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징계했더니 변호사 부모 행정소송을.."

정영일 김지훈 박소연 김남이 기자 2013. 2. 25.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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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이 두려운 학생들]<2>종합대책 1년..생활부 논란·처벌위주 대책 비판 여전

[머니투데이 정영일 김지훈 박소연 김남이기자][[개학이 두려운 학생들] < 2 > 종합대책 1년…생활부 논란·처벌위주 대책 비판 여전]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26일 오후 서울 세종문회회관 앞에서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주최로 열린 '제1회 학교폭력 피해가족 치유한마당' 캠페인에서 시민들이 학교폭력 근절 서명운동에 참가하고 있다. 2013.1.26/뉴스1

 #서울의 한 중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A군(13)은 동급생 B군을 폭행했다. A군이 교사들의 지시를 어기고 다른 교실을 드나드는 사실을 B군이 담임교사에게 고자질했다는 이유에서다.

 학교당국은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열어 A군에 대한 '교내봉사' 조치 징계를 내렸다. 변호사인 A군의 부모는 재심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학교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교내봉사'는 중징계가 아니었지만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경력이 남는 것을 우려해서다. 교사들은 결국 심판이 진행된 1년 내내 이 사건과 관련된 서류를 만드는데 허덕여야 했다.

 #고등학생 C군은 평소 주변 친구들을 괴롭혀 왔다. D군 역시 C군의 '제물' 중 한 명이었다. 수업시간에 볼펜으로 찌르거나 툭툭 치고 지나가는 일이 반복됐다. 학기 초부터 시작된 괴롭힘을 참아오던 D군은 1학기가 끝날 무렵 폭발했다. D군은 주먹으로 수차례 C군의 얼굴을 때렸다.

폭행을 당한 C군은 곧바로 학교당국에 신고했다. 긴 시간 괴롭힘을 당하던 D군이 순식간에 가해자가 돼 징계를 받게 됐다. D군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D군에겐 전학 조치가 내려졌고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가해자 기록이 남게 됐다.

 정부가 지난해 2월 내놓은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이하 종합대책)의 골자는 학교폭력 발생시 학교당국이 처리하는 체계를 도입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위원회를 개최해 조치사항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필요시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교육도록 됐다. 그렇다보니 학교폭력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긍정적인 평가 외에도 처벌위주 대책이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뜨거운 감자 '생활부' 기재

 현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학교폭력 사건에 따른 징계내용을 생활부에 기재하는 것이다. 종합대책에는 위원회의 조치사항을 생활부에 기재하고 초·중교의 경우 졸업후 5년, 고등학교는 10년간 보존하도록 규정돼 있다.

 생활부는 상급학교 진학시 자료로 제공하게 돼 있다. 중학교 2학년 이상이 학교폭력으로 징계받은 경우 대학진학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생활부 기재가 학교폭력 사건이 처리되는데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학교폭력 사건을 가해학생 학부모에게 알리면 '싸우다보면 크는 것이다. 왜 신고하냐'는 식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며 "그러나 생활부에 처벌내용이 기재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그제서야 피해학생과 학부모에게 사과를 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고 귀뜸했다.

 부작용도 발생한다. 생활부 기재를 우려, 학교폭력 사건 처리에 대해 행정소송을 거는 사례가 발생하거나 반대로 '왕따 사건'의 경우 피해자 학부모가 사건 처리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반응이다.

 즉 '왕따를 당했다'는 기록이 생활부에 남는 경우 대학진학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따라 일부 교사들은 조직적으로 학교폭력 처벌여부를 생활부에 기록하는 것을 거부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송형호 면목고 교사는 "생활기록부 기재는 가해학생들에게 반성하라는 의미일뿐 인생을 막자는 것은 아니다"며 "학교폭력에 대해 반성하고 봉사활동을 열심히 한다면 대학입학사정관들도 인정하고 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처벌 위주 대책 '한계'

 종합대책의 또 다른 한 축은 학교폭력의 신고체계를 만든 것이다. 기존에는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교칙에 따라 처리했지만 종합대책 이후에는 이를 처리할 수 있는 법률 근거가 마련됐다.

 학교폭력을 신고할 수 있는 117학교폭력신고센터가 설치됐고 심각한 사건이 발생한 경우 경찰이 즉각 개입할 수 있는 '스쿨폴리스' 제도도 도입됐다. 교육 전문가들은 "대다수 피해학생들에게는 신고할 수 있는 체계가 도입된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같은 대책이 지나치게 '조치'나 '처벌' 위주라는 점이다. 김승혜 청소년폭력예방재단 부장은 "종합대책 시행후 너무 많은 학생들이 범죄자로 만들어지고 있다"며 "법적 문제로 가기 전에 화해를 이끌고 갈등을 조절할 수 있는 모델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더라도 처벌이 필요한 수준까지 심각해지기전 초기 단계에서 개입해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종합대책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지만 관련 기준이 확립돼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라는 의견이다. 교사들에게 드러나지 않은 저강도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학생이 가해학생과 맞서 싸울 경우 처벌 대상이 애매해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같은 학교폭력 사건이라도 사안에 따라 처벌이 달라질 수밖에 없음에도 이같은 사정을 설명할 수 있는 기준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송형호 교사는 "처벌의 형평성을 기하기 위해선 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를 투입하면 되지만, 이 경우 교사들의 다양한 지도방법을 막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앞으로 많은 고민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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