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따라 걷기 | 화천 산천어축제와 DMZ 평화생태로] 끝나지 않은 전쟁 60주년 그 속에 사는 산천어.. 인간과 자연의 공존 가능성 엿보다

글·박정원 부장 2013. 1.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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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구미마을~평화의댐~안동철교까지 12.3km 걸어

↑ [월간산]비수구미마을에서 파로호를 따라 평화의댐으로 가는 DMZ 평화생태길로 화천군 문화해설사 김순동씨와 김은희씨가 걷고 있다. 화천군은 비수구미마을에 걸어서 접근이 가능하도록 생태길을 조성했다.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슬프고 아픈 역사가 만들어낸 숨은 비경. 그 비경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화천 비수구미마을과 양의대습지, 안동포구 및 안동철교, 비목공원, 평화의 댐이 사람들에게 아련한 추억을 자아내고 있다. 그리고 오염되지 않은 1급수에만 산다는 산천어와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이 그 비경의 품에서 노닐고 있다. 세월의 무상함과 함께 참 아쉬운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산천어와 DMZ(비무장지대), 전혀 상관없었던 두 단어가 6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어느덧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게 됐다. 1급수에만 서식한다는 냉수어종 산천어가 DMZ 최북단 화천의 대표적 브랜드로 변했다.

2013년은 끝나지 않은 전쟁, 한국전 정전 60주년이다. 그 세월 동안 DMZ는 동식물들의 낙원으로 탈바꿈했다. 인간의 손길과 발길이 끊어진 60년 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생태공원으로 변신한 것이다. 세상 이치는 다 양면성이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이로니컬하다.

흐르지 않는 강 '평화의 댐', 그 흐르지 않는 강에 수달이 살고, 산천어가 살고 궁노루(사향노루)가 산다. 이들만 자유롭게 분단된 남과 북을 오갈 뿐이다. 모두 멸종위기종이거나 희귀종들이다.

화천군은 이들 중 산천어를 대표 브랜드로 만들기로 작정했다. 화천은 사실 산지가 86%, 물(강)이 6%로 전체 면적의 92%를 차지하고 있다. 평지는 불과 8%밖에 안 된다. 그나마 사람이 살만한 평지와 농토는 8%도 채 안 된다. 이 좁은 농토를 가지고 특산 농작물을 대량생산하기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산천어를 겨울축제에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CNN, "산천어축제는 세계 7대 불가사의 겨울축제"

전국적으로 눈에 띌 만한 겨울축제가 없는 마당에 이 전략은 주효했다. 2003년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를 처음으로 개최한 이래 10년도 채 안 돼 한 해 방문객이 100만 명을 넘어서더니, 2011년 12월 1일 CNN에서 세계 7대 불가사의 겨울축제로 선정, 보도하기도 했다. 이제는 세계 4대 겨울축제로 꼽힐 정도로 성장했다. 작년 방문객이 144만8,000여 명이었다. 단연 전국 최고다. 2013년도 1월 5일부터 27일까지 23일간 화천군 화천천 일대에서 열린다.

산천어는 물이 맑고 수온이 연중 20℃를 넘지 않고 용존 산소량이 9ppm을 넘는 1급수 맑은 계곡에서 서식하는 냉수성 토종 민물고기다. 바다로 나가 산란기에만 돌아오는 송어가 생활습성이 바뀌어 강에서만 살며 산천어가 된 것으로 추정한다. 일본명인 야마메(ヤマメ, 山女)는 '산의 여인'이란 뜻을 갖고 있다. 어린 송어의 모습을 일생 동안 지니고 있으며, 송어와 학명이 동일하다. 등쪽은 짙은 청록색에 작고 까만 반점이 있고, 은백색인 몸의 좌우에는 10개 정도의 둥글고 검은 반점이 비행기 창문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다. '파마크'라고도 불리는 이 화려한 반점으로 인해 산천어에는 '계곡의 여왕'이란 별칭이 붙었다.

↑ [월간산]DMZ 평화생태길 개념도

북한에서는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가 지정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대만에서는 보물 물고기로 보호하고 있다.

산천어에는 식품으로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필수 아미노산 9종을 함유하고 있다. 고급단백질로서 필수아미노산의 대부분을 산천어를 통해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필수아미노산은 근육의 원료가 되며 피로회복, 활력증진 및 신체회복 등을 돕는 성분으로서 많은 양을 함유하면 생리활성에 도움을 준다.

