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들은 왜 김앤장을 떠나갈까

김수영 2013. 2. 2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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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 SK로부터 수임료 100억 못 받고 속앓이하는 듯

[CBS 김수영 기자]

국내 최대 규모의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일까. 김앤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 사이 법률시장에서 김앤장에 대한 의존도가 예전같지 않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는 난공불락이지만, 법률시장 관계자들은 이 같은 경향성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앤장을 최근 들어 재벌·대기업 총수들이 외면하려는 경향이 눈에 띈다. 그들은 왜 그토록 믿고 의지했던 김앤장에서 떠나는 걸까?

지난달 말 징역 4년을 선고받고 1심에서 법정 구속된 최태원 SK회장은 지난 19일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해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 4명을 새로 선임했다.

변호인 명단에는 기존의 SK 법무팀 소속 변호사 6명 외에 서울중앙지법원장 출신 이인재(59ㆍ사법연수원 9기) 대표변호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인 한위수(56ㆍ12기) 변호사 등이다.

반면 1심 때 참여했던 신필종(50ㆍ17기) 변호사 등 김앤장 소속 변호사 5명은 변호인 명단에서 제외됐다.

기업 관련 형사 사건에서 변호인단을 바꾸는 것은 피고인 측에게도 부담이 된다. 재판 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기업 안팎의 속사정을 변호인들에게 전부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SK측이 공판전략을 과감하게 변경하게 된 이유는 뭘까? 이와 관련 최근 로펌업계에는 김앤장 측이 SK측 1심 변호를 하면서 받기로 한 100억대 거액의 수임료를 받지 못하고 속앓이에 빠져있다는 말이 퍼지고 있다.

기업변호에 밝은 한 법조계인사는 "SK측이 수임료 100억여 원을 아직 김앤장에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SK그룹이 워낙 영양가 높은 클라이언트(고객)이기 때문에 김앤장이 SK측에 수임료 독촉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SK측 관계자는 "김앤장은 1심 재판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SK측의 의례적인 답변에는 복잡다단함이 녹아 나왔다. 대기업 총수들이 김앤장을 떠나는 것은 SK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거액의 회사 자산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게 1심 재판부는 징역 4년6월에 벌금 20억 원을 선고한 뒤 법정 구속했고, 그의 모친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 역시 법정 구속했다.

1심 재판 때 김앤장을 선택했던 태광그룹은 재판이 끝난 뒤 변호인을 법무법인 율촌으로 바꿨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당시 김앤장은 다른 로펌에 비해 수임료가 2~3배 비쌌지만, 구속이 확정되는 바람에 변호인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많이 법원을 들락날락했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화그룹은 역시 지난 2007년 '보복폭행 사건'때 김앤장을 선임했다. 그러나 구속을 면하지 못한 뒤에는 김앤장을 선임하지 않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8월 회사에 수천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법정구속 된 뒤에는 태평양을 중심으로 변호인 진용을 새롭게 꾸렸다.

이 같은 대기업 총수들의 '김앤장 탈출 러쉬'의 배경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1심 선고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의뢰인이 2심에서 변호인을 바꿔 새로운 논리를 마련하거나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경우는 종종 있기 때문에 1심에서 김앤장을 선고했던 총수들이 변호인을 변경한 것은 특별한 일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는 분석에 더 무게가 실린다.

한 법조계인사는 "기업입장에서 보면 공판에서 핵심은 총수의 석방문제가 가장 핵심적 사안이 될 수밖에 없는데 1심에서 법정구속 됐으니 더 이상 기존 로펌에 의존하기 힘든 것 아니냐"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재판 결과뿐만이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 느낀 김앤장의 서비스가 고액의 수임료에 비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최 회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내가 제대로 증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내 변호인이 제대로 증명했는지 모르겠지만'의 다른 말"이라며 "김앤장에 대한 최 회장의 불편한 심경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상대가 김앤장일 경우, 다른 대형 로펌들보다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업계 1위니까 해당 사건에 죽도록 매달릴 필요가 없고, 다른 로펌들은 그 클라이언트를 잃으면 상대적으로 타격이 크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매달리는데 김앤장은 클라이언트 바운더리가 넓고, 또 상대방을 너무 공격할 경우 나중에 상대를 수임하게 될 가능성이 줄어드는 측면 등도 고려해서 몸 사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앤장이 가장 선호하는 '타임차지(Time-Charge)'방식에서 문제의 원인이 상당부분 출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타임차지란 말 그대로, 담당 변호인에게 일한 시간만큼 수임료를 주는 것을 말한다.

김앤장을 이용한 한 관계자는 "의견서 50~60장만 쓰는데도 3000만원까지 지불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김앤장 측 변호인들이 의뢰인의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서류작성에만 공을 들이는 등 관료화 되고 있는 것이 원인 중 하나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또 일각에서는 기업 범죄에 대한 법원의 온정주의적 태도가 강경기조로 바뀌었고, 이에 따라 김앤장에 대한 거품이 빠지면서 나온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10년차 개업변호사는 "과거 대기업 총수들의 범죄에 대해 줄줄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김앤장이 수임했기 때문이 아니라 기업 범죄에 대해 법원이 온정적인 기조를 가지고 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앤장이 마치 '자신들을 선임했기 때문에 집행유예를 받은 것'처럼 포장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재판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 법무담당자들이 김앤장을 선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앤장을 선임하지 않으면 '그러니까 1위 로펌을 선임하지 그랬냐'라는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지만, 김앤장을 선임했다가 패소할 경우 이런 책임론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sy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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