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서울 속살' 찾아 낭만 여행 떠나요

2013. 2. 20.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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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현·소곡동·시청·을지로 등 지하상가 볼거리 '풍성'
옛날 돈·우표·귀금속 등 나만의 보물찾기 재미 '쏠쏠'
추위도 아랑곳 안해..먹거리 파는 곳 많아 즐거움 두배

[스포츠월드]

회현역 LP 가게

서울의 '쌩얼'은 땅속에 있다. 날이 갈수록 매끈하게 다듬어 지고 있는 도심 풍경과 조금 다른 느낌을 원한다면 지하 여행을 추천한다. 지하철과 바로 연결되는 탁월한 접근성과 더불어 한 겨울 매서운 한파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것도 장점. 배가 고프다면 중간 중간 온갖 먹거리를 파는 가게들이 나타나고 화장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 나만의 '보물찾기'를 원한다면 회현동 땅 속으로

서울 지하도 여행의 출발점은 지하철 4호선 회현역과 연결된 회현 지하상가다.

90년대만 해도 '회현'이라는 두 글자는 '어둠의 경로'라는 단어와 동일한 의미로 쓰일 만큼 해적판 서적과 음반, 영상물의 천국으로 통했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해외 뮤직비디오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지만 그 당시 이런 '선진문물'을 입수하려면 회현동 땅속으로 내려가는 것이 가장 빨랐다.

아직도 회현 지하상가는 '오타쿠족'의 천국이다. 오래된 LP판을 파는 가게부터 오래된 카메라, 옛날돈, 우표 등을 파는 가게 및 헌책방 등이 아직도 명맥을 유지 하고 있고 손님들은 저마다 보물 찾기에 열중한다. 88올림픽때 발행된 기념주화, 옛날 디자인의 지폐, 각종 외국 희귀 주화 등을 여기서는 쉽게 만날 수 있고, 지금은 절판된 오래된 음반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소공동 지포라이타 전문점

▲ 화려했던 영광의 흔적들, 소공동 지하상가

회현 지하상가에서 명동 방향으로 나와 롯데백화점 맞은편 지하도 입구로 내려가면 다음 코스인 소공동 지하쇼핑센터가 나온다. 한국은행 본점 옆길로 가서 웨스틴 조선 호텔쪽 입구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그 다음 코스를 시청역으로 잡는다면 명동 쪽에서 출발 하는 방법이 편하다.

1976년 오픈한 소공동 지하상가는 한때 서울에서 가장 잘나가는 쇼핑 1번지로 꼽혔다. 롯데, 조선, 플라자 호텔이 모두 가까운 탁월한 입지 탓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연일 넘쳐났고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까지만 해도 미도파, 코스모스, 신세계, 롯데백화점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했다.

소공동 넥타이 전문점

지금은 그 당시의 영화로움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아직도 귀금속, 고급 시계, 맞춤 양장 등을 파는 가게들이 다수 남아 있어 '저렴함'을 내세우는 다른 지하상가들과는 사뭇 다른 도도한 분위기를 뽑낸다. 통로 역시 가장 넓고 쾌적하다. 상인들 역시 모두 30년∼40년 이 자리를 지킨 터줏대감들로 자부심이 대단하다. 중간에는 오래된 다방도 있어 잠시 쉬어 갈 수도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 에비뉴엘 지하와 바로 연결되는 통로가 있어 연계된 쇼핑이 편리하다.

▲ 시청앞 지하철역에서 너를 다시 만났었지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시청역은 우리나라 지하철의 역사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지하 서울역 부터 청량리 까지 가는 1기 서울 지하철은 1968년 11월 30일에 운행이 중단된 노면전차를 대체할 수단으로 계획되어 1971년 4월에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 과정에서 온갖 어려움이 있었지만 1974년 8월 15일 부터 서울 시민들은 서울역에서 청량리까지 땅속을 달리는 것이 일상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후에 만들어진 2호선∼4호선과 5호선∼9호선을 땅속 깊숙히 파고 들어 건설 되었지만 1호선은 프랑스 파리 지하철 처럼 계단 몇개만 걸어 내려가면 바로 열차에 탑승하게 된다.

시청역 헌책방집

자갈 위를 달리던 철길아래 콘크리트가 깔렸고 안전을 위해 스크린도어를 설치했지만 바닥과 계단, 벽체 등을 보면 옛 모습을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2호선 시청역 방향으로 가면 소공동 지하상가로 가는 연결 통로가 있고 2호선 을지로입구역으로 가는 길도 이곳에서 시작해 지하도는 거미줄같이 연결된다.