산천어는 또 신체의 성장과 유지 및 여러 생리적 과정이 정상적 기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지방산도 포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황산화 효과가 탁월하고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는 성분인 비타민C가 100g당 600㎍, 비타민E가 200㎍ 등 다량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항암활성실험에서도 산천어 추출물이 폐암세포, 유방암, 간암, 위암세포 순으로 암세포 성장 억제 효과를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천 산천어축제는 화천읍 및 5개 읍·면에 걸쳐 개최된다. 자연 상태에서 얼은 화천천 주행사장의 크기가 길이(왕복) 3.6㎞, 폭 110m에 달한다. 이곳에서 얼음축구, 피겨스케이팅, 빙상경기, 가족썰매, 루어낚시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열린다. 특히 올해는 눈 위에서 가족썰매 등을 즐길 수 있는 스노우펀파크가 처음 생겨 가족단위 놀이가 더욱 다채로워졌다.

축제가 열리는 2013년 1월 5일부터는 화천 도심 전체가 선등(仙燈)거리로 탈바꿈, 축제 분위기로 바뀐다. 선등거리는 선계의 물고기인 산천어 형상으로 만들어진 2만5,000개의 선등이 5㎞에 걸쳐 전시되는 거리를 말한다. 선등은 선계로 이끄는 등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2만5,000개의 선등은 화천주민 수를 가리킨다. 모든 화천주민이 축제기간 만큼은 신선이 된다는 얘기다. 화천 주민뿐만 아니라 선등거리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은 누구나 '화천삼락(華川三樂)'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화천삼락은 신선이 되는 즐거움, 심신이 아름다워지는 즐거움, 복을 듬뿍 받는 즐거움이다.

오감을 자극하는 DMZ 평화생태길

축제를 만끽한 뒤 산천어 못지않은 화천의 대표 브랜드 DMZ 평화생태길을 걸어보자. 오감을 자극하는 걷기길이다. 오감 중에서 특히 감성을 자극한다. 더욱이 2013년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언젠가 끝내야 할 전쟁인 한국전 정전 60주년이 되는 해로, 전쟁의 파괴성과 잔인함을 되새길 수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 [월간산]붕어섬이 보이는 파로호 하류지역에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장면을 보기 위해 일찌감치 길을 나섰다.

DMZ 평화생태길은 국가 차원에서 통일을 대비해 수백 ㎞에 달하는 걷기길로 조성 중이다. 화천에서도 2010년부터 이미 작업을 시작했다. 그 중 전쟁이 만든 마을 비수구미에서 파로호를 끼고 돌아서 평화의댐~비목공원을 거쳐 군부대 내부에 있는 안동철교까지 12.3㎞를 걸었다. 전쟁에 관해 감상에 젖게 하는 것들이 많은 한편 한적하면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길이다.

출발지점인 비수구미마을은 많은 이야깃거리를 지닌 아름다운 곳이다. 원래 한자 지명은 '飛水口尾(물길이 굽이쳐 들어간 후미진 지형이란 뜻)'라고 쓰지만 마을이 원체 아름다워 '秘水九美'라고도 쓴다. 신비한 물이 만든 아홉 가지 아름다움이란 뜻이다. 원래 마을이 있었으나 일제시대 화천댐이 생기면서 일부 수몰됐다. 그리고 광복 후 북한이 점령했다.

이곳은 38선 훨씬 이북지역이다. 한국전이 발발하자 북에서 내려온 주민들이 곧 돌아갈 생각으로 고향과 가까운 곳에 화전을 일구며 터전을 일궜다. 그렇게 기다린 세월이 어느 덧 60년을 훌쩍 넘어버렸다.

현재 비수구미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은 3가구에 7명. 그 중 장윤일(70)씨를 만났다. "원주 살다가 먹고 살기 힘들어 들어와 화전을 일구며 살았다. 그러다 고 박정희 대통령이 화전을 정리한다고 했으나 돈이 없어 못 나가고 아예 여기서 터전을 잡게 됐다. 현재 이북 출신은 없고 출신지역은 다들 제각각이다. 지금 4가구가 있는데 한 가구는 사람은 살고 있지 않다."

비수구미마을의 사람과 역사에 대해 파노라마처럼 압축형으로 들려줬다. 그는 현재 그곳에서 민박과 식당을 운영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 물론 일부 농사도 짓고 있다.

