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꼬부랑길이 들려주는 이야기

2013. 2. 1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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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예산 의좋은형제 공원

그 오래된 이야기가 발목을 잡았다. 옛날하고도 아주 오랜 옛날, 무슨 일이든 서로 도우며 함께하는 형과 아우가 살았다. 형제는 부지런히 농사를 지어 추수를 했는데 볏단을 쌓아 보니 형과 아우의 낟가리 더미가 똑같았다. 그 것을 본 아우는 '식구가 많은 형님은 나보다 쌀이 더 필요할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고, 형은 형대로 '새살림을 시작한 아우에게 벼가 더 필요할 거야'라고 생각했다.늦은 밤, 형과 아우는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볏단을 덜어 서로의 낟가리로 옮겨 놓았다. 다음날 조금도 줄지 않은 자신들의 낟가리를 본 형과 아우는 이상히 여기고 밤이 되자 또다시 자신의 볏단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음날도 줄지 않은 자신들의 낟가리를 보며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 생각했다. 밤이 깊어 형과 아우는 또 다시 볏단을 나르다가 밝은 달빛 아래에서 마주치게 됐다.

"아, 형님!""아, 아우야!"

형제는 볏단을 내던지고 얼싸안았다. 그 후로 이들 형제는 더욱 더 서로 돕고 양보하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너무도 유명한 의좋은 형제 이야기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던 그 오래된 이야기의 무대가 바로 이 곳 예산군 대흥면이다. 예당저수지를 끼고 예산읍에서 광시·보령으로 이어지는 국도 5번 길을 가다 보면 의좋은 형제 테마공원이 바로 길가에 조성돼 있다.

사실 공원보다 먼저 눈길을 잡는 건 거대한 사과 조형물과 함께 빼곡하게 나붙은 안내표시판이다. 대관절 이 곳에 무엇이 있길래 저렇듯 빼곡한 안내판을 내건 것일까. 걸음을 멈추고 그 것을 눈여겨 보는 순간 '슬로 시티(Slow City) 대흥'으로 빠져들게 된다.

슬로시티는 말 그대로 느림 속에서 자연과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행복한 삶의 질을 추구하는 활동을 말하는데, 지난 1999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돼 유럽 곳곳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2009년 7월 현재 세계 16개 국 110여 개 도시가 가입돼 있다.우리나라는 2007년 12월 아시아 최초로 전남 담양군, 장흥군, 신안군, 완도군이 슬로시티로 인증받았다. 이후 경남 하동군, 충남 예산군, 경기 남양주시, 전북 전주시, 경북 상주시, 경북 청송군 등 총 10개 지역이 슬로시티로 인증받았다. 예산군은 이에 따라 자연생태를 보존하고 고유한 전통문화를 계승하며 활발한 지역민의 커뮤니티 활동을 펼치는 다양한 슬로시티운동 및 프로그램을 대흥면에서 전개하고 있다.

2011년 조성된 느린 꼬부랑길도 그 하나다. 느린 꼬부랑길은 총 3개 코스로 운영되는데, 각 코스마다 대흥의 삶과 자연,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길이 이어진다. 고즈넉한 시골풍경 속에서 느리게 사는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자연이 주는 건강한 기운을 담아갈 수 있다.

제1코스인 옛 이야깃길(5.1km/소요시간 90분)로 접어들면 바로 그 '의좋은 형제'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의좋은 형제는 동화 속 인물이 아니라 대흥면에 살았던 실존인물이다. 조선 세종 때 이 곳에서 호장을 지낸 이성만과 이순 형제가 나눈 우애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소개된다.대흥호장 이성만·이순 형제는 모두 지극한 효자로, 부모가 돌아가신 후에도 형은 어머니, 동생은 아버지의 묘소를 지켰다. 3년의 복제를 마치고도 아침에는 형이 아우 집으로 가고, 저녁에는 아우가 형의 집을 찾았으며, 한 가지 음식이 생겨도 서로 만나지 않으면 먹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연산조 3년(1497) 후세 사람들의 모범이 되도록 조정에서 이성만·이순효제비를 건립했다. 이 비는 원래 가방교 옆에 있었는데 예당저수지가 생기며 물에 잠길 위기에 놓이자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다.

2002년 대흥동헌 앞에 '의좋은형제상'을 건립했고, 2004년부터 테마공원을 조성하기 시작해 2011년 개장했다. 공원 안에는 형제의 집 2동과 연못, 대흥관아, 놀이터, 물레방아 등이 마련됐다.*맛집

의좋은형제공원이 있는 대흥면 상중리에서 광시리로 향하면 작은 시골마을에 빽빽하게 정육점이 도열해 있다. 광시 한우마을이다. 40여 개에 달하는 정육점과 식당마다 손님들로 가득하다. 부드러운 육질과 고기맛이 소문나면서 25년 전부터 형성됐다.

*찾아가는 길서울 → 서해안고속도로 → 대전·당진 간 고속도로 → 예산·수덕사IC → 예산 → 국도 21호선(35㎞) → 군도 3호선(3㎞) → 슬로시티 대흥/의좋은형제공원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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