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업계 "전기차 시대 2~3년 늦어질 뿐.. 그래도 희망은 있다"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감사보고서 논란은 전기차 시장 전망이 어긋났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2009년 1월 13일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 GM은 이 행사장에서 전기차 볼트를 공개하며 LG화학을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일본·미국·독일 등 전 세계 27개 업체들 중에 고른 결정이었다. 실질적인 세계 최초 전기차 프로젝트여서 의미가 컸다.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전체 원가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LG화학은 GM·현대기아차·르노·포드·볼보·장안기차 등 미국·유럽·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10개 이상의 자동차 업체들과 공급계약을 맺었다.
당시 미국 등 각국 정부는 파격적인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대당 1000만원에 가까운 지원금과 세금 면제 등 각종 지원 방안이 등장했다. 어느 누구도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업계 관계자는 "쇄도하는 사전 주문량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LG화학에 이어 SK이노베이션·삼성SDI 등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대는 꺾였다. 작년 GM 볼트는 미국 내에서 2만3000여대가 팔리며 당초 목표였던 4만5000대에 크게 못 미쳤다. LG화학의 대형 이차전지 배터리 부문은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전기차 배터리 관련 매출(1조원 미만)은 당초 전망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후발주자인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사정은 여의치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번엔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많아졌다. 10년 뒤에도 자동차 시장에서 2% 미만을 점유하는 틈새시장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지금보다 한 단계 발전하려면 현재보다 가격을 내리고 성능은 두 배 이상이 돼야 한다. 또 충전소 같은 인프라가 도로에 주유소만큼 깔려 있어야 한다. 10년 뒤에 그 상황까지 갈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시장에 전기차에 대한 희망을 거둔 것은 아니다. 전기차 완성품을 내놓는 기존 자동차 회사보다 배터리 회사들이 시장 전망을 보다 밝게 본다. 예상에 못 미치지만 전기차 판매도 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와 순수 전기차(EV)를 합한 전 세계 판매는 2010년 3626대에서 2011년 4만4350대로 늘었다. 작년엔 10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한다. GM 볼트를 비롯, 닛산 리프, 미쓰비시의 i-MiEV 등이 팔리고 있는 대표 모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김광주 대표는 "예상했던 것보다 전기차 시대의 도래가 2~3년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은 하이브리드 차(내연 엔진과 배터리를 동시에 장착한 차) 시장을 중심으로 배터리 수요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Electric Vehicle)
내연기관 없이 배터리를 에너지원으로 모터를 돌려 움직이는 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Plug-in Hybrid Vehicle)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충전식 하이브리드 차. 가정용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아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연료전지차(Fuel Cell Vehicle)
수소와 공기 중 산소를 반응시켜 발생하는 전기로 모터를 돌려 구동력을 얻는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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