비수구미큰골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은 파로호로 합류한다. 북한강의 한 자락이다. 마침 전국적으로 큰 눈이 내리며 온 산천이 하얗게 뒤덮였다. 비수구미큰골에서 내려오는 물도 눈 밑에 있는 얼음 아래서 졸졸졸 흐르는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다. 해산터널 입구 해오름휴게소에서 비수구미마을로 내려가는 6㎞의 비수구미트레킹 코스가 있으나 2015년까지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비수구미마을엔 3가구 7명 살아

↑ [월간산]화천군 문화해설사 김순동씨와 김은희씨가 안동철교 위를 걷고 있다. 평화의댐이 건립되면서 새로 생긴 철교며, 주변 안동포구의 이름을 따서 안동철교로 명명했다.

세 가구밖에 안 되는 비수구미마을의 눈 내린 겨울은 한적하다 못해 쓸쓸하기까지 했다. 이름에서 주는 그 아름다움은 겨울엔 찾아보기 힘든 분위기다. 화천군은 비수구미마을에서 평화의댐까지 파로호를 감고 도는 4㎞가량을 걷기 좋게 나무데크도 깔아 새로 조성했다. 철제다리와 나무다리도 두 개나 놓았다. 파로호에서 바로 마을로 접근이 가능하도록 다리를 놓은 것이다. 사이사이에 호수 바로 위 산자락에 나무데크로 길을 단장했다. 걷기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

철제다리 위에 올라섰다. 비수구미마을에서 배를 타고 파로호를 가로질러 바로 화천읍에 도달하는 선착장이 옆에 있다. 몇 척의 배가 을씨년스럽게 묶여 있다.

다리를 건너 파로호를 끼고 도는 산자락 옆길로 올라섰다. 눈 쌓인 산이 파로호에 비친 모습은 더 없이 운치 있다. 마치 백지장에 물감을 뿌려 접어서 다시 편 듯 대칭을 이뤘다.

파로호(破虜湖). 한국전쟁이 낳은 이름이다. 원래는 대붕호(大鵬湖)였다. 호수 모양이 전설의 새 대붕을 닮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1951년 5월 이름이 바뀌었다. 한국군이 중공군 1만7,000명을 궤멸, 수장시키고 2,000여 명을 포로로 잡는 대승을 거두자 승전보를 들은 이승만 대통령이 바로 달려가 치하하면서 파로호로 불렀다. 오랑캐를 격파한 호수란 뜻이다.

파로호를 바라보면서 조심조심 발길을 옮겼다. 눈이 덮여 있어 잘못 디디면 바로 미끄러진다.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려면 멈춰 서서 주변을 살펴야 한다. 마침 전망대가 나왔다. 마음껏 주변을 둘러본다. 주변은 산과 호수와 눈(雪)밖에 없다. 아무 장식이 없어도 아름답게 보인다. 아니, 아름답다기보다 눈이 시리다. 쓰라린 역사가 주는 아픔 때문일까? 호수에 비친 산의 대칭적인 풍경 때문일까?

평화의댐 직전에 있는 세계평화의 종(Bell Park)공원에 다다르자 눈이 부슬부슬 내렸다. 저 멀리 시꺼멓게 눈구름이 몰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동행한 화천 문화해설사 김순동씨와 김은희씨는 "여기선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퍼붓고 쌓여 이곳을 벗어나지 못한다"며 서둘렀다.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도 목적지인 안동철교까지 가야 하는데….'

이어 평화의댐. 북한이 금강산댐을 건설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건립한 남한 최북단의 댐이다. 1980년대 중반 코흘리개서부터 노인까지 한푼 두푼 모은 국민의 성금으로 만들었다.

↑ [월간산] 마치 물감을 뿌려 종이를 접은 듯 대칭을 이룬 모습이 물에 비쳐 더욱 운치를 자아내고 있다.

평화의댐 위에는 세계평화의 종 공원이 있다. 세계 각지에서 살상용으로 사용하고 버린 탄피를 모아 만들었다. 탄피로 평화의 종을 만들겠다는 취지를 알리니, 세계 각국에서 기꺼이 보내줬다고 한다. 1만 관(37.5t)으로 만들 예정이었던 세계평화의 종은 남북통일의 염원을 담고자 1만 관 중 1관을 분리한 9,999관으로 주조했다. 통일이 되는 날, 떼어진 1관을 추가해서 세계평화의 종을 완성할 것이라고 한다. 1만 관의 세계평화의 종을 빨리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 옆에는 비목공원이 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그리고 널리 애송하는 가곡 '비목' 그 노래의 탄생지다. 어느 무명용사의 돌무덤에 비목으로 만든 십자가 위에 녹슨 철모만이 외로이 걸려 있다. 얼마나 안타까운 장면인가!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젊은 청춘이 조국을 위해 기꺼이 산화한 자리를 그가 썼던 철모만이 그 자리를 지키며 전할 뿐이다. 백 마디의 말보다 이 한 장면이 전쟁의 비극을 더 절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의 죽음은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그대로 전하고 있다.

