역의 정치사회적 상징성도 안 전 교수 출마가 갖는 의미를 부각시키는 요인이다. 한진중공업 사태에서 촉발된 사회경제적 문제를 안 전 교수가 끌어안게 되면 새 정치를 위한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주의 타파에 대한 기대도 부산 차출론 정당성을 뒷받침한다.
부산 차출론은 다른 각도에서 보면 서울 노원병 출마의 반작용이기도 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4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마를 반대하는 의견이 46.0%, 찬성하는 의견이 34.1%(휴대전화+유선전화 RDD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 3.7%포인트)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지난달 안 전 후보의 정치 복귀를 환영하는 의견이 더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노원병 출마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늘었다"고 말했다.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마를 반대하는 의견이 지방보다 서울·수도권에서 많았던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안 전 교수가 내세운 새 정치는 서울 수도권에 민감한 아젠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 전 교수의 부산 차출론을 반대하는 주장도 있다. 야권 관계자는 "지역주의가 한 정치인 당선으로 허물어질 수 있는 것이라면 수십년 동안 지역주의 타파를 외쳐 온 사람들의 역사는 무엇으로 설명할 건가"라고 되물었다.
<구혜영 기자 koo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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