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부조직법 통과 호소..되레 상황 '악화'
[세계일보]청와대가 1일 국회에서 표류 중인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전방위 여론전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야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개정안 처리 지연에 따른 국정마비가 '야당의 발목잡기'라는 우호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대국민 호소전을 통해 정면돌파하겠다는 의도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MBC·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에 대해 '야당의 새 정부 발목잡기'라는 응답이 43.0%인 반면 '정부여당의 일방 추진'은 30.1%에 머물렀다.
임시국회가 5일로 끝나 이번 주말을 넘기면 '반쪽 정부'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드는 만큼 청와대가 연휴 첫날인 이날을 여론전의 디데이로 삼은 셈이다.
청와대 김행 대변인이 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조속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여야에 호소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
청와대 김행 대변인은 긴급 호소문에서 "개편안이 5일 끝나는 이번 임시국회 내에 반드시 처리되기를 간절하게 소망하고 또 여야가 그렇게 해주기를 간곡하게 호소한다"고 밝혔다. "1일로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닷새째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으나 정부조직을 완전하게 가동할 수 없어 손발이 다 묶여 있는 상태나 다름없다"는 논리에서다. 그러면서 여야 간 이견을 보이는 방송진흥정책 기능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에 대해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 대변인은 "미래부는 박 대통령이 오랫동안 구체적으로 준비해온 창조경제의 주체"라며 "미래부를 만들면서 박 대통령은 전혀 사심이 없고 방송 장악 기도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새누리당도 논평에서 "새로 출범한 청와대가 국회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고 국민에게 송구스럽다"고 거들었다.
민주통합당은 "적반하장"이라며 발끈했다. 청와대가 원안을 고수한 채 호소문을 낸 것은 야당과 국민을 협박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우리는 양보할 것 다 양보했는데, 이젠 그쪽에서 변해야 할 상황"이라며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야당과 국회를 손톱 밑 가시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며 "청와대 요청은 부탁, 호소가 아닌 국회와 야당, 문제제기를 하는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고 반격했다.
청와대의 호소문 발표로 여야 협상은 외견상 더 꼬이는 양상이다. 열쇠를 쥔 박 대통령이나 민주당이 제 입장만 내세우며 양보 의사가 없음을 확연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임시국회 시한(5일)을 놓고 '치킨게임'을 벌이는 꼴이다. 여야가 연휴 사흘 동안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정부조직법 개정안 표류에 따른 국정 파행의 책임과 비난 여론을 뒤집어써야 한다. 이를 우려해 국회의장단,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 간 연석회의가 전격적으로 열리면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다. 여야는 수시로 통화하며 물밑 접촉은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협상은 진행 중이고 (연휴에도)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야 지도부 공히 재량권이 적은 게 문제로 지적된다.
야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도덕성 문제가 있는 일부 장관 후보자 낙마 등과 연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래저래 극적 타결이 쉽지 않은 여건이다.
김재홍·김달중·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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