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학점이 왜 C죠?"..대학가 맴도는 헬리콥터 맘

이정혁 2013. 2. 2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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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는 '학부모회' 정기총회 개최하는 등 적극적 활동"지나친 간섭은 교육의 자율성 해칠 가능성 높아"

[이데일리 이정혁 기자]서강대학교에서 인문학을 가르치는 김모 교수는 지난해 12월 한 학부모로부터 "성적이 이상하다"는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이 학부모는 "아들이 분명 기말고사를 잘 봤다고 했지만 성적은 정반대로 나왔다"면서 "전체 평점이 떨어지지 않도록 성적 정정기간 마감 전에 점수를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김 교수는 해당 학생의 시험지를 다시 봤지만 채점에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학부모의 요구를 거절했다.

김 교수는 "당사자인 학생은 성적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데 학부모가 이메일과 전화를 걸어 다시 봐 달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치맛바람이 거센 학부모들은 자녀가 대학생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고등학생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어이없어 했다.

대학가에 '치맛바람'이 거세다. 학부생은 물론 대학원생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일부 명문대 학부모들은 '학부모회'를 결성, 정기총회까지 개최하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대학교의 한 교수는 "최근 몇년 새 자녀의 스펙을 신경 쓰는 등 사사건건 간섭하는 학부모들이 크게 늘었다"며 "의대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는 학부모회, 발전후원회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교수들을 직접 만나기도 한다"고 귀뜸했다.

실제로 의대나 의학전문대학원이 설치된 상당수 대학은 초등학교에나 있을 법한 학부모회가 활발하게 운영된다. 학부모회는 주로 발전기금을 기부하고 학교에 불만을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고려대학교 의대 학부모회가 지난해 5월 개최한 정기총회는 130여명이 넘는 학부모가 몰렸다. 연세대학교 의대와 치과대학 학부모회는 지난해 각각 5400만원과 4700만원의 발전기금을 학과에 내놓는 '통큰 기부'를 했다.

의대가 아닌 학과도 사정은 비슷하다. 학부모들은 인터넷 악성댓글로 추락한 '학교의 위상'을 두고 학교 관계자들을 따로 만나 대책을 논의하거나 자녀의 학과 교수를 수시로 찾는다.

숭실대학교의 김모 교수는 "학부모들이 학교에 관심을 가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교수도 학부모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털어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여는 대학도 등장했다. 서강대학교와 서울여자대학교는 지난 21일 신입생 학부모 간담회를 열고 장학제도와 동아리 현황, 취업 프로그램 등 대학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뿐 아니라 교수들과 따로 만나는 자리도 마련했다.

전상진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해진 탓에 자녀가 대학에 입학해도 중·고등학생처럼 성적 등 경력을 직접 관리하는 '헬리콥터 맘'이 등장했다"면서 "대학생이 된 자녀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교육의 자율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헬리콥터 맘이란

자녀가 성인이 된 뒤에도 자녀 주위를 헬리콥터처럼 맴돌면서 성적과 취업 등 온갖 일에 발 벗고 참견하는 엄마를 뜻한다. 대학입시와 취업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등장한 신조어다.

이정혁 (utopi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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