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네덜란드에선, 더치페이의 나라.. 소개팅 자리도 반반씩

2013. 3. 2.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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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예지(26) 네덜란드 교육 진흥원 직원·네덜란드 6년 거주

네덜란드는 말 그래도 '더치페이'의 나라입니다. 교수와 학생이 밥을 먹을 때도 자연스럽게 따로 계산합니다. 음식값이 워낙 비싼 탓도 있지만 한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이유입니다. 처음에는 지나치게 타산적이라고 느꼈지만, 서로 부담을 안 주니까 오히려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개인의 자립심이나 남녀 평등에 대한 인식도 한국보다 높은 편입니다. 네덜란드에서는 18세 이상이면 대개 집에서 독립하는데, 만약 부모 집에 얹혀 살 경우 임대비용을 지불합니다. 소개팅을 할 때도 남자가 모두 돈을 내거나 더 내는 경우는 드물어요. 한국과 달리 네덜란드에서는 남자가 돈을 더 내면 오히려 여자가 자존심 상해합니다. '내가 뭐가 부족해서 얻어 먹어야 해'라고 생각하죠.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명품이 가장 안 팔리는 나라입니다. 시선이나 체면을 신경 쓰지 않죠. 그런 것도 더치페이 문화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일본에선, 밥·술 얻어먹게 되면 빚지는 것 같아 불편● 토요우라 준이치(豊浦潤一ㆍ45) 요미우리신문 한국특파원·한국 3년 거주

일본에서는 연인 등 아주 친밀한 사이가 아니면 더치페이가 기본입니다. 1엔까지 철저히 계산해서 낸다는 건 과장된 거고, 적당히 융통성 있게 지불해요.

코리안페이와 일본의 더치페이는 문화의 차이 같아요. 하지만 샐러리맨 월급이 거기서 거기인데, 한국의 선배들은 '선배로서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조금 무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한국 사람과 식사를 할 때는 코리안페이를, 일본에 돌아가서는 더치페이를 하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문화적 차이라고 생각하지만, 코리안페이를 하며 밥을 살 때는 경제적으로 부담스럽고, 얻어 먹을 때는 빚을 지는 것 같아 불편합니다. 상대가 술 한 잔을 사더라도 '이건 얻어먹는 술이야'라고 생각하게 되죠. 지금은 누군가 제게 술을 산다고 할 때 일부러 포장마차 등 부담 없는 곳을 갑니다.

중국에선, 중국식 표현은 AA制 선배라고 밥사진 않아● 리충희(李忠姬ㆍ30) 롯데JTB 여행사 중국팀·한국 5년 거주

중국에는 'AA제(制)' 라는 게 있는데 더치페이의 중국식 표현이죠. 얼마 전 'AA제 생활'이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 정도로 중국에서는 더치페이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에 와서 선배들이 밥을 살 때 한편 놀라웠고 한편으론 기분 좋았습니다. 중국에서는 선배라고 자연스럽게 밥을 사는 경우는 없어요. 한번은 회사 선배와 동료들이 제 생일에 깜짝 파티를 해주며 케이크를 사줬는데 중국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죠. 다만 선후배나 나이 차이를 막론하고 한번 '친구(朋友,펑요우)'가 되면 주거니 받거니 밥을 사기도 합니다.

직장에서 동료의 실수로 나까지 함께 혼이 난 적이 있어요. 그게 이상해서 항의했더니 '연대 책임 아니냐. 그리고 지금 선배가 말하는데 대드는 거냐'고 또 혼이 났죠. 그렇게 집단화하는 문화와도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의 코리안페이가 선배가 후배를 돌봐주는 방식이지만 한편으로 선배들이 '권위'를 만드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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