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동양의 그리스.. 미개한 나라가 아니라오"

이태훈 기자 2013. 2. 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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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 선구자 게일 선교사, 탄생 150주년 맞아 재조명

"게일 박사는 조선 명현(名賢)들의 시문을 매우 좋아하여 그의 집에는 그들의 글씨와 그림을 많이 붙였고, 곰팡내 나는 조선 고전이 많았다. 박사는 율곡과 퇴계 선생의 묘소를 찾아 기행문도 쓰고 사료도 수집했다. 아침 여섯시부터 저녁 여덟시까지 연구하고 집필하였는데, 이 까닭에 보통 서양 사람들과 같이 가족 동반으로 놀러다니는 일이 적었다고 한다." (1937년 4월 잡지 '조광(朝光)'에 실린 '게일 박사의 인물과 일화')

캐나다 출신 선교사로 서울 종로 연동교회의 초대 담임목사를 지낸 제임스 게일(1863~1937· 사진) 박사가 탄생 150주년을 맞아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한국 고전번역가의 초상, 게일의 고전학 담론과 고소설 번역의 지평'(소명출판)을 펴낸 이상현 부산대 HK연구교수는 "게일은 한국인보다 먼저 한국어를 연구한 한국어학자이자 고전번역가였으며, 한국학 분야를 서구가 아닌 한국의 시선에서 개척한 학자였다"고 평가했다.

1888년 조선에 온 게일은 40년간 한국 땅에 머물며 한영사전을 3번 펴냈고, '구운몽' 등 고전을 영역해 서양에 소개했다. 성서 번역 작업에 참여하고, '천로역정'을 한글로 번역했으며, '동국이상국집'을 쓴 이규보를 특히 흠모해 그의 무덤까지 찾아갔다.

게일 박사가 한국에서 활동할 당시 서구는 조선에 대해 무지했다. 조선인은 가축과 같은 미개한 야만인, 심지어 식인종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하지만 직접 조선인과 조선 문화를 체험한 개신교 선교사들, 특히 게일의 시선은 달랐다.

1928년 '조선사상통신'에 실은 그의 글 '구미인이 본 조선의 장래'에는 조선에 대한 그의 높은 평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조선은 실로 동양의 희랍(그리스)이라고 말하고픈 나라로, 일찍이 고대 유사 이래 온갖 문화를 창조했으며 세계에서 으뜸가는 바가 있었습니다.…셰익스피어는 지금으로부터 300여년 전 인물이지만, 조선에는 이미 1000여년 전 신라 최고운(최치원)의 문학이 당나라인들을 놀라게 하지 않았습니까. 고구려 광개토왕 비문과 같은 것은 단순히 문장 그것만 놓고 보더라도 천고의 걸작이며 게다가 그것은 실로 기원후 414년이라는 고대의 것에 속합니다."

게일은 1901년 경신학교의 전신인 예수교중학교, 1902년 정신여학교의 전신인 연동여학교 설립을 주도했다. 연동교회(담임목사 이성희)는 오는 17일 게일 탄생 150주년 기념예배를 드리며, 역사관에 게일목사 기념 전시실도 개관한다. 이만열 교수,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정갑영 연세대 총장 등이 참여한 '게일학술연구원'을 열고 기념 논문집도 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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