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중개업체 간 '별'들의 로비에.. 국방 멍든다

전현석 기자 2013. 2. 23.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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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개업체만 1200곳.. 예비역 장성·장교들 취업 늘면서 '軍기밀 누출'로 이어지기도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 중 핵심은 군을 떠난 후 무기중개업체인 유비엠텍에서 비상임 고문으로 일했다는 대목이다. 유비엠텍은 차기전차 K-2의 파워팩(엔진+변속기)의 엔진 수입 중개를 맡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김 후보자가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 김 후보자는 장관이 되면, 무기 사업과 관련해 수입 또는 국내 생산을 결정하는 데 주요 권한을 갖게 된다. 무기중개업체 고문 출신이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기수(期數)에 따른 서열이 엄격한 군에서 무기중개업체에 취직한 선배에 대한 전관예우로 인해 각종 무기사업의 투명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무기중개업체 1200여개 넘어"

현재 무기 사업을 총괄하는 방위사업청에 등록한 무기중개업체는 700여개다. 등록하지 않고 활동하는 업체도 500개가 넘을 것으로 방사청은 파악하고 있다. 방산 관계자는 "무기중개업체 수가 워낙 많은 데다 등록하지 않은 곳도 많아 예비역 군인의 취업 현황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무기중개업체가 아니라 대형 외국 방산업체에 고문이나 이사 등으로 들어가 무기 중개 관련 일을 하는 예비역들도 늘고 있다. 사업비 8조3000억원이 배정된 차기 전투기 사업(F-X)에 뛰어든 록히드마틴과 보잉, EADS사(社) 측은 우리 공군 예비역 장성들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관예우, 기밀 유출로 이어져"

무기 도입 사업은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된다. 사업 담당자들에 대한 외부 인사의 접근이 철저히 차단된다. 무기중개업체에 취직한 예비역들은 선·후배 관계를 활용해 사업 담당자들에게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실무를 담당하는 계급은 거의 중령급"이라며 "군 생활을 함께 했던 선배한테 연락이 와서 식사 한번 하자고 하면 이를 뿌리치기 어렵다"고 했다.

방산업체들은 예비역 군인을 활용해 얻은 정보를 입찰에 활용한다. 작은 정보를 얻는 것만으로도 입찰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예비역들의 무기중개업 활동은 종종 군사기밀 유출로 이어지기도 했다. 2011년 12월 김상태(83) 전 공군참모총장은 공군 전력증강사업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에 넘긴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국내 무기 중개시장 연 1조원"

무기 구매 업무를 총괄하는 방사청에서 무기중개업체를 통해 사들인 무기 구매 액수는 2008년 2조1600억원에 달했다. 대부분 신형전투기 F-15K 구입비용이었다. 방사청은 무기중개업체에 지불하는 중개료 때문에 전체 도입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2010년부터 200만 달러 이상 사업에서 무기중개업체를 배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무기 구매뿐만 아니라 이를 유지·보수하는 데 필요한 부품 수입 등에도 무기중개업체가 관여하고 있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무기중개업체를 통해 거래된 방산 금액이 연평균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기업은 생산 시설 등을 갖출 필요가 없어, 매출액 대비 순이익 비율이 상당하다. 유비엠텍의 경우 2009~2011년 매출액이 1190여억원이었는데 동기 당기순이익은 67%(800여억원)에 달했다.

한 예비역 장성은 "군인들이 제대 후 취업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무기중개업체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고 현행법상 제재도 힘들다"며 "결국에는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군인들의 양심을 믿을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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