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공무원의 하소연 "우리가 죽을 지경"

홍영선 2013. 2. 2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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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사각지대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하루' 동행취재

[CBS 홍영선 기자]

전국 1만4천여명의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은 기초생활 수급 등 각종 복지정책 업무를 담당하며 장애인, 노인 등의 복지를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기도 성남시와 용인시의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회복지직 공무원이야말로 정작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CBS 노컷뉴스는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하루를 동행 취재했다. [편집자주]

27일 서울시 강서구의 한 주민센터 사회복지팀. 2011년 11월부터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 9급 공무원 윤지후(32·가명) 씨는 출근해서 채 컴퓨터 전원을 켜기도 전부터 상담을 시작해야 했다.

쌀 지급을 받으러 온 기초생활 수급자 60대 할머니부터 70대 노인 일자리 지원자, 교육과학기술부 교육비 지원 신청자 등 다양한 민원인들이 새벽부터 주민센터 앞에 줄을 섰기 때문이다.

주로 장애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윤씨였지만 자리에 앉은 직후부터 상담 요청은 쉴 틈도 없이 이어졌다. 거의 5분에 1명꼴로 민원인이 사회복지팀을 찾았다.

윤씨가 근무하는 주민센터 근처에는 임대 아파트 단지 11곳이 있다. 특히 영구임대 아파트 단지도 4곳이나 된다. 눈보라와 비바람이 몰아쳐도 복지 수요가 끊이지 않는 곳으로, 다른 센터의 10배 가까운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이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24명의 직원들 중 사회복지 업무를 맡고 있는 14명은 하나같이 자리를 뜨지 않고 전산 업무를 보거나 전화통화를 하고, 또 민원인을 만나 무언가를 설명해야 했다.

윤씨가 자리에서 엉덩이를 뗀 유일한 시간은 부족한 A4 용지를 가지러 가거나 문서를 파쇄할 때 뿐이었다.

◈ 협박·욕·인신공격에도 속수무책... 벙어리 냉가슴만 끙끙

오후 1시쯤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주민센터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장애인이라고 주장하는 조모(60) 씨가 자신의 옆집에 사는 장애인이 부정 수급을 받고 있다며 윤씨에게 조사를 요구한 것이다.

조사 권한이 없으니 구청 관계 부서에 민원을 신청할 것을 권유한 윤씨에게 조씨는 생떼를 쓰며 민원을 해결해주지 않고 떠넘긴다며 호통을 쳤다.

윤씨에게 이 정도는 가뿐한 수준이었다. 무조건 돈을 달라고 소리를 지르거나 의자를 걷어차고 심지어 동장에게 발길질하고 죽인다고 한 사람도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술을 먹고 주민센터를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와서 어려운 이야기를 못하니까 한 잔씩 걸치고 술기운에 이야기하면서 성질을 내는 거죠. 욕설은 기본이고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분들을 상대할 때마다 한숨이 나오죠... 저도 인간이잖아요" 윤씨의 토로다.

문제는 악성 민원인들이 폭행하거나 난동을 부리고 기물을 파손해도 어떻게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윤씨는 "경찰을 불러도 악성 민원인들은 금방 풀려나오고 다시 또 주민센터로 오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감정노동과 스트레스가 심각하지만 이를 해소할 방법은 전무하다. 윤씨는 "선배들과 밥먹으러 가서 이야기하고 선배들이 '네가 잘 참았다'는 말을 듣는 것 외에는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씁쓸해했다.

◈ 읍면동 주민센터 사회복지직 공무원 업무는 태산

오후 3시부터 퇴근할 때까지는 처리하지 못한 전산 업무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윤씨가 맡고 있는 장애인 수급 대상자만 190여세대. 부담이 큰 장애인 업무라 상대적으로 숫자는 적다. 기초수급 대상자를 맡는 공무원은 500여세대 넘게 맡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특히 사회복지 성수기로 꼽히는 2~3월에는 업무가 정말 물 밀듯이 몰린다. 보육료 신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임대주택 신청 기간이 맞물리다 보니 거의 매일 야근이 이어진다.

설상가상 올해부터는 교과부가 맡아 하던 초·중·고등학교 교육비 계산·신청 업무까지 주민센터에 넘겨졌다.

윤씨는 "공무원하면 칼퇴근의 상징으로 알고 있고 나도 그렇게 알아 열심히 공부해 공무원이 됐지만 칼퇴근을 해 본적이 거의 없다"면서 "밤 10시나 11시에 퇴근해서 친구를 한 번 만날 때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꼬박 일에 파묻혀 지내고 받는 월급은 기본급이 120만원 남짓. 세금으로 20여만원이 빠져나가고 각종 수당을 합쳐 실질적으로 윤씨가 손에 쥐는 돈은 한달에 100만원에 불과하다.

선수경 한국사회복지행졍연구회 회장은 "정부 부처에서는 포퓰리즘이란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복지 정책을 내뱉지만 이 하나하나가 읍면동 주민센터에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업무로 공무원들을 옥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복지직 공무원 중 약 75%가 여자인데 임신이나 출산 등으로 휴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이에 대한 체계적인 인력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가 만난 한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다음과 같은 말로 자신들의 어려움을 표현했다.

"우리가 죽을 지경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하겠다는 열정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후회스럽기도 하다. 찾아가는 복지 얘기가 나오는데 이런 현실 속에서는 불가능한 얘기다"ho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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