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놓은 박근혜 대통령.. 야당 향한 무언의 시위?

이동훈기자 2013. 3. 1.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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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공식일정 안 잡아 조직개편 처리 지연에 "모종의 압박" 해석극적 타결 모색위한 "숨고르기" 시각도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나흘째인 28일 공식 일정을 하나도 잡지 않았다.

25일 취임식 당일부터 사흘간은 외빈 접견에 수석비서관 회의 주재 일정 등으로 대통령 일정표가 빡빡하게 채워져 있었지만 이날은 텅텅 비었다.

물론 비공개 일정은 진행됐다. 김행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일정과 관련,"참모들에게 현안 보고를 받고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 안팎에선 박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식 일정을 하나도 잡지 않은 것에 대해 "모종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일정을 비움으로써 무언(無言)의 시위를 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전날 수석비서관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첫 수석회의에 참석을 못한다는 것이 정말 걱정스럽고 안타깝다"며 "정치라는 것이 다 국민을 위한 것인데 이 어려움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정부조직개편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정치권을 향해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었다.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와 관련, 전날은 김 안보실장 내정자 없는 수석회의를 통해 조속한 처리를 압박했다면, 이날은 공식 일정을 통째로 비움으로써 거듭 야당을 압박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 관계자는 "정부조직개편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국무회의도 못 열리고 청와대 진용도 제대로 꾸려지지 않는 상황이 공식 일정 하나 없는 박 대통령의 하루와 상관 관계가 있지 않겠냐"고 말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인사청문경과 보고서가 채택된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와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공식 임명 절차도 밟지 않았다.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임명하지 않은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조직개편안이 처리되지 않아 안전행정부가 없는 상태인데 어떻게 장관을 임명하겠냐"며 "정부조직개편안이 처리되면 바뀐 법에 따라 장관을 임명하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둘러 장관을 임명하지 않는 것 역시 정부조직개편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기 위한 시위용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정부조직개편안의 극적 타결을 위한 내부 논의에 들어갔고, 숨 고르기 용으로 이날 하루 일정을 비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공식 일정 없는 하루를 통해 박 대통령은 인사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한 것 같다. 특히 국정원장과 검찰총장, 국세청장 등 권력기관장 인선과 관련해 본격적으로 후보군을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안보 위기가 불거진 상황인 만큼 국정원장 인선만큼은 정부조직개편과 무관하게 서두르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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