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 허리재기 손연재 '모스크바 추억 다시'

2013. 3. 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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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 칼럼니스트]

◇ 손연재 ⓒ 연합뉴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9·연세대)의 시즌 첫 출전이 임박했다.

손연재는 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서 열리는 리듬체조 가즈프롬 그랑프리 국제대회를 통해 새 시즌 일정의 첫 걸음을 내딛는다. 지난해 말 옐레나 리표르도바(러시아) 코치와 함께 곡 선정과 작품 구성을 마친 손연재는 1월말 러시아로 출국,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모스크바 그랑프리는 손연재에게 무척이나 의미가 깊다. 작년 이 대회 후프 종목결선에서 27.750점을 받아 카나예바(29.000점), 드미트리예바(28.650점·이상 러시아)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당당히 시상대에 올라 세계 리듬체조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모스크바 그랑프리는 국가별 쿼터로 출전선수 인원을 제한하는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주요 국제대회와 달리 국가별 출전선수 인원 제한이 없어 '실력파' 러시아 선수들의 총출동은 물론 세계 정상급 동유럽 선수들이 대거 참가, 웬만한 국제체조연맹(FIG) 주관 대회보다 수준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대회다.

이런 대회에서 손연재가 미테바(불가리아), 가라예바(아제르바이잔), 리브킨(이스라엘)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제치고 시상대에 올랐다는 사실은 분명 한국 리듬체조 역사에 기록될 만한 성과였다.

이후 손연재는 2012 런던올림픽 직전까지 치른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종목별로 27점 이상의 점수를 꾸준히 얻으며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그 결과 런던올림픽 개인종합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결선에 진출해 메달권까지 근접하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결과적으로 작년 모스크바 그랑프리 대회는 손연재가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연기와 기량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작년 가을부터 올해 초까지 손연재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만만치 않은 고생을 했다. 우선 소속사와 체조연맹 갈등 속에 꼭 출전하고 싶었던 이탈리아 초청대회 출전이 무산됐고, 체육인 복지법 국회 토론회 참석 과정을 둘러싼 논란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달에는 발가락 미세골절로 러시아 전지훈련 일정이 미뤄짐에 따라 새 시즌에 대한 준비도 그만큼 늦어졌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손연재는 좋은 추억이 있는 모스크바 그랑프리 대회를 새 시즌의 시작점으로 삼으려 했지만 대회 출전 여부는 불투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심신의 불편함에도 손연재는 올해도 러시아 그랑프리를 새 시즌 첫 실전 무대로 삼았다. 이처럼 손연재가 2년 연속 모스크바 그랑프리 대회 출전으로 시즌을 시작하는 것은 작년에 비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 보다는 작년 모스크바 그랑프리에서 받았던 좋은 기운을 올해도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이 섞인 결정으로 해석된다.

작년 모스크바 그랑프리가 손연재에게 '가능성 타진'이라는 의미를 가진 대회였다면, 올해는 '도전과 탐색'이라는 의미를 갖는 대회가 될 전망이다. 작년 모스크바 그랑프리에 출전할 때만 하더라도 손연재가 런던올림픽에서 어떤 성적을 올릴지 어떤 수준에 도달할 것인지 검증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종합에서 한국선수로는 최초로 메달을 획득했고, 2011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비교적 여유 있게 올림픽 본선 진출 티켓을 거머쥐면서 잠재력이 충분한 선수라는 점은 알려져 있었지만, 여전히 국제무대에서 베일에 가려져 있는 선수였다.

손연재가 목표로 삼고 있던 올림픽 개인종합 '톱10'이라는 성적은 손연재가 지닌 잠재력이 분출되면서 순위경쟁을 펼칠 다른 국가 선수들에 비해 우위를 점해야 가능한 순위였지만, 손연재가 실제로 그와 같은 수준에 올라설 것으로 확신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본격적인 올림픽 시즌 개막을 알리는 모스크바 그랑프리는 손연재가 런던올림픽에서 어떤 수준의 연기를 펼칠 수 있을지 가늠해보는 대회였다.

그런데 손연재가 카나예바, 드미트리예바와 함께 시상대에 서는 사건을 일으키면서 런던올림픽 무대에서도 손연재가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고, 런던올림픽 성공에 대한 의문 부호는 느낌표로 변해갔다. 이에 비한다면 올해 손연재가 출전하는 모스크바 그랑프리는 다소 늦은 전지훈련 일정에도 그 동안의 훈련 성과를 점검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이 새로운 채점 규정 하에서 어느 정도의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탐색을 펼칠 수 있는 기회다.

또한 이번 대회는 손연재에게 자신의 이름을 건 기술을 FIG에 등재시키는 도전의 첫 걸음이다. 손연재는 새 시즌을 대비한 리본 프로그램에서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에 맞춰 '블랙 스완'의 연기를 펼치게 되고, 후프에서는 푸치니의 '투란도트', 볼 프로그램은 재즈곡 '조지아 온 마이 마인드', 곤봉에서는 파트리치오 부안느가 부른 '벨라 벨라 시뇨리나'를 선곡했다.

이들 프로그램 가운데 손연재가 자신의 이름을 건 기술에 도전하는 종목은 두 종목으로 곤봉에서는 곤봉을 던졌다 떨어뜨리면서 뒤로 밟는 동작을, 볼에서는 바운스한 볼을 뒤로 돌린 팔과 등 사이에 끼어 뒤 허리 재기를 하는 동작을 FIG에 '손연재 신기술'로 등재하려 하고 있다.

최근 기계체조에서 '도마의 신' 양학선이 자신의 성을 딴 '양2'와 '양3' 기술을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완성 단계에 진입시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손연재가 리듬체조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독창적 기술을 FIG에 등재시킬 수 있다면, 한국 체조는 당장 내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기계체조와 리듬체조 각각 1개씩의 금메달을 확실하게 예약할 수 있다.

작년 모스크바 그랑프리 대회를 통해 세계 정상급 선수로의 발돋움에 대한 자신감을 충전한 손연재가 1년 만에 다시 출전하는 이 대회를 통해 새로운 도전의 성공을 향한 힘찬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 객원기자-넷포터 지원하기 김태훈 기자[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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