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le stay '참된 나'를 찾는 행복한 여행②스마트 힐링 전남 화엄사

2013. 3. 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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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신반의였다. 고작 1박2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뭘 얼마나 얻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 서울에서 화엄사까지 약 5시간. 그러나 템플스테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본 차창 풍경은 갈 때와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마감에 쫓기다 떠나게 된 화엄사 템플스테이. 몇 년 전이었던가. 언제고 꼭 한번 가겠다고 마음만 먹고 '다음에'를 연발하다 지금에 이르렀다. 계획하지 않은 바람은 아무짝에 쓸모없는 것. 금쪽같은 주말을 바쳐야 하는 취재임에도 오래도록 기다렸던 기회라 그런지 발걸음은 무척 가벼웠다.

잠에 취하다 구례구역에 내리자 기분이 묘했다. 역에 가서 열차만 타면 다른 세상이 열리는데 무엇이 그리 바쁘다고 이제야 온 것일까. 시간은 나는 것이 아니라 내는 것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택시를 타고 화엄사에 도착 후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수련복으로 갈아입자 옷과 함께 번뇌마저 내려놓은 듯 몸이 가볍고 편하다. 밖으로 나오니 그제서야 비로소 사찰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지리산의 유려한 능선이 마치 여인의 치마폭과 같이 주위를 겹겹이 둘러싸고 있었다. 맛있는 공기가 풍경소리와 함께 코와 귀를 울리니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다.

첫 시간은 '지족知足명상' 시간. 말 그대로 '만족할 줄 아는 것'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다. 지도법사인 우문스님이 묻는다. 행복이란 무엇이냐고. 수련생들은 저마다의 대답을 내놓는다. 모두가 맞는 말이라고 하시던 스님은 행복의 공식을 알려주신다. 바로 '행복=소유/욕망'이다. 행복의 형태는 3가지가 있다. 아직 오지 않은 것을 바라는 구현행복, 현재에 감사함을 갖는 지족행복, 마지막으로 욕망을 0으로 만드는 초월행복이다. 내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어디에도 두지 않는 무주無住 상태로 만드는 것이 곧 초월행복이며, 욕망을 없애면 행복이 무한대가 된다는 말에 절로 무릎을 탁 치게 된다.

화엄사는 올해 2월부터 묵언, 예불, 강의가 주가 되는 일반적인 템플스테이와는 궤를 달리하는 '스마트힐링'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2박3일 동안 참가자들은 서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상대의 아픔이 곧 내 아픔이라는 것을 깨닫고 타인과의 일체감을 갖게 된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나라는 벽을 허물게 된다.

불교에서는 '나'라는 에고ego의 틀이 없다고 말한다. 모든 존재는 '흘러가는 과정'일 뿐 절대적이지 않다. 우리가 소유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사실 잠깐의 만남에 지나지 않는다. 죽음으로 돌아가는 우리는 나 자신이라고 여기는 스스로의 몸조차도 소유할 수 없다. 이렇게 나라는 에고를 해체하면 자타의 구분이 사라지고, 나아가 풀 한 포기와도 일체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 알쏭달쏭하면서 뭔가 마음에 와닿는다.

스마트힐링 프로그램은 '너와 나의 경계'를 허물어 우리는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수업의 일환인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참가자들은 자연스레 깊은 속내까지 드러내게 된다. 때문에 기자의 참관이 허용되지 않았다. 다음 기회에는 취재가 아닌 순수한 체험으로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공양시간(식사시간)에는 도시에서 유기농이라고 몇 만원씩 주고 먹는 바로 그 식단이 아무렇지도 않게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일미의 고장 전라도라서 그런지 사찰음식도 꿀맛. 두 그릇을 비우고 나니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면 어쩌나 싶어 가져갔던 빵이 부끄러워졌다.

공양 이후 물붓기 명상시간이 있었다. 스님은 책상 위에 물이 담긴 투명한 통을 올려 놓으셨다. 그리고 잉크를 몇 방울 떨어뜨렸는데 물은 곧 시커멓게 변해 버렸다. 스님이 묻는다. 다시 원래의 맑고 순수한 물로 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미 돌이킬 수 없이 검게 변했으니 모두 따라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스님은 맑은 물을 부었고 곧 처음 상태로 돌아왔다. "우리도 이와 같습니다. 원래 청정한 상태로 돌아가려면 스스로에게 칭찬과 지족의 물을 부어야 하죠. 수행이란 이렇게 물을 부어서 본래의 순수로 되돌아가려는 노력입니다." 더 때묻을 것도 없는 우리도 다시 순수해질 수 있다는 말에 눈이 번쩍 뜨인다.

오후 9시부터 취침시간. 이 시간까지 야근을 하는 것이 일상다반사인 터라 잠이 올 리가 없었다. 방 밖으로 나가 까만 하늘을 올려다보니 반짝이는 별들이 쏟아질 듯 가득하다. 우리는 대체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언젠가 손에서 놓게 될 것들을 왜 그렇게 가지려고 아등바등 사는가. 도시에서는 생각하지 않았던, 아니 외면했던 근원적인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내려다본다. 우리는 육체의 편안함만을 쫓지만 정작 중요한 정신의 휴식은 망각하는 것이 아닌지. 내 마음에 맑은 물붓기, 템플스테이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글·사진 김명상 기자 취재협조 하나투어 02-2127-1566

●mini interview지리산 화엄사 우문스님

템플스테이 참가자는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할까요?'빈 도화지'가 되어서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아이는 아집이 없습니다. 가득 차 있으면 채울 수 없죠. 편견을 버리고 백지와 같은 마음으로 오신다면 많은 것을 얻어 가실 것으로 믿습니다.

세속적인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이 수행자에게는 부정적일 것 같습니다.그렇지 않습니다. 부처님이 수행하신 것은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이의 행복을 위해, 고통받는 존재를 위해서였습니다. 혼자 좋아서는 절대 성불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마음공부와 타인의 행복이 조화되어야 그 자리가 부처님의 자리가 되겠지요. 여러분이 곧 부처고, 여러분에게 제가 배웁니다.

▶travie info화엄사에서는 '스마트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집단심리상담과 비슷한 형식으로 2박3일 동안 참가자들은 서로의 아픔을 꺼내고 공감하며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 너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다'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치유를 받게 된다. 2박3일 일정으로 매월 진행되며 다음 예정일은 3월15일~17일, 4월19일~21일, 5월3일~5일이다.참가비 상시휴식형 1박2일 4만원, 스마트힐링 프로그램 8만원(성인 기준)문의 061-782-7600 www.hwaeoms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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