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사회복지공무원, 그녀 탓이 아니다

2013. 2. 28.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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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이배 기자]

지난 2월 26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주민센터에 근무하던 사회복지직 공무원(8급) 00주무관이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투신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것도 5월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미리 언급하지만 이번 사건은 단순히 업무과중에 의한 개인적인 선택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문제들이 결합하여 장기적으로 누적되어온 것들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하고 싶다. 참고로 필자는 2000년부터 2011년까지 부산에서 사회복지공무원으로 근무를 한 경험이 있고, 사회복지행정연구회라는 사회복지공무원모임에서 임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턱없이 부족한 사회복지인력, 너무 많은 업무

현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1987년 사회복지전문요원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는데, 그냥 일반적 공무원을 뽑으면 될 것을 굳이 사회복지공무원으로 뽑게 된 것은 그들이 다루는 대상자의 독특성 때문이었다. 대상자들은 단순히 재정적 지원만 해서는 안 되는 유별난(?) 대상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상담기술과 자립기술 등 다양한 기술들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술을 겸비한 전문가를 공무원으로 채용하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것이었다.

초기부터 신분상의 문제가 있었으나 2000년 이후 기초생활보장법 시행으로 인해 관련 인력이 점차 확대되었다. 그러나 익히 아시다시피 복지영역에는 2000년 이후 기초생활보장업무 이외에도 다양한 복지사업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복지"라는 이름이 붙은 업무들은 고스란히 그들의 몫이 되었다. 우스갯소리지만 '복지부동' 공문조차도 복지부서로 전달될 정도였다. 문제는 그에 걸맞는 인력충원이 동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무리 복지국가를 지향한다고 떠들어도 예산만 갖춘다고 될 일이 아니라 그것을 집행하는 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고 예산과 프로그램은 늘어났으되 그것을 실행할 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필자는 오랫동안 사회복지전달체계를 공부해왔는데, 단언컨대 거의 대부분의 공공사회복지인력 추계 논문은 현 인력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대폭적인 인력증원이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인력문제는 정말 고질적이고 악질적인 문제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인력의 문제는 너무나도 심각하다. 상당수의 사회복지공무원은 민원 업무가 너무 많아 수급자 방문을 거의 하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며, 심지어 수급자 세대수가 너무 많아 누가 누군지 모르는 실정이다. 거기다 너무 많은 복지 관련 프로그램으로 인해 지침조차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랬기에 2011년에 사회복지공무원 7000명 증원계획이 나오기도 했다(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순수채용은 3500명 수준임). 인력 증원이 시작되는 시기에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현장을 보면 여러 사례에서 발견된다. 첫째, 인력증원을 이유로 추가업무를 내려준다. 둘째, 인력증원을 이유로 기존에 업무를 지원해주던 인력을 빼간다.

첫째 사례의 경우, 대표적인 사례가 교과부 업무 중 교육비 신청업무를 보건복지부가 맡게 된 사례이다. 즉 보건복지부가 업무를 맡게되면서 고스란히 사회복지공무원의 업무가 된 것이다. 이전에도 일선 사회복지공무원의 업무하중은 엄청난 상태였는데 이 상태에 또 다른 추가업무를 맡게 된 것이다.

물론 교과부와 보건복지부가 이런 저런 대안을 제시했지만 현장에서는 큰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업무가 추가되면 추가된 업무만큼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이전 업무까지도 못하게 된다.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의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게시판에 들어가보면 2월 사회복지업무는 말 그대로 지옥 또는 아비규환이라고 한다. 찾아가는 복지를 위해 만든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만든 이후 업무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났다고 말한다.

둘째, 현 사회복지인력 구성은 읍면동의 경우,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사회담당 일반공무원, 복지도우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읍면동의 경우, 사회복지공무원이 충원되면 사회담당 일반공무원의 업무를 조정하는 방식 또는 일반공무원을 다른 업무로 빼가는 방식으로 인력충원을 하더라도 실제 사회복지 총업무량에는 변동이 없는 사례가 보인다.

특히나 사회복지업무에 대해 잘 알지못하는 인사권자나 상급자는 복지업무는 당연히 복지담당자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업무하중에 상관없이 사회복지전담공무원에게만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첫 번째 사유와 같이 업무가 더 추가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이 일반행정직과의 직렬 통합을 요구하기도 한다. 즉 직렬을 구분해 놓으니 과중한 사회복지업무가 일손이 부족한 사회복지직에만 몰리니 인력증원을 해주지 않는다면 아예 행정직과 통합을 해달라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았지만 사회복지직은 일반직에 비해 승진이나 기타 대우에서 차별을 받아왔기 때문에 직렬통합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나온 안타까운 대안인 것이다.