서울 광장 지하에 있는 상가에는 총 52개 점포가 있다. 예전 타자기, 출퇴근 기록기 등 전문 사무용품을 파는 가게들과 카메라 샵들이 몰려 있었는데 최근 들어 그 숫자가 많이 줄었다.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 외국 서적 전문점과 인물화를 그려주는 가게, 자물쇠 전문점 등이 눈에 띈다. 출퇴근시간에 이곳을 찾으면 거대한 파도 처럼 밀려드는 넥타이 부대와 행렬을 보며 역동적인 서울의 모습을 느껴 볼 수 있고 덕수궁, 서울광장등과 바로 연결된다. 서울광장 바로 아래 있다는 이유로 이곳 상인들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피부로 느껴왔다. 2002 월드컵때는 붉은악마들이 쏟아져 들어오며 사상 최대의 특수를 누렸지만 시국이 불안정할 때면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시청역과 을지로 입구역 연결 통로

▲ 시청에서 을지로 입구를 향해 초록색 2호선 라인을 따라서

시청에서 을지로 입구를 향해 걷는다. 지하철 2호선 라인의 특징은 시청-을지로 입구을지로3가을지로4가동대문역사공원까지 제법 긴 거리가 지하로 연결되어 있는 것. 이것 저것 구경하며 끝까지 가는데 1시간 30분∼2시간 정도 걸린다. 이곳에도 각 역들을 중심으로 지하상가들이 늘어서 있다. 주소는 서울시 중구 을지로 지하 58, 88, 131 번지. 총 점포수는 213개다.

계속 걸어가면 을지로 입구역 개찰구를 거쳐 지하 광장이 나온다. 서울에서 가장 붐비는 장소 중 하나다. 빵집과 핸드폰 가게, 프렌차이즈 커피집 등이 어지럽게 자리잡고 있고 롯데백화점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유일하게 광장부터 에스컬레이터가 가동된다. 을지로 입구역은 인근 빌딩들 지하로 거미줄 같이 연결되어 거대한 지하도시를 이룬다. .

을지로3가역 지하광장

▲ 종로와 연결되는 을지로 3가역 부터 을지로 4가로 가는 길

을지로 3가역은 2호선과 3호선이 만난다. 이곳을 통해서 종로3가쪽으로 방향을 틀면 종각∼종로3가를 연결하는 종로 지하상가로 진출할 수 있다. 종로 라인 지하상가는 옷가게, 핸드폰 가게 등 젊은층이 선호하는 업종들이 몰려 있어 을지로 라인에 비해 붐비는 편이다. 종각역 지하에는 거대한 서점 반디앤 루니스도 연결된다.

을지로 3가의 명물은 제과기능장이 운영하는 '그라츠 과자점'이 꼽힌다. 대형 과자점 답게 수많은 제품들이 있지만 쿠키와 샌드위치가 특히 맛있다고 소문났다. 을지로 3가 부터 4가까지 지하상가에는 지상에서 밀려 내려온 간판, 명패 등을 만드는 가게들과 명함 등 간이 인쇄물을 만드는 업소들이 몰려있다. 을지로 3가역을 지나서 을지로 4가 쪽으로 접어들면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다. 땅위의 풍경이 도심과 부도심의 차이가 있는 점은 지하라고 다른 것이 없다. 4가쪽으로 가다 보면 나란히 분식집 2개가 붙어 있다. '해태 분식'과 '뉴욕 스넥'에서는 라면류 등 간단한 메뉴로 식사를 할 수 있다.

을지로 3가역 그라츠 과자점

▲ 을지로 5가, '동대문 스포츠 지하쇼핑센터'를 지나면 지하도의 종착역

을지로 4가역을 지나서 다소 썰렁한 통로를 계속 걸어가면 '동대문 스포츠 지하쇼핑센터'라고 써있는 간판과 만난다. 각종 스포츠 유니폼과 프로팀, 국가대표팀 레플리카 유니폼을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는 곳. 유니폼 가게들을 지나서 계속 가면 지하도의 종착점인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도착한다. 계속 이어지던 통로는 정면을 가로막는 지하철 개찰구에서 끝난다. 인포메이션 센터에 있는 직원에게 다음 역인 신당까지 연결된 통로가 없다는 것을 확인 받았다. 출구를 통해 지상으로 올라오니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으로 동대문 패션센터 거리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번쩍인다. 점심 무렵 회현역에서 출발해 중간에 이것 저것 군것질을 하고 쇼핑을 하니 대략 5시간 가량 걸린다. 시청역부터 2호선 연결구간만 종주하면 2시간에도 충분히 주파 가능하다.

글·사진=전경우기자 kwju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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