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라는데..명품 초치기 판매에 백화점 북새통

안상희 기자 2013. 2. 2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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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시간 다됐습니다. 죄송합니다."

명품세일 첫날인 22일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 9층 행사장에는 개점시간인 오전 10시 반부터 북새통이었다. 오후가 돼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일부 브랜드는 점원이 고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제품 구경을 위해 줄을 서야 했다. 적게는 50명에서 많게는 100명이 줄서 있었다. 점원은 시간을 제한하며 고객을 맞이했다. 다만 줄은 길었지만, 제한시간이 짧다 보니 길게는 20분이면 제품을 볼 수 있었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해외 명품대전에서 에트로, 멀버리, 아르마니꼴레지오니, 돌체앤가바나, 발리, 케이트스페이드, 디젤, A/X를 포함해 75개 브랜드를 30~80% 할인판매한다. 물량은 작년보다 30% 늘어난 400억원 규모다. 불경기에 명품업체들도 상황이 안 좋아져 이번 명품 대전에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가장 인기 많았던 브랜드는 에트로와 멀버리였다. 이들은 행사기간 동안 각각 30~50%, 30%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한다. 멀버리는 한 번에 10명의 고객이 제품을 구경할 수 있게 제한했다. 구경시간은 단 5분. 멀버리보다 3배 더 큰 규모로 자리를 마련한 에트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한 번에 30명의 고객을 맞이했지만, 제한시간은 역시 5분.

제한시간이 있다 보니 초조해하는 고객들도 있었다. 서울에서 온 박윤선(가명·36)씨는 "5분안에 급하게 사다 보니 이미 제품은 구매했지만, 마음에 안 들어서 고민하고 있다"며 "좀 기다리면 새로운 물건을 점원이 꺼낼 것 같아 기다렸다가 교환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공정연(가명·38)씨는 "명품업체들이 매출부진을 만회하려고 대거 참여했다고 해서 왔는데 사람은 많고 원하는 제품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왜 치고 지나가세요!"

제품을 구경하려는 긴 줄이 행사장 입구와 매대 사이사이에 이어지면서 제품을 구경하는 고객과 줄에 서 있는 고객 간의 실랑이도 이곳저곳에서 벌어졌다. 일부 고객은 한 브랜드에 줄 선 것을 행사장에 들어가는 줄로 착각하기도 했다.

중국 상해에서 온 위지아디(22)씨는 "명품세일을 한다는 소식에 때를 맞춰 한국에 방문했다"며 "하지만 9층 행사장에는 원하는 상품이 생각보다 없어 오히려 쇼핑은 주로 면세점에서 했다"고 말했다.

물론 좋은 물건을 싸게 샀다고 좋아한 고객들도 많았다.

김은지(가명·33세)씨는 "명품 겨울 코트를 30만원에 득템(어떤 물건을 손에 넣었다는 인터넷 신조어)했다"며 "첫날 일찍 온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은 "우리 같은 서민은 이럴 때 아니면 명품을 못 사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날 구입한 제품에 대한 교환·환불·AS는 어떨까.

40~60% 할인을 하는 마이클코어스와 30% 할인을 해주는 멀버리는 행사 기간에 구입한 제품은 교환·환불이 불가능하다. 다만 AS 매장에서 가능하다. 에트로는 교환·환불은 행사기간 내에만 되고 AS는 매장에서 가능하다.

멀버리 관계자는 "회사에서 행사용 제품으로 따로 빼놓은 제품이기 때문에 일반 매장에서 교환 환불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시끌벅적했던 만큼 최근 소비자들의 명품세일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실제로 명품세일을 이미 진행한 백화점들의 경우 모두 지난해 명품 세일 당시보다 좋은 성과를 냈다.

지난 15~17일 동안 '해외패션 대전'을 진행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매출이 지난해 행사기간 대비 31% 증가했다. 압구정 본점의 경우에도 전년대비 26%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신세계 백화점은 15~17일 본점에서 진행한 명품대전 매출이 지난해 행사 때 대비 26% 늘어났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과거에는 첫날에만 사람이 몰리고 나머지 날에는 비교적 한산했지만, 이번에는 명품 세일기간 내내 사람이 많았다"며 "이전에는 명품세일 하는 것을 언론사에서 촬영하는 것을 명품업체들이 싫어했지만, 이번에는 경기도 안 좋다 보니 명품업체들도 촬영에 협조해 언론에 명품세일이 많이 알려져 고객들이 몰렸다"고 말했다.

아직 명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기회는 남았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24일까지 서울 소공동 본점에서 해외 명품대전이 계속된다. 본점 행사 뒤엔 부산본점과 대구점에서 28일부터 4일간, 서울 잠실점에서 다음 달 8일부터 3일간 진행된다. 신세계백화점 또한 22~24일에는 서초구 강남점에서, 28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는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점에서 해외 명품 대전이 열린다. '아르마니' '돌체앤가바나' '비비안웨스트우드' '알렉산더 왕' 등 유명 브랜드 제품을 최대 70% 할인 판매한다.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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