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속살 해부한 '검은 피카소' 낙서예술

2013. 2. 1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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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바스키아 전시회

거침없고 저항적인 화풍으로

인종차별 등 당시 사회상 포착

독창적 세계 창조뒤 27살 요절

대형작품들 위주로 18점 전시

1980년대, 미니멀리즘과 표현주의가 미술계를 지배하는 가운데 미국 뉴욕 한복판에 새로운 화가 한명이 홀연히 등장했다. 10대 후반에 가출해 거리에서 낙서를 하다가 주목받은 그의 그림에는 기성 미술판에선 볼 수 없었던 힘차면서도 슬프고, 충격적이면서도 재미있는 분위기가 넘쳐흘렀다. 거침없고 저항적인, 그러면서도 모두의 마음을 끄는 묘한 작가였다. 정규 미술교육은 받아본 적이 없는 이 젊은 천재는 '검은 피카소'로 불리며 20대에 이미 흑인 화가로는 찾아보기 힘든 스타가 된다. 바로 장미셸 바스키아(1960~88)다.

바스키아는 현대판 고흐로도 불린다. 꼭 한 세기 전인 1880년대 고흐처럼 그는 사람을 빨아들이는 화풍으로 자기 세계를 만들어냈고, 고흐처럼 비극적인 운명을 겪으며 스물일곱 나이에 코카인 중독으로 요절했다. 짧고 격렬했던 삶이 그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어 미술사의 신화가 됐다.

바스키아는 1980년대 대단한 스타였지만 이후 다시 한번 재평가된 미술가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인 90년대 세계 미술은 회화가 유례없이 깊은 침체에 빠졌으나 2000년대 다시 회화가 부활하면서 바스키아는 회화 본연의 힘을 보여주는 작가로 굳건하게 올라섰다. 지금도 세계에서 작품값이 아주 비싼 작가 중의 하나다.

이 작가의 전시회가 6년 만에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2, 3관에서 열린다. 1981~88년 작업한 회화 작품 18점을 선보인다. 활동 기간이 8년 정도에 불과했고 작품이 많지 않아 자주 보기 어려운 바스키아의 세계를 대형 작품 위주로 모처럼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전시작은 80년대 사회상을 응축한 것들이 주를 이룬다. 인종차별과 마약 문제, 팝아트의 득세, 동성애와 에이즈 등 다양한 현상이 불거졌던 당시의 하위 문화와 각종 담론이 그림 속에 녹아 있다. 낙서 화가답게 스프레이를 죽죽 뿌려 그린 그림, 널빤지와 나무에 그려 조각과 회화 사이에 있는 그림, 자신이 영웅으로 여겼던 미국 문화의 아이콘들을 그린 그림 등 다양한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그라피티(낙서그림) 아티스트 출신 팝 아트 작가로만 여기기 쉬운 바스키아의 작품에는 80년대 미국 중심 세계미술의 다양한 사조와 담론이 독특하게 종합되어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기도 한다.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천진난만하고 자유로워 보이는 묘사에도 실은 그가 오랫동안 천착한 해부학적 해석들이 바탕에 깔려 있다. 바스키아가 일곱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비장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는데, 그때 어머니가 보여준 유명한 해부학 책 <그레이의 해부학>을 열심히 탐독했다고 한다. 어머니와 함께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본 피카소의 <게르니카>도 그에게 영향을 끼쳤다. 3월31일까지. (02)735-8449.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도판 바스키아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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