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충격패' 한국, 공격·수비·정신력 다 졌다

[OSEN=타이중(대만), 이대호 기자] 네덜란드는 복병이 아니었다. 강팀이었다.

대한민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은 2일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벌어진 네덜란드와의 WBC B조 예선경기에서 0-5로 졌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예선 통과를 위해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잡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마운드와 수비, 경기운영 등에서 문제점을 노출했지만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터지지 않은 방망이다. 이날 한국은 빈공에 시달린 가운데 득점 찬스 자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대회 돌입전에 치른 6번의 연습경기에서 한국은 타격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 6경기에서 한국이 얻은 득점은 단 13점, 경기당 평균 2점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역대 최강 타선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라인업이지만 컨디션이 돌아오지 않는데 약이 없었다.

류중일 감독이 대회를 앞두고 가장 많이 강조한 건 수비였다. 단기간에 보완이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고 이기는 야구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수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긴장을 한 탓일까, 한국은 1회에만 실책 두 개를 저지르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강정호의 악송구로 선두타자 안드렌톤 시몬스가 2루까지 나갔고 1사 후 로저 베르나디나의 땅볼을 이번에는 정근우가 악송구를 저질러 1,3루에 몰렸다. 다행히 정근우의 호수비가 이어져 실점 위기를 넘겼지만 아찔한 장면이었다.

7회에는 강민호의 패스트볼이 나왔다. 무사 2루에서 손승락의 투구가 타자 몸쪽으로 깊숙하게 붙었고 강민호의 글러브에 맞고 뒤로 흘렀다. 이 주자는 결국 베르나디나의 2루타 때 홈을 밟았다. 이어 무사 만루에서 강민호의 송구 실책까지 이어져 추가실점을 했다.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하지도 못했다. 승부의 추가 기운 8회말 칼리안 삼스의 평범한 내야 땅볼을 3루수 최정이 다리 사이로 빠뜨렸다. 한국에서 최고의 수비를 자랑하는 최정의 평소 모습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다.

마운드 운용도 아쉬움이 남는다. 선발 윤석민이 5회 1사 후 안타를 허용하자 곧바로 노경은으로 교체했다. 당시 윤석민의 투구수는 58개로 한 타자를 충분히 더 상대할 수 있는 상황. 코칭스태프는 한 박자 빠른 교체로 노경은을 투입했지만 결과는 나빴다. 노경은은 안타와 볼넷으로 1사 만루 위기에 몰렸고 로저 베르나디나에 땅볼을 허용, 추가점을 내줬다. 이어 블라디미르 발렌틴에 좌전 적시타까지 허용, 점수가 벌어졌다.

노경은은 지난해 선발로 나왔을 때 평균자책점 2.23, 피안타율 1할8푼5리로 좋았지만 구원등판은 평균자책점 3.96, 피안타율 2할8푼6리로 주춤했다. 대표팀에서 가장 좋은 구위를 뽐냈지만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의 등판은 노경은에게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투수교체의 결과도 나빴다. 세 번째 투수 손승락은 7회 1실점했고 원포인트로 등판한 차우찬은 2루타를 얻어맞았다. 0-4로 뒤진 상황에서 뒤늦게 필승조 정대현을 투입한 것도 이해하기 힘든 기용이다.

이제 물러설 곳은 없다.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잡아야 1라운드 통과가 가능하다. 4일 호주전, 5일 대만전에서 반전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cleanupp@osen.co.kr

< 사진 > 타이중(대만)=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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