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승자의 저주.. 맥주 점유율 계속 추락

정성진 기자 2013. 2. 2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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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주류시장 판도 어땠나] 오비맥주가 점유율 56%로 1위 - 12월엔 격차 19%까지 벌어져 지방시장 주도권 뺏겨 타격.. 소주도 50% 넘던 위상은 잃어 진로와 합병 후 실적 악화일로 - 믿었던 영업망 통합도 역효과 진로 출신의 소외감 때문인 듯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해 탄생한 하이트진로가 '승자의 저주'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맥주 업계에서는 하이트맥주가 확실한 2위로 내려앉았다고 관측하고 있다. 소주도 2위 업체와 비수도권 지역의 소주회사에 밀려 옛날 점유율을 되찾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25일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하이트진로의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은 출고량을 기준으로 42.8%를 기록, 하이트가 오비맥주를 뒤집은 1993년 이후 처음으로 다시 오비맥주(53.6%)보다 낮아졌다. 수출을 포함한 출고량에서는 오비맥주 56.1% 대 하이트진로 43.9%로, 차이가 더 컸다.

2011년만 해도 국내 맥주 출고량만 따지면 하이트진로가 0.5%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수출을 포함한 출고량에서는 오비맥주가 1%포인트 앞서는 혼전이었다. 하이트진로는 2위 자리를 굳힌 것이다.

◇하이트진로 맥주 점유율 계속 하락

특히 작년 월별 추세를 보면, 하이트진로의 맥주시장 점유율은 시간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수출을 포함한 출고량을 보면, 두 회사의 점유율 차이는 작년 1월엔 5.4%포인트에 불과했지만 6월에는 9.8%포인트로 벌어지더니, 12월에는 18.6%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이는 하이트진로가 상대적으로 강했던 비수도권지역 시장을 오비맥주가 잠식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이트진로는 소주는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불안한 상황이다. 하이트진로의 소주 시장 점유율은 작년 출고량 기준으로 48.3%를 기록해 2위인 롯데주류(14.8%)를 앞서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상황은 별로 좋지 않다. 작년 하이트진로는 시장점유율 50%를 넘기기 위해 노력했지만, 넘은 것은 50.5%를 기록한 9월 딱 한 번이다. 하이트진로의 소주 시장점유율은 2009년 48.8%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그 이후에는 단 한 번도 회복하지 못했다.

◇점유율 하락 시점은 역설적으로 영업망 합병

하이트진로는 특히 2005년 결정된 합병 이후 갈수록 실적이 떨어지는 묘한 현상을 겪고 있다.

하이트맥주는 진로를 2005년 인수했지만, 공정위 결정에 의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영업망을 통합하지 못했다. 즉, 한 그룹에 속한 하이트맥주 영업사원과 진로 소주 영업사원은 한 식당에 가서 따로 영업을 해야 했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는 영업망만 통합되면 실적은 상승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회사만 합병되고 영업망이 통합되기 전인 2010년 하이트진로의 맥주는 점유율 54.3%를 기록하면서 1위였다. 영업망은 이후 단계적으로 통합됐는데, 점유율은 계속 떨어졌다.

소주도 2010년 점유율은 48.9%였다. 그러나 비수도권 지역의 업체들과 2위인 롯데주류가 약진하는 것을 하이트진로는 막지 못했다. 특히 롯데주류 점유율은 2006년에는 10%도 안 됐지만, 2011년에는 15.6%를 기록했고, 작년에도 6개월은 15% 이상이었다.

하이트진로 입장에서는 전형적인 승자의 저주가 나타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특히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문화 통합에 실패한 것이 크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임원 가운데 진로 출신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현재 임원 중 진로 출신은 20%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진로 출신 직원들이 불만을 갖는 원인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를 맥주 시장 2위로 내려 앉힌 오비맥주의 장인수 사장은 진로 출신"이라며 "진로 영업 사원들 입장에서는 일할 맛이 안 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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