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리더십' 초장부터 삐걱.. 원칙·소신 밀어붙이기 부작용

박영환 기자 2013. 3. 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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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관 국방 후보자 거취 문제 방치야당 반대·여론 비판에도 요지부동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첫주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조직법 처리가 지체되면서 내각과 청와대의 진용조차 갖추지 못하고, 국방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원칙과 소신만 강조할 게 아니라 소통과 타협을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출범 5일째인 1일 박근혜 정권은 아직 반쪽 상태다. 여야의 정부조직법 협상이 방송 중립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국정운영의 차질을 거론하며 "국회가 도와달라"고 호소했지만, 민주통합당은 "말잔치 꼼수"라며 거부했다. '역대 최강의 의혹 백화점'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김병관 장관 후보자는 박 대통령의 신임을 주장하며 버티고 있다. 취임 첫주부터 이 같은 난맥상에 봉착한 대통령은 일찍이 없었다는 점에서 리더십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3·1절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초반부터 삐걱거리는 배경에는 박 대통령 리더십의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당장 정부조직법 처리의 경우 박 대통령은 성안 과정에서 여당과도 협의하지 않았고, 국회 협상에서도 양보는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지난달 27일 TBS 인터뷰에서 "여야 간에 협상을 하려면 자율권도 있어야 되는데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 당으로써는 협상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사실 당으로서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설명 때도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8일 "여당 지도부는 협상 의지도 능력도 없다. 박 대통령이 결단해서 풀어달라"고 말할 정도다.

박 대통령은 김 국방장관 후보자 카드도 접지 않을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지난달 28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직접적 말씀은 없었지만 참모를 통해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셨다. 박 대통령을 믿는다"고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 대통령이 한발도 물러나지 않으면서 당·청 관계는 단절되고, 청와대와 국회의 충돌은 심화되고 있다.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을 고집하는 데 따른 반발 기류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친이명박계 의원들이 장관 후보자들의 용퇴를 거론하는 데는 이 같은 스타일도 한몫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무오류의 리더십' '수직적 리더십'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이 같은 리더십이 향후 5년 동안 계속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특히 자신이 올바른 결정을 했기 때문에 반대편과의 타협과 설득이라는 정치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발상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개방성과 공론을 거부하는 것이어서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여성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통해 강조했던 '부드러운 리더십'이 구현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면서 "한국 사회가 지금까지 성취한 개방성을 대통령의 리더십이 따라오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박영환 기자 yhpar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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