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 장악한 조폭, 지방의회 진출도 노렸다

2013. 2. 27.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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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조직원을 공부시켜 지역 대학들에 진학시킨 뒤 총학생회를 장악하고 정계에까지 진출을 꾀한 조직폭력단이 적발됐다. 조폭이 새로운 이권을 찾아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실제로 발생한 것이다.

전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폭력조직을 결성해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범죄단체 구성 및 활동)로 전남 순천 J파 두목 박모 씨(46)와 행동대장 김모 씨(40) 등 간부급 4명을 구속하고 부하 조직원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 등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순천지역 2개 대학에 조직원 30여 명을 입학시킨 뒤 이들 중 18명을 총학생회장에 당선시켜 교비와 학교 지원금 4억여 원을 횡령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폭 총학생회장' 가운데 4명은 지난해 6월 구속됐다.

새로운 자금줄을 찾던 J파는 대학 총학생회에 눈독을 들였다. 조직원들에게 대입 검정고시를 보거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게 해 대학에 입학시켰다. 그러고는 총학생회 선거에 나가게 했다. 선거 과정에서 회장에 출마하려는 학생들을 협박해 포기하게 한 뒤 대부분 단독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전문대(2, 3년제)인 A대학에서 9명, B대학에서 9명의 총학생회장을 낸 데 이어 지역의 4년제 국립대 총학생회장까지 배출했다.

A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조직원 박모 씨(31)는 2008년 국립대인 S대에 편입해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하자 한 차례 휴학 후 복학해 2011년 11월 총학생회장에 단독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같은 패거리 행동대원인 손모 씨(37) 등 4명도 2008부터 2011년까지 B대학의 총학생회장을 대물림했다.

이들은 대학 감사 체제가 허술하다는 점을 악용해 대학 축제 등 행사비로 지급되는 학생회비와 교비를 빼돌렸다. 이들은 빼돌린 돈을 벌과금 납부와 유흥비, 가족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고 이 중 4000여만 원은 선배 조직원 10명에게 상납했다. 경찰은 지난해 1월에도 전남 광양지역 대학 총학생회에 진출해 8년간 학생회비 등을 빼돌려 쓴 혐의로 김모 씨(37) 등 광양지역 폭력배 9명을 구속하기도 했다.

경찰은 J파가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조직원을 장기적으로 지방 정계에 진출시키는 목표까지 세웠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된 총학생회장 출신 조직원은 내년에 치러지는 지방의회 선거에 출마를 준비했다"며 "폭력조직이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올해도 순천지역 2개 대학 총학생회장에 조폭 조직원이 당선됐다는 첩보를 입수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박 씨 등은 7개 항목의 행동강령을 만들어 조직을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행동강령에는 '민간인과는 싸우지 않는다. 반대파에게는 지면 안 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버스는 타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J파는 1980년대 초 순천의 한 극장 사거리 부근을 무대로 결성됐다. 경찰은 박 씨가 행동대원이던 2006년 8월경 조직원 20여 명을 데리고 기존 두목의 집을 습격해 조직을 장악하고 두목 자리에 올랐다고 밝혔다.

무안=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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