또한 보다 효율적인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해 지금까지 시기적으로 사회복지전달체계 개편 논의가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모두 실패했다. 시범보건복지사무소-시범사회복지사무소-주민생활지원서비스-현행 희망복지지원단까지 이러한 개편 논의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인력충원과 조직의 문제였다. 그런데 항상 대책에서 빠진 것은 인력문제였다. 인력없이 이런 저런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나마 복지지체 상태였던 MB정부 하에서 인력증원이 확정되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보았을 때 위기와 파국을 막기위한 고육지책에 가깝다.

왜 인력문제 해결되지 못하나?

핵심은 너무 많이 늘어나버린 사회복지업무이고, 거기에 비해 사회복지인력의 증가속도는 턱없이 낮다는 점이다. 사회복지업무를 줄이든지, 인력을 늘리든지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문제는 지자체에서 사회복지공무원을 증원하는 것도 쉽지 않다. 증원은 곧 인건비 부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단체 소속으로 이른바 공무원정원제와 유사한 총액인건비제라는 제도에 묶여 자치단체장이 인력확보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 한 함부로 인력을 증가시키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2011년에 계획된 사회복지직 인력 확충 계획은 그래서 중앙정부에서 지자체에 대해 인건비 지원을 한시적으로 제공한다는 조건에서 가능한 것이었는데 자치단체들 입장에서 보면 임용 이후 장기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아 공무원에 대한 필요욕구는 있으나 실제 임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3년간 한시적으로 신규 채용되는 복지담당 공무원의 인건비 70%만을 부담키로 하면서 이후엔 전액 지방재정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보면 중앙에서는 총액인건비제로 규제하면서 대규모로 인력을 충원하라는 이율배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의의 배경에는 다소 거시적이지만 작은정부론(국민, 언론:공무원뽑지말자)-공무원충원자제(기재부, 행자부: 총액인건비제)-사회복지공무원 충원자제(지방자치단체, 시군구) 등으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문제가 놓여있는 것이다. 또한 더 심각한 문제는 단순히 인력증원문제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곤란하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사회복지전달체계가 가진 또 다른 구조적인 문제가 놓여 있다.

사회복지전달체계 개편, 복잡하지만 단순한 문제

인력문제와 함께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한 축을 이루는 것이 전달체계 개편 문제이다. 현재 사회복지업무는 일반 행정조직 이를테면, 시군구-읍면동으로 이어지는 종합행정체계에 속해있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무수한 문제들이 있다.

사회복지업무는 일반 행정과 다른 독특성이 존재하는데 이를 동일선상에서 업무를 처리하듯이 집행할 때 발생하는 문제이다. 사회복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지자체장-담당부서장-읍면동장-일반행정직 선임자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사회복지업무가 가진 특성이 전혀 발휘되지 못하는 것이다. 사회복지업무를 바라볼 때, 등초본 발급하는 업무를 보듯이 바라보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업무는 가치내재적 또는 윤리내재적인 측면이 강한 업무가 많고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업무환경이 되어야 하는데 경직된 관료제적 구조하에서 업무를 추진하기가 곤란한 점이 많다. 현재 대부분의 사회복지공무원들은 전문성 차원에서 본다면 일반직 공무원과 업무 수준이 거의 동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차이가 조금 있다면 사회복지마인드 정도랄까. 업무의 대부분을 모니터를 보면서 서류정리하는데 업무시간 대부분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럴거면 왜 사회복지직렬로 구분해서 뽑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여기에 대한 다양한 대안 중 하나로 제시되는 것이 기본적으로 종합행정체계에서 분리하는 방법이다. 읍면동에서 분리되거나 그 상급기관인 시군구가 분리되거나 아예 전체적으로 사회복지업무를 별도의 조직으로 분리하는 방식으로 효율화하고자 하는 방식이다.

적정업무량, 적정인력 그리고 새로운 전달체계

인력문제 근본적으로 고민할 시점이다. 적정한 업무량을 적정한 인력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현행 사회복지전달체계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전달체계 모형으로 국민에서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공무원을 지방자치단체소속으로 하여 지자체에 부담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국가공무원화 하고 국가에서 전액 인건비를 부담하여 국가가 복지를 책임지고자 하는 태도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복지국가를 지향한다는 박근혜 정부가 할 일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사회복지학 박사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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