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고액 혼수보다 큰 문제는 공감 실패

2013. 2. 2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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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권진경 기자]

지난 24일 방송된 KBS 2TV < 남자의 자격 > 은 윤형빈과 정경미가 멤버들을 상대로 게임을 해 혼수를 마련하는 장면을 그렸다. 두 사람은 커피머신, 소파, 김치냉장고 등을 혼수로 받았다.

ⓒ KBS

지난 24일 방영한 KBS <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 (이하 '남자의 자격')이 고액 혼수 선물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 남자의 자격 > 은 지난 22일 결혼한 윤형빈의 결혼을 축하해주기 위해, 멤버들이 게임을 통해 윤형빈-정경미 부부가 원하는 혼수를 선물하는 과정을 담았다. 결혼 축의금 대신 예비부부가 원하는 선물로 결혼을 축하하는 서양 풍습인 '웨딩레지스트리'로 새 출발을 응원하는 취지는 좋았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경조사는 으레 다가오기 마련인지라, 축의금 대신 선물을 주는 새로운 축하 풍습은 '남자가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 미션에도 그럭저럭 맞아 떨어져 보인다.

하지만 윤형빈과 정경미 부부가 원하는 물품은 고가 선물들이 대다수였다. 윤형빈과의 게임에 져, 약속대로 그들 부부가 원하는 물건을 사줘야하는 멤버들도 생각 이상 가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특히나 250만원짜리 커피머신(실제 지불 가격은 163만 93백원)을 선물해야하는 이경규의 표정에는 당황함이 역력했다.

이윤석과 김태원이 부부에게 선물한 소파와 김치 냉장고는 신혼살림에 있어서 필요한 물품으로도 볼 수 있겠다. 요즘은 집에서도 커피를 직접 내려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예전과 다르게 커피머신도 개인 취향에 따라 신혼 물품 목록에 포함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결혼을 축하한다는 좋은 취지라고 해도, 대한민국 평균 월급에 가까운 가격을 자랑하는 커피 머신을 그것도 수많은 시청자들이 보는 방송에서 굳이 선물해야 하는지의 지적은 피할 수 없다.

물론 < 남자의 자격 > 에 출연한 연예인 대부분은 평범한 일반인들에 비해 소득이 높은 편이다. 그들이 윤형빈에게 사석에서 직접 고가의 선물을 사주거나 고액의 축의금을 주는 것은 하등 논란이 될 일도 아니다.

지난 24일 방영한 KBS <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 한 장면

ⓒ KBS

그러나 < 남자의 자격 > 은 고액의 결혼 선물을 사줄 수 있는 이들을 위한 방송이 아닌, 여러 사람들이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윤형빈을 위한 '웨딩레지스트리'를 굳이 101가지 미션에 추가시킨 것은 고액 혼수를 장만할 수 있는 연예인들의 재력을 자랑하는 것이 아닌, 축의금 대신 선물로 축하하는 색다른 풍습을 알리는 취지가 숨어 있었다.

그러나 250만원의 커피 머신이 과연 신혼 생활에 정말로 필요할까하는 논외와 별개로, 거액의 선물이 오고가는 남다른 '웨딩레지스트리'는 제작 의도와 다르게 공감대 형성은커녕, 수많은 시청자들의 허탈감을 안기는데 충분했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으로 다소 늦게 출발한 < 남자의 자격 > 이 오랜 세월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주 시청자들을 목표로 한 중년 남성들의 소소한 공감대를 자아내는 미션 수행과정에 있었다. 마라톤, 유기견 동행, 자격증 획득, 건강검진, 지리산 등산 등 출연진들의 도전기는 다른 예능 미션에 비해 거창하진 않지만, 시청자들에게 있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도전 의식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반면 취지는 좋았으나 다수의 시청자의 생활과 괴리된 고액 혼수 선물이 '남자가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 일'을 표방한 < 남자의 자격 > 에 맞는 미션인지는 곰곰이 생각해볼 숙제다. 현재 프로그램 방영 이래 최대 논란을 겪고 있는 < 남자의 자격 > 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공감대 형성'이란 초심 찾기가 절실해 보인다. 때로는 위기가 약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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