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동양의 희랍'..조선의 미래를 낙관한다"

2013. 2. 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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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등 서양에 소개한 고전번역가 게일 탄생 150주년 19일 게일목사기념관 개관.게일학술연구원 발기 대회

'구운몽' 등 서양에 소개한 고전번역가 게일 탄생 150주년

19일 게일목사기념관 개관.게일학술연구원 발기 대회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제가 영국에서 조선에 온 지도 올해로 꼭 40년이 되었습니다. 그간 내가 보았던 조선! 생각해보면 그것은 실로 한편의 활동사진입니다. 이 40년간 나는 보면 볼수록 조선 그 자체가 심오하게 여겨져 흥미를 더해 가게 되었습니다. 조선의 전도는 도대체 어떻게 되어 가는지……."

1928년 '조선사상통신'에 실린 캐나다 출신 선교사 제임스 스카스 게일(1863-1937) 목사의 글 '구미인이 본 조선의 장래 - 나는 전도를 낙관한다'에 나오는 내용이다.

게일 목사는 암흑 같았던 조선의 미래를 '낙관'했다.

40년간 조선에 머물며 선교, 교육 활동을 했던 게일 목사는 1894년 설립된 서울 종로구 연지동 연동교회 초대 목사를 지냈으며 신구약 성경, '천로역정', 찬송가 '만복의 근원 하나님' 등을 우리말로 번역했다. 또 국내 최초의 영어사전으로 알려진 '한영대자전'(韓英大字典)을 펴냈다. 'God'의 한국어 표기를 '하나님'으로 정리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도 게일 목사였다.

한국 이름이 기일(奇一)인 그는 한국 고전을 서양에 소개한 '고전번역자'이기도 했다.

김만중의 '구운몽'(1922년 번역), 조선 시대 야담집 '천예록'(1913년)을 영어로 번역해 런던에서 발간했다.

한국 고전에 매료된 그는 '구미인이 본 조선의 장래 - 나는 전도를 낙관한다'에서 조선을 "동양의 희랍(고대 그리스)"이라고 칭송했다.

"조선은 실로 동양의 희랍이라고 말하고픈 나라로, 일찍이 고대 유사 이래 온갖 문화를 창조했으며 세계에서 으뜸가는 바가 있었습니다. 우선 문학의 측면에서 보자면 서양을 떠들썩하게 했던 셰익스피어는 지금으로부터 300 여년전, 조선으로 말하자면 임진란 이후의 인물이지만, 조선에는 이미 그보다도 1천여 년 전 신라 최고운(최치원)의 문학이 당나라에 들어와 측천무후를 놀라게 하지 않았습니까. 고구려 광개토왕 비문과 같은 것은 그 웅도거업(雄圖巨業)은 접어두더라도, 단순히 문장 그것만 놓고 보더라도 천고의 걸작이며 게다가 그것은 실로 기원후 414년이라는 고대의 것에 속합니다. 그 사상, 그 문물제도에서 보아도 조선과 같이 발달한 곳은 없었습니다."

신간 '한국고전번역가의 초상, 게일의 고전학 담론과 고소설 번역의 지평'(소명출판)에서 '고전번역가'로서의 게일의 면모를 조명한 이상현 부산대 점필재연구소 HK연구교수는 "게일은 '구운몽' '천예록' '심청전' '홍길동전' '숙영낭자전' 등 한국 고전을 대거 번역했다"면서 특히 "'구운몽' 영역본은 고풍스러워서 지금도 해외 한국학 학자들 사이에 교과서처럼 읽힌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캐나다 토론토대 토마스피셔희귀본 장서실에는 '게일 문서'가 보관돼 있다.

24개 상자로 분류된 '게일 문서'는 편지, 비망록, 일기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친필 일기에는 '심청전' '홍길동전' '숙영낭자전' '창선감의록' 등 한국 고소설을 번역한 내용이 담겨 있다.

2010년 10월 토마스피셔희귀본 장서실을 방문해 '게일 문서'를 확인한 이 교수는 "게일의 일기는 모두 19권, 권당 200쪽 분량으로, 일기보다 한국 고전을 번역한 내용이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면서 하지만 아쉽게도 "번역본들이 대부분 출간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게일 목사는 고려의 문신 이규보의 글을 좋아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이규보의 무덤을 직접 찾았으며 조선을 떠날 때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을 갖고 갔을 정도"라면서 "이규보 선집을 내려고 했는데 출간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선교사로, 고전번역가로 많은 업적을 남긴 게일 탄생 150주년을 맞아 그의 연구 활동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활발하다.

오는 17일 연동교회에서는 게일 탄생 150주년 기념 예배와 게일학술연구원 개원 발기 대회가 열린다.

발기인으로는 이성희 연동교회 담임목사 등 교회 관계자들과 게일 연구자들을 비롯해 정갑영 연세대 총장,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 이배영 이화여대 전 총장, 조기흥 평택대 총장,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이인수 명지대 명예교수, 김종택 한글학회 회장 등이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날 연동교회 내에 마련된 게일목사기념관이 개관하며 게일의 연구 활동을 조명한 논문집도 발간된다. 논문집 집필에는 이 교수를 비롯해 박정세 연세대 명예교수, 박용규 총신대 교수, 안교성 장신대 교수,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 한규무 광주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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