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洑) 막으면 녹조 심할텐데".. 朴정부 환경부의 고민

박은호 기자 2013. 2. 27.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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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후 4대강 사업 재평가 움직임.. '4대강 살리기 본부' 이달 말 공식 폐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부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25일 4대강 사업을 "이명박 정부가 남긴 숙제"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엄정한 중간 평가를 거쳐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고강도 검증을 예고한 것이다.

윤 후보자뿐 아니라 4대강 사업에 대한 새 정부의 '비토(veto·거부)'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4대강 사업 추진 주체였던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 본부'가 국토해양부 측 희망과는 달리 이달 말 공식 폐지하기로 최종 결정됐다고 정부 소식통이 26일 밝혔다. 국토부는 추진 본부의 활동 시한을 작년 12월에서 올해 2월 말로 1차 연장했다. 이어 "4대강 사업에 대한 민간 전문가들의 평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등 이유로 2차 연장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그럴 필요가 없다'며 이 같은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정부 내에선 "4대강 사업에 대한 새 정부의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치"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의 부실공사 등을 지적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국무총리실이 이를 반박하며 '민간 전문가에 의한 4대강 사업 평가'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도 새 정부 측 인사들은 'MB(이명박) 정부의 포석'이라며 반감(反感)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전임 정부가 (정권 교체 사흘 전인) 지난 22일 토목학회 등에 평가를 맡기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라며 "그러나 (새 정부는) 전임 정부가 짜놓은 이 같은 틀을 따라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 평가를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는 새 정부가 결정해야 당연한데 전임 정부가 평가 주체를 선정하는 등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 실무 책임자인 심명필 전 4대강사업추진본부장이 지난해에 차기(2014년) 토목학회 회장으로 선임돼 토목학회가 실시하는 4대강 평가가 객관성을 잃을 우려가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배경에는, 새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불가피하게 떠맡았지만, 예상되는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는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듯 강 중간에 세운 대형 보(洑·댐)로 인해 강바닥이 깊게 파헤쳐지는 세굴(洗掘) 현상 <그래픽 참조>등 부실 공사 문제와 4대강의 녹조(綠藻) 현상 등 수질 악화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불거질 수도 있다.

정부 소식통은 "녹조를 막으려면 보 수문(水門)을 개방해 강물을 흘려보내야 하는데 그렇게 하자니 세굴 현상 등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고, 그렇다고 수문을 막아두면 수질 악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dilemma)를 떠안은 새 정부로선 4대강 사업을 '덕 될 게 없는 골칫덩이'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 정부는 향후 민간 전문가에 의한 '4대강 사업 중간 평가'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많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스스로 해법을 내놓기보다는 중립적인 전문가 집단의 객관적인 평가를 토대로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4대강의 보 안전성 문제 등을 검토한 뒤 "보 해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다수 견해가 나오고, 이에 대한 국민 합의가 이뤄질 경우 자연스럽게 새 정부가 보 해체 작업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 찬성론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 세금을 들여 지은 4대강 보를 몇년 만에 허문다는 것은 상식 밖의 얘기"라며 "댐을 지으면 녹조 현상이 생기는 것처럼 4대강에서 발생하는 녹조 문제도 어쩔 수 없는 자연적인 현상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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