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쩍벌남, 발모양 스티커에 다리 오므리는 이유?

임태우 기자 2013. 2. 1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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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자리에 앉았을 때 남녀의 행동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남성들은 다리를 벌려 앉는 '쩍벌남'과 통로 쪽으로 길게 펴는 '쭉벌남'이 많습니다. 반면 여성들에겐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행동심리학적으로 여성들은 몸집을 줄이려고 합니다. 커도 일부러 움츠려서 작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겁니다. 몸을 작게 보이면서 '연약하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메세지를 은연 중에 표현하려는 거죠.

반대로 남성들은 작아도 크게 보이려고 노력합니다. 전형적인 게 다리를 쫙 벌려서 자신이 차지하는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모습이죠. 이런 행동은 같은 남성들에겐 '너, 나한테 당해볼래'라는 무언의 위협일 수 있고, 여성들에겐 과시욕을 내포한 성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흔한 말로 남자는 과시와 뻥이 심하고, 여자는 내숭이 심하다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문제는 다리를 '쩍벌'해서 옆좌석 승객들에게 불편을 준다는 점입니다. 지하철에 나 혼자 있는 게 아니라 다른사람도 같이 있다는 생각을 못 하는 겁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내면화돼있지 않은 사람들은 공공의 공간에 마치 자기 혼자 있는 것처럼 행동하게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좌석 아래 지하철 발모양 스티커를 붙이는 건 어떨까?

사실 이 아이디어는 쩍벌남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한 서울시민이 생각낸 겁니다. 취재진은 아이디어 상태에 불과했던 제안을 직접 실천에 옮겨보기로 했습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많은 남성들이 스티커를 보고 다리를 오므리는 모습이 관찰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이러한 실험 결과에 대해 김종갑 건국대 몸문화연구소장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발모양 스티커는 타인이 나를 노려보는 시선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쩍벌남의 내면에 명령화법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얼른 다리를 오므리고, 똑바로 앉아라!' 라고요. 타인에 대한 배려가 충분히 내면화돼있지 않은 사람들에겐 이러한 간단한 시각 장치를 쓰는 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티커가 없어도 에티켓을 지키게 할 방법은 없을까요? 전문가들은 그나마 제일 효과적인 방법으로 '역할극'을 뽑습니다. 가해자가 불편을 당하는 피해자의 위치에 한 번 서보는 겁니다. 가령 역할극을 통해 다리를 오므릴 수밖에 없는 여자가 돼보는 거죠. 그것이 얼마나 불쾌하고 불편한지 역할극을 통해 몸소 느껴본다면 쩍벌하지 말라는 메세지는 훨씬 잘 전달될 겁니다. 물론 이런 역할극은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에서 어렸을 때부터 틈틈히 학습시켜주는 편이 좋겠습니다.임태우 기자 eigh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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