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상생한 주인과 노비도 있었다..'노주계'

이재훈 입력 2013. 2. 17. 07:52 수정 2013. 2. 17.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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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KBS 2TV 드라마 '추노'(2010)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조선이 배경이다. 주인공 장혁(37)은 달아난 노비를 쫓는 '추노꾼'이다.

양란을 겪은 조선시대, 양반들의 특권적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양반중심의 유교적 윤리와 재분배 구조에 반하는 사회 불만세력이 곳곳에서 움직였다.

노비나 하층민들은 흉기로 상전들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검계'(劍契), '살주계'(殺主契), '향도계'(香徒契) 등을 결성했고 양반들은 공포에 떨었다.

하지만 비밀결사를 통한 투쟁은 일반 노비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들은 적극적 투쟁 대신 주인에게서 도망가는 방법을 택했다. 이 때 활약한 것이 드라마 '추노'에서처럼 달아난 노비를 잡아들이는 추노꾼이다.

이미 하층민의 저항이 시대의 흐름이 된 조선시대, 드라마처럼 물질적인 방법만 사용된 것은 아니었다.

안승준 국학자료연구실 책임연구원은 2월 한국학중앙연구원 온라인 소식지를 통해 양반과 노비가 상생의 길을 추구한 '노주계'(奴主契)를 소개했다.

"양반의 입장에서는 특권을 유지하고 노비를 합벅적으로 소유하면서 그 이익을 배가하기 위해 노비를 자기편으로 만드는 방법이 최상이었다. 내 편을 만드는 방법은 계(契)를 맺는 것이다."

여주이씨 문중 종손 이희성의 경우 1741년 노비 10명과 벼 4석(80두)을 기금으로 계를 결성했다. 2석은 주인인 이희성 가문에서, 나머지 2석은 노비들이 갹출하는 식이다.

이 같은 노주계는 주인에겐 노비를 묶어두는 수단이었고 노비 입장에서는 생활 여건 향상과 주인의 직접적 사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조성된 기금은 주인집 담장 수리 등 빈번한 잡역에 사용됐고 노비들은 계 결성 이후 자신들이 마련한 기금으로 사람을 사서 부리기도 했다.

안 연구원은 이를 "주인과 노비 관계가 중세적 신분 관계에서 일정 임금을 지불하면 되는 근대적 경제 관계로 이행되는 순간"이라며 "조선후기 노주계의 결성과 운영은 노(奴)와 주(主)가 의미 있는 상생의 길, 통합의 길을 모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afk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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