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진 최일구 빠진 MBC, 도대체 볼 게 뭐지?

2013. 2. 2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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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모의 테마토크]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기자로서의 품위유지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상호(45) 기자가 해고됐다. 이 기자는 이른바 '삼성 X파일'을 파헤친 바 있다.

언론사상 초유의 장기파업 참여 이후 한직을 떠돌던 최일구(53) 앵커는 모멸감과 배신감에 결국 사표를 던지고 30년 가까이 정을 쌓아온 직장과 헤어졌다.

그리고 아직 젊디 젊은 간판 아나운서 오상진(33)이 사표를 던졌다. 역시 파업 이후 방송에 복귀를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내린 극단의 결론이었다.

모두 최근 MBC에서 일어난 일이다. 기자가 재벌이라는 경제계와 검찰이라는 관계의 유착을 의심하고 파헤치는 게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기자로서의 품위를 망치는 일인가? 그렇다면 기자는 정관계에서 릴리즈하는 보도자료만 앵무새처럼 읽고 초등학생처럼 받아쓰기만 해야 하는가?

최 기자와 오 아나는 MBC의 간판 얼굴이었다. 최 기자는 저녁뉴스를 책임졌던 앵커였고 오 아나는 시사 교양 오락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가장 빛나게 활동하던 MBC 아나운서계의 '젊은 피'였다. 그런 그들이 동료들과 뜻을 합해 장기파업에 참여했다고 회사가 불이익을 줘 떠나도록 만들었다.

MBC 노조가 파업 때 외친 것은 딱 두 마디다.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 언론 사수였다. 일부 임원을 제외한 거의 전 직원이 대표이사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조원들이 MBC에 대한 진정한 애사심으로 공정한 언론을 사수하겠다고 파업했더니 밉게 보여 이리저리 한직으로 떠돌거나 일이 주어지지 않았다.

오상진 아나운서 입사 초기 MBC에서 아나운서 국장을 지낸 성경환 TBS 교통방송 대표는 지난 23일 저녁 자신의 트위터에서 '사랑하는 후배 오상진이 회사에 사표를 냈다고 한다.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가는데...그의 탁월한 역량은 우리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상실하고...힘든 세월 버텨내는 후배가 어디 오상진 뿐이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8년 장수 프로그램 '놀러와'의 후속으로 새롭게 편성된 '토크클럽 배우들'이 지난달 14일 전파를 탄 지 2개월만에 종영된다. 물론 MBC 얘기다. 오는 27일 마지막 녹화를 할 예정인데 고정출연자인 황신혜 심혜진 박철민 예지원 송선미 고수희 신소율 고은아 민지 등도 모르는 사이 폐지가 결정됐다고 한다.이 프로그램은 한 해 영화 관객 2억명 시대를 맞아 시청자들의 영화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만큼 영화배우를 스튜디오에 초대해 시청자들이 잘 알지 못하는, 궁금해할 만한 영화배우와 영화계 뒷얘기를 들어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그러나 애초부터 기획취지에서 어긋나 갈팡질팡하는 가운데 동시간대 경쟁작 KBS2 '안녕하세요'와 SBS '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비해 현저하게 뒤떨어지는 5% 안팎의 시청률로 고전했다.

MBC는 지난해말 공개적으로 사장 지시로 '시청률 1위 탈환'을 강력하게 외쳤다.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겠다는 전투적인 선언이었다.

하지만 MBC 고위층의 선언 혹은 의지와 실제 행동과는 손발이 잘 안 맞는 느낌이다. 시청률만 놓고 볼 때 이상호 최일구 오상진 등은 동료들에 비해 단연 탁월한 스타성과 지명도 그리고 실력 등을 겸비한 전투용 무기인데 그들을 활용하지 않고 창고에서 썩혀 결국 다른 군대로 가도록 만든 모양새가 그렇다.

시청률 지상주의를 표방하는 것에 비춰 '배우들'을 가차 없이 폐지한 결정은 일관성이 엿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곧바로 시청률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시작하자마자 시청률이 안 나온다는 이유로 무턱대고 문을 닫아버리는 미봉책으로 시청률이 오를 리 만무하다. 당장 급하게 그 시간대에 편성하는 'MBC 스페셜'이 '안녕하세요'나 '힐링캠프'에 경쟁력을 갖췄다고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MBC 고위층은 최소한 고민하는 모습이나 그 고민에 대한 현명한 해답을 내놓는 방법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배우들'이 좋은 거울이다. 애초의 기획의도대로라면 고정 출연자의 캐스팅부터 차별화했어야 했다. 제작진은 9명의 배우 중 '진짜 영화배우'라고 부를만한 배우가 누구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볼 일이다. 이미 전성기를 한참 지났거나 전성기도 경험해보지 못한 채 나이만 먹은 배우, 아니면 '듣보잡'인 배우들이 등장해 과연 시청자들에게 어떤 감동적인 스토리를 제공할 것이며 시청자들과 영화에 대해 진지한 공감대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없을 정도의 무성의한 캐스팅이었다. 인해전술로 밀어부치겠다는 단순한 발상은 기획단계에서 얼마나 무지했으며 MBC 자체의 예능감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만 여실히 보여줬다.

MBC의 노선대로라면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더라도 형편 없는 시청률로 고전한다면 폐지가 맞다. 하지만 여기에도 진지한 고민과 인간미가 조금은 남아있는 '아름다운 이별'이 필요하다.

시청자들은 이제 이 프로그램에 서서히 친숙해가는 과정에 있다. 아직은 열렬하게 성원을 보내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5%라는 시청층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MBC는 최소한 그들에 대한 배려로 '한 달만 특집으로 꾸려서 열심히 해보고 폐지할지 말지 결정하겠다'라는 식의 예의와 노력을 보였어야 했다.

출연진에게는 더욱 무례했다. 출연해달라고 모셔올 때는 정중하게 굽신거리더니 시청률이 안 나오니까 사전 통보나 양해를 구하는 법도 없이 자기들끼리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출연자들은 언론을 통해서야 알게 되도록 만드는 심한 결례는 도저히 두 눈 뜨고 봐줄 수가 없는 오만방자함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간판은 언론사지만 그 안에는 드라마 예능 오락 교양 등 다양한 콘텐츠가 존재한다. 방송사의 자존심이 뉴스의 시청률이라면 실제 돈벌이는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이 해준다.

최일구 이상호는 보도 프로그램에서 단연 시청률을 올려줄만한 기자들이었고 오상진은 시사 예능 오락 교양 등 다방면에서 버아이어티한 활약으로 회사의 수익에 일익을 담당할 아나운서였다.

그런 인재들을 일부 경영진의 입맛에 맞지 않는 정치성향을 지녔다고 용도폐기하거나 동맥을 끊어버린다면 드라마나 예능에서도 애사심을 갖고 전력투구할 사원은 없다. 소신에 따라 본분을 다하기 보다는 윗선의 정치성향에 따라 그 입맛에 맞추려는 '낙지부동'만 존재할 뿐이다.

물론 외주제작사는 그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편성이 지상최대의 목적이므로. 하지만 최고위층 경영진의 입맛에만 맞추려는 외주제작사의 제작방침은 결국 프로그램의 질의 저하와 정체성의 무색무취화를 가져올 것이고 그것은 시청률 꼴지 MBC의 고민만 더욱 짙게 만들 것이다.

소신껏 취재 보도하지 않는 기자는 기자가 아니고, 뉴스에서 기자다운 기자가 없는 언론은 언론이 아니다. 시청자가 뉴스를 외면하는 방송사는 방송사가 아니라 그저 외주제작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안방극장' 밖에 안 된다.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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