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못채우면, 의사들도 해고되는 세상..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와

2013. 2. 2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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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의료수가 인하와 경기불황 여파로 경영난에 봉착한 종합병원들이 진료 실적이 미진한 의사들을 상대로 재계약을 거부하는 식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병원의사협회는 이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결국 환자들이 과잉진료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며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대형병원에서 7년 동안 월급을 받는 봉직의사로 일해온 A 씨는 최근 병원으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돈을 못 번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A 씨는 2월 말까지 이 병원에서 일을 한 뒤 3월부터는 다른 병원으로 옮기거나 개인병원을 개업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이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B 씨는 재계약에는 성공했지만, 역시 병원측에 불려가 "돈을 못벌면 나가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병원측은 이에 대해, "재계약 여부는 실적으로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며,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의사들에 대한 실적 압박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진다. 일부 병원에서는 의사별 진료 실적을 진료창에 띄워 매일 확인하게 하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각 진료과의 환자 수, 전체 병원에서 차지 하는 수익 비율 등을 비교하는 팝업 창을 하루 두 차례씩 띄우기도 한다. 이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한 병원관계자는 "실적 압박을 위한 용도가 아니다"고 해명하면서도 환자수 비교 팝업창을 띄우는 명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의사들에게 매년 사업계획서 등을 받으며 이 계획서가 병원에서 요구하는 매출 수준에 맞지 않을 경우 반려시키는 방법으로 매출 압박을 주기도 한다.

대한병원의사협회에 따르면 이런 방식으로 실적 압박을 받은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권유할 가능성이 높다. 또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들은 의사의 권유를 따를 수 밖에 없다. 환자들의 상태에 맞게 진단을 해야 하는 진단 지침이라는 것이 있지만 이는 참고사항 일 뿐 의무사항은 아니다. 매년 받을 필요가 없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자고 하고, 폐암진단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흉부 엑스레이를 찍자고 하는 의사도 생긴다. 병원측이 무리하게 환자를 받는 덕분에 1시간을 대기하고 3분을 진료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대한병원의사협회 관계자는 "병원이 비영리법인이지만, 사실상 영리법인처럼 운영되고 있다"면서 "의사들에 가해지는 실적 압박은 환자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봉직의사들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한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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