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한양 풍경 묘사한 '성시전도시(詩)' 발굴

2013. 3. 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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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회 교수 '성시전도시' 발굴 소개

안대회 교수 '성시전도시' 발굴 소개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18세기 조선의 수도 한양의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한 '성시전도시'(城市全圖詩)가 새롭게 발견됐다.

'성시전도시'는 정조의 명으로 신하들이 쓴 시로, 정조는 1792년 한양 전체를 담은 '성시전도'(城市全圖)를 그리게 하고 이 그림을 소재로 규장각 문신들에게 시를 지으라고 명했다.

국내 대표적인 한문학자인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논문 '성시전도시와 18세기 서울의 풍경'과 '새로 찾은 성시전도시 세 편과 평양전도시(平壤全圖詩) 한 편'에서 '성시전도시' 12편을 소개했다.

국내에서 '성시전도시'를 본격 분석한 것은 이 논문들이 처음이다. '성시전도시'는 7언 백운(百韻) 고시(古詩)로, 200구(句) 1천400자(字)에 달하는 장편시다.

안 교수에 따르면 현재 남아있는 '성시전도시' 작품은 모두 12편.

정조의 명을 받아 1792년 신광하, 박제가, 이만수, 이덕무, 유득공, 서유구, 정동간, 이희갑, 김희순 등 규장각 문신들이 지은 시 9편과 신택권, 이학규, 신관호가 규장각 문신들의 '성시전도시'를 모방해 지은 시 3편이다.

정조는 1792년 4월 24일 규장각 문신들에게 한양의 풍경을 그린 그림 '성시전도'를 주제로 사흘 안에 장편의 시를 지으라는 명을 내렸다.

정조는 신하들이 지은 시를 읽고 직접 등수를 매겼다. 병조정랑(兵曹正郞) 신광하가 1등을 차지했다. 2등은 당시 검서관(檢書官)이었던 박제가였다.

이어 검교직각(檢校直閣) 이만수와 승지 윤필병이 3, 4등을 각각 차지했고 겸검서관(兼檢書官) 이덕무와 유득공은 공동 5위였다.

정조는 1등을 한 신광하의 시는 '소리가 있는 그림'(有聲畵), 박제가의 시는 '말할 줄 아는 그림'(解語畵)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만수의 시는 '아름답다'(아름다울 가), 윤필병의 시는 '넉넉하다'(贍), 이덕무의 시는 '고아하다'(雅), 유득공의 시는 '모두가 그림이다'(都是畵)라는 평을 각각 내렸다.

특히 이 가운데 유득공의 시는 개인 소장 사본에만 유일하게 전해오던 것을 안 교수가 새롭게 찾아냈다. 정동간, 이희갑, 김희순 등의 작품은 그동안 전혀 언급된 적이 없는 새로운 작품들이다.

안 교수는 조선후기 국왕의 동정과 국정운영을 일기체로 정리한 '일성록'(日省錄)과 규장각일기인 '내각일력'(內閣日曆), 개인 문집 등에서 '성시전도시' 작품들을 찾아냈다.

안 교수는 "'성시전도' 그림과 시는 18세기 후반 한양의 풍경과 문화와 이미지를 당대 사람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구현해냈다"고 말했다.

작품의 소재가 된 '성시전도'는 현재 남아있지 않지만 한양 전체의 풍경과 풍물을 그린 대형 그림으로, 병풍 등의 형태로 만들어졌다.

정조는 왜 전례 없이 수도인 한양 전체를 그림으로 그리게 하고 장편시를 쓰게 했을까.

안 교수는 도성의 풍물을 기록해 궁궐 밖에서 이뤄지는 민간의 삶을 엿보고 도성 정비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왕권 강화의 의지를 드러내는 등 다양한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시기 전후로 추진된 화성(華城) 건설 계획을 계기로 한양의 민심을 다독여 안정화시킬 필요성도 있었고 한양을 객관화해 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당시 유럽에서는 파리 등 도시를 묘사한 작품이 많았지만 조선에는 없었다"면서 "한양에 대한 상세한 기술은 국가 기밀이 유출될 소지가 있었기 때문에 한양의 풍경을 담은 '성시전도'를 그리고 시를 짓는 것은 정조의 왕명에 의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구한말 정치가이자 문인인 김윤식(1835-1922)이 '성시전도시'의 영향을 받아 '평양전도'(平壤全圖)를 보고 지은 장편시 '제평양전도병풍백일운'(題平壤全圖屛風百一韻)도 소개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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