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의 조선같다"..궁지에 몰린 한국경제

2013. 2. 28.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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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성진 황철환 배영경 오예진 기자 = 구한말 당시 조선은 병든 사슴처럼 힘이 없었고 사자같은 세계 열강들은 군침을 흘렸다.

당시에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등 세계 열강들이 조선에서 이권을 챙기기 위해 끝없는 각축을 벌였고 조선의 국운은 바람앞 촛불처럼 흔들렸다. 중국(청)과 일본은 한국에 군을 보내 충돌하는가 하면 미국은 일본과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통해 일본의 한국 패권을 묵인했다.

현재의 한국 경제가 구한말과 비슷한 어려움에 빠졌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적지 않은 기업들이 미국의 지지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엔화 절하' 조치에 휘청거리고 있다. 이른바 `환율전쟁'의 직격타를 맞고 있는 것이다. 또 최근 들어 중국계 자금은 한국 주식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중국의 자금이 한국주식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산업 경쟁력은 일본에 밀리고 중국에 추격당하는 `샌드위치' 상태에서 고전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대외적 불안을 헤쳐나가야 할 한국 경제가 성장 탄력을 잃고 저성장ㆍ저고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韓 자본시장, 외자(外資) '각축전'…中 큰손도 가세

한국 증시의 특징은 외국인 자금 비중이 다른 주요국에 비해 크게 높다는 점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종가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포함한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은 420조401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시가총액(1천289조4천752억원)의 32.57%에 해당한다. 금액 기준으로 볼 때 외국인이 한국 기업의 주식 3분의 1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비율은 2004년 한때 40%를 넘어서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외국인 주식소유제한 및 1인당ㆍ종목당 주식취득한도를 폐지하는 등 외국인에게 증시의 빗장을 완전히 열었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금이 자유롭게 들어와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끈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전체가 해외 악재에쉽게 흔들리게 됐다.

예컨대 작년 8월 유로존 재정위기가 발생했을 당시 사태의 진원지였던 미국 다우존스 지수가 7% 빠지는 동안 코스피는 17%가 넘게 폭락했다. 외국인들이 4조5천억원이 넘는 주식을 한 번에 팔아치우면서 '패닉'이 발생한 것이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ATM 코리아'란 말이 나돌았다. 국제금융시장에 충격이 올 때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금자동인출기(ATM)에서 돈을 뽑듯 자금을 빼내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국계 자금까지 한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급격히 늘려가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중국계 자금의 경우 영국계 등 초단기 자금의 유출입에 따른 변동성을 완충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日, 美 묵인 속 당당히 '엔저공세'

올해 한국 경제의 최대 화두는 '환율'이다.

일본의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으로 촉발된 급격한 엔저 현상이 한국의 주요 수출산업에 심각한 악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은 지난 수년간 코스피 지수를 끌어올린 자동차와 전기전자(IT)다.

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은 작년 10월31일 49조4천500억원에서 지난달말 45조1천600억원으로 8.7% 감소했다. 기아차는 낙폭이 더욱 컸다. 이 종목의 시총은 같은 기간에 14.7%나 증발했다.

지난달 삼성전자의 주가도 엔저 우려에 따른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3일 154만3천원이었던 주가는 같은 달 28일 137만2천원으로 11.1% 떨어졌다. 이 기간에 25조2천억원의 시총이 날아간 셈이다.

이밖에도 화학, 기계, 운수창고 등 대부분 업종이 올들어 주가가 떨어졌다.

원고ㆍ엔저 흐름이 이어지면서 주요 수출기업의 실적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에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탓이다.

반면, 일본 증시는 한국기업과 경합 중인 업종을 중심으로 지난 두달간 14%나 급등했다.

결과적으로 엔저는 '이웃나라 거덜내기'가 된 셈이지만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이를 용인하는 태세다.

지난 11일 라엘 브레이너드 미 재무부 차관은 엔저를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하려는 일본의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이번 달 중순에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일본의 경기부양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지난 24∼25일 이틀간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이 과반 정당 선출에 실패해 유로존 위기가 재부각되면서 엔화 가치가 급등하기도 했지만 증권가 전문가들은 이는 일시적 현상이며 당분간 엔저기조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성장ㆍ저고용…한국 경제 갈 길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외변수가 국내 '정책'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급격한 엔저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란 채권시장의 기대가 한 예가 될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기준금리를 조정해 환율에 대응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원화의 결제규모와 시장내 비중 등을 고려하면 금리인하에 따른 정책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도 "효과가 없지는 않을 것이지만 단기적일 것"이라면서 "금리인하나 재정상 부양은 단기적 처방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실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2.75%로 넉 달째 동결한 상태다.

당국의 정책 효과가 단기적인 데 그치는 만큼 결국은 '실력'으로 파고를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 경제는 최근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떨어지고 실질경제성장률과 잠재경제성장률간 격차가 벌어지는 등 성장 탄력을 잃어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와 민간경제 연구소들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현재 3.01∼3.70%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1990∼2000년 6.5%나 2001∼2010년 4.2%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생산자원을 최대한 활용했을 때 달성 가능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말한다.

우선 한국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력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낮아진 데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고령화로 노동투입 측면에 문제가 생겼고, 과거처럼 대규모 자본투입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이기도 과잉투자 문제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구가 곧바로 늘어날 수 없는 만큼 활용률을 높여야 한다"면서 "취직은 안되는데 학력만 높아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직업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연구개발(R&D) 투자도 더 적극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도 경쟁력 제고에 힘써야 한다. 특히 내수 침체의 장기화 가능성을 고려할 때 적극적인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수출입은행 산하 해외경제연구소 김유신 부부장은 "엔저로 큰 타격을 입은 자동차 업종 중에서도 대기업과 함께 해외 진출이 활발했던 납품업체들은 좋은 성과를 거둔 곳이 많다"고 평가했다.

그는 "세계 경제위기 이후 특히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이 많이 위축됐는데 다른 국가의 기업보다 경쟁력을 갖추려면 적극적인 해외 투자가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기존 수출 업종에 매달리기보다 새로운 분야나 지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한금융투자의 최창호 투자전략부 연구원은 "환율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으면서도 일본 시장에서의 성장성까지 갖춘 게임 산업이나 서비스 산업이 엔저 시대의 잠재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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