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목숨 잃을 뻔해도.. SOFA 막혀 무기력한 공권력

김창훈기자 2013. 3. 5.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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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집행 여부 미군 판단' 등 독소조항 여전

끊이지 않는 미군 범죄의 근원에는 불평등조약인 주한미군지위협정(한미 SOFA)에 가로 막힌 무기력한 공권력이 존재한다. 경찰관을 차로 친 미군(한국일보 4일자 10면)도 미군 측 협조 없이는 수사가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주한미군은 우리 공권력을 무서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고도 안하무인식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한미 SOFA의 여러 독소조항에 대한 개정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한미는 지난해 5월 현행범으로 체포된 미군이나 군속, 가족에 대해 우리 경찰이 1차 피의자 조사를 한 뒤 신병을 넘기기로 합의했다.

이전까지는 2001년 4월 2차 개정된 한미 SOFA 규정에 의해 살인과 강간 현행범으로 잡히지 않는 한 미군의 신병 인도 요청이 있으면 즉시 넘겨줘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묵(30) 순경은 목숨을 잃을 뻔했어도 결과적으로 살인사건은 아니다. 미군들이 검거되지 않고 서울 용산구의 미8군 영내로 복귀해 경찰에게는 초동수사 기회조차 사라졌다. 출석을 요청하고 미군부대만 바라보는 입장이 돼 도주한 미군의 음주운전 여부도 바로 확인할 수 없다. 미군 피의자들끼리 진술을 맞추는 등 대응할 시간만 벌어주게 됐다.

끝까지 소환을 거부하면 법원 체포영장으로 강제구인 하는 게 다음 절차지만 역시 미군 협조 없이는 집행할 수 없다. 구속영장이 발부돼도 마찬가지다. 미군부대는 우리 검경은 물론, 법원의 권위까지도 무시되는 치외법권지역이다.

여기에 '공무 집행 중 발생한 사항은 대한민국에서 행해진 판결의 집행절차를 따르지 않는다'는 내용도 한미 SOFA의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공무 집행 여부는 전적으로 미군이 판단한다. 평택 미군기지 '민간인 수갑 사건' 피의자들이 발생 7개월이 지나도록 기소되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미군기지 피해자 등을 지원하는 평택평화센터 강상원 센터장은 "허술한 처벌로 미군들 사이에서는 '범죄를 저질러도 빠져 나온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한미 SOFA의 독소조항을 제거하지 않는 한 미군 범죄는 계속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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