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무원들, 고액연금에 건보료 부과 막고 있다

김민철 기자 2013. 3. 2. 03: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행안·국방부 등 2.5% 고위직 저항.. 시행규칙, 4개월째 감감무소식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연말 국무총리실에 항의 전화를 걸었다. 복지부가 지난해 11월 초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보냈는데도 총리실이 규제개혁위에 상정하지 않고 미적거렸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은 '연 4000만원 이상 연금 소득이 있으면서, 직장에 다니는 자식의 피부양자로 등록된 사람들에게 건보료를 부과'하는 내용이었다.

총리실의 표면적인 이유는 "부처 합의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에 임 장관이 "이미 국무회의에서 논의한 사안이니 빨리 상정해달라"고 독촉 전화를 한 것이다.

임 장관은 올해 1월 20일쯤 다시 총리실에 전화를 걸었다. 규제개혁위 심의 날짜를 2월 15일로 잡았는데 이를 앞당겨달라는 요청이었다. 자신의 재임하는 동안 시행규칙을 공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역시 무산되고 말았다.

공무원·군인·사학 연금 수령자 가운데 연 4000만원(월 334만원) 이상 고액 연금자에게 건보료를 물리는 방안이 표류하고 있다. 고액 연금을 받고 있거나 앞으로 받을 전·현직 고위 공무원들의 저항이 크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2011년 11월 '공평한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방안'의 하나로, 고액 연금 소득자 중 건보료를 내지 않는 사람들에게 건보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었다. 2012년 6월에는 고액 연금자 1만2000명에게 그해 9월부터 월평균 19만2000원을 걷겠다는 내용을 확정해 입법예고까지 했다. 1만2000명은 전체 공무원·군인·사학연금 수령자 47만2000명의 2.5%다.

그러나 복지부는 입법예고를 마치고도 2개월이 지나도록 다음 절차인 규제 심사를 요청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국방부 등 전·현직 공무원들이 "월급에서 뗀 연금에 건보료를 또 내라고 하는 것은 이중 부과"라고 거세게 반발하자 주춤거린 것이다. 이들의 저항에 비판 여론이 일자, 임채민 장관은 "(4개월 연기해) 내년 1월 1일부터는 반드시 시행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복지부는 11월 초 총리실에 규제 심사를 요청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총리실에서 규제개혁위 상정을 꺼린 것이다. 지난 2월 1일 어렵게 규제개혁위가 열렸지만 다시 제동이 걸렸다. "한 사람 연금이 연 4000만원을 넘을 경우엔 건보료를 부과하면서, 부부가 3000만원씩 연금을 받을 경우 부과하지 않으면 형평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결국 통과는 보류됐다. 규제개혁위에는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행안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등의 고위 관료들이 참석한다. 총리실과 규제개혁위는 1일 현재까지 다음 심사를 언제 할지 날짜를 잡지 않았다. 일반 사안은 통상 한 달이면 규제 심사가 끝나는데, 이 시행규칙은 4개월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인 것이다.

한 국장급 공무원은 "연금을 4000만원 이상 받는 사람은 중하위직이 아닌 고위직 공무원 출신이고, 군인은 주로 장성들로, 사회통념상 사회지도층"이라며 "이분들이 건보에 무임승차하려고 하니까 전체 공무원들이 욕을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작은 시행규칙 하나 고치기가 이렇게 힘든데 새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어떻게 할지 정말 걱정"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