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노원병 출마 결심한 이유는?

2013. 3. 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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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뉴스분석] 4월 재보선 "노원병 출마"

안철수, 민주당 부진에 '박근혜 정치 대항마' 승부수

송호창 의원이 전격 발표"이달 10일께 귀국할 예정"정치기반 다지기 위한 출마신당창당 고려한 포석인 듯

안철수(사진) 전 서울대 교수가 4월24일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다고 그의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던 송호창 의원(무소속)이 3일 전격 발표했다. 송 의원은 안철수 전 교수의 귀국에 대한 기자들의 문의가 잇따르자 오후 2시 국회 기자실에 나타났다.

"많은 분들이 걱정하고 기대했던 안철수 교수의 입장을 알려드리겠다. 두달여 기간 미국 체류를 마치고 3월10일께 귀국할 예정이다. 새로운 정치를 위해서 4월24일 노원병에 출마하기로 했다. 다양한 해석이 있겠지만 안철수 교수가 귀국하면서 직접 해명할 것이다."

송호창 의원은 단상에서 내려와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 질문이 쏟아지자 몇 가지 설명을 덧붙였다.

"오전에 노회찬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예의를 갖췄다. 판결과 당선 무효에 대한 정치적 의미를 말했다. 신당은 준비되거나 의논한 바 없다. (다른 인사들의) 부산 영도 등 다른 지역구 출마는 아직 결정한 바 없다. 야권후보 단일화를 말하기는 이른 것 같다."

그동안 야권에서는 안철수 전 교수가 4월 재보선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정치에 복귀하기에는 시일이 촉박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은 새누리당 지역이었던 부산 영도에 전격 출마할 가능성 정도를 내다봤다. 노원병 출마를 결심한 이유가 뭘까? 그가 직접 밝히기 전까지는 분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첫째,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12월 미국에 도착하면서 밝혔듯이 '안철수 정치'를 이제 바닥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다. 안철수 전 교수는 그동안 '국회나 정치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정치 혐오증에 편승해 대선 후보로 나섰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그런 부정적 평가를 불식하고 다시 대선주자로 나서기 위해서라도 국회의원직은 그가 반드시 거쳐야 할 자리다.

그의 출마는 정치인으로서 국민들에게 자신의 거취를 분명히 밝혔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정치에서 가장 나쁜 것은 불확실성이다. 그의 출마 결심은 그동안 야권을 맴돌았던 '안철수발 불확실성'을 일거에 해소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둘째,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통합당의 부진으로 안철수 전 교수가 정계에 조기에 복귀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측면이 있다. 안철수 전 교수가 실제로 그렇게 판단했다면 자신을 중심으로 야권 전체를 재편하려는 정치적 승부수로 읽힌다. 지난 설 연휴에 미국을 방문해 그와 깊숙한 대화를 나눴던 인사는 최근 이런 말을 전했다.

"지난 대선 때 그는 정치권의 큰 개편을 꿈꿨다. 보수가 우세한 정치적 상황을 바꾸기 위해 일종의 역삼당합당을 생각했다.

자신으로 단일화하면 민주당과 함께 정치권을 개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에는 권력의지가 강고해졌다. 대선 당시 새정치를 얘기하면서 권력의지 부족에 대한 지적이 많았는데, 이 부분을 극복한 것 같다."

따라서 그가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신당 창당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안철수 신당은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태풍의 눈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안철수 전 교수가 어떤 의도에서 출마를 결심했는지는 10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좀더 명확해질 것이다. 하지만 다른 정파나 유권자들이 그의 의도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는 이제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진보정의당 분위기는 싸늘하다. 이정미 대변인은 "정치 복귀는 환영한다. 그러나 첫번째 선택지가 노원병이라는 것에 대해, 그리고 일방적인 출마선언에 대해 진보정의당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논평했다. 안철수 전 교수는 노회찬 대표와의 통화에서 보궐선거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게 이정미 대변인 설명이다.

민주통합당도 썩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김현 대변인이 "국민들께 한 약속을 지키려는 것으로 본다"고 짤막한 논평을 내놓았지만 속내는 복잡한 것 같다. 자칫하면 안철수 전 교수가 정국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민주당이 주도권을 통째로 상실할 위험이 있는 탓이다. 민주당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는 4월24일 재보선 직후인 5월4일에 열린다. 따라서 당장 당권의 향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야권의 복잡한 사정은 선거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원병에는 진보정의당뿐만 아니라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등도 현재로서는 모두 다 후보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새누리당에서는 이준석 전 비대위원 등 참신한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야권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고 새누리당이 참신한 후보를 내세우면 안철수 전 교수라고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안철수 전 교수는 10일 귀국 회견부터 자신이 직접 나서서 이런 복잡한 상황을 하나씩 해소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역량을 보여주어야 하고, 또 상처를 입으면서 정치적으로 단련되어야 한다. 어느날 갑자기 신화처럼 나타난 '대선주자 안철수'가 아니라, 첫발부터 뚜벅뚜벅 내딛는 '정치인 안철수'의 여정이 바야흐로 시작된 것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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