이름 바뀐 대붕호, 댐 생기면서 꼬리까지 잘려

화천의 DMZ 평화생태로는 온통 전쟁과 관련된 흔적들뿐이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평화는 완성되지 않았기에 통일에 대한 열망,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어본다.

안동철교를 가기 위해선 일반인통제구역을 지나야 한다. 출입하기 위해선 화천군이나 군부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제부터는 포장된 아스팔트길 옆으로 지나친다. 세계평화의 종 공원에서 안동철교까지 정확히 6㎞다.

눈은 계속 내리고 있다. 조금 전보다 더 굵고 많이 휘날린다. 갔다 오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 빠져나가는 게 은근히 걱정된다. 결국 그 걱정은 현실화 됐지만….

군 초소에서 예약을 확인한 뒤 출입허가를 받고 바로 내달렸다. 주위를 살필 겨를도 없다. 정말 마음이 급해졌다. 대화도 없이 목적지를 향해 가기 바쁘다.

↑ [월간산]하늘에서 촬영한 산천어축제에 참가자들의 모습. 공간이 없을 정도로 얼음 위에 빽빽이 차서 낚시를 하고 있다. / 사진 화천군 제공.

길은 북한강변을 가지만 바싹 붙어 가는 건 아니다. 때로는 산 속으로 들어가는 듯하다가 다시 강변으로 나온다. 사람들도 없다. 하긴 지금은 군인도 보이지 않는데, 방문객이 있을 리 만무하다. 펑펑 내리는 눈만이 반긴다.

저 앞에 안동철교가 보인다. 이 철교는 전쟁의 간접적인 영향으로 생긴 다리다. 북한이 금강산댐을 만들어 남한에 대한 물 공격 위협을 가하자 평화의댐을 만들면서 철제 조립식 다리를 만든 게 바로 안동철교다. 이름도 옆에 있는 그 옛날 금강산에서 소나무 뗏목이 내려오다가 쉬었다 가기도 하고, 한강에서 돛을 펄럭이며 소금배가 와 닿기도 했던 안동포의 이름을 따서 안동철교라 한 것이다. 지금은 강가에 나룻배도 없고, 소금배도 닿지 않으며, 사람이 살지 않고 황량한, 강물만 흐르는 북한강 상류에 불과하지만 군인들만 그곳을 안동포구라 부른다.

안동철교 밑으로 약간의 습지가 있다. 물론 상류에서 물이 많이 방류될 때는 전부 잠기지만 대부분의 경우 습지상태로 있다. 수달, 삵, 고라니, 멧돼지 등 야생동물들이 물을 마시러 내려오기도 하고 버드나무숲에 몸을 숨기고 쉬기도 하는, 서식처와 쉼터 역할을 하는 곳이다.

양의대 습지도 댐이 생기기 전까지는 금강산에서 발원한 물이 북한강으로 흘러가는 최상류에 불과했다. 하지만 북한이 금강산댐을 만들어 저장된 물을 원산으로 돌려 사용하면서 물이 흐르지 않자 자연스레 습지가 되었고, 그 습지가 지금은 동물의 낙원으로 변한 것이다. 향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한편 람사르(국제습지보호협약)에 등록할 예정이다. 화천군에서는 양의대 건너편에 야생동물을 관찰할 수 있는 생태관찰학습원을 건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비수구미마을에서 안동철교까지 12.3㎞를 어느새 걸었다. 전쟁이 남긴 여러 흔적이 가슴이 시리도록 아픈, 때로는 지상낙원으로 변한 경관을 지나쳐왔다. 정적이 흐르는 땅 DMZ, 그 속에 잉태된 많은 가능성과 미래의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그 가능성과 미래를 어떻게 열어갈 것인지. 산천어축제와 같은 발전적 가치로 연결시켜 나갈 것인지, 아니면 다시 폐허의 구렁텅이로 빠져들 것인지는 결국 우리들의 몫이다.

길잡이

화천에서 해산터널을 지나자마자 해오름휴게소가 나온다. 그곳에서 비수구미마을까지 6㎞ 비수구미트레킹 코스가 조성돼 있으나 아쉽게도 2015년까지 자연휴식년제로 출입금지다. 평화의댐에 주차 후 걸어가던지, 아니면 차를 가지고 파로호 옆길로 비수구미마을까지 최대한 접근해서 걸어갔다가 되돌아오는 방법이 있다. 마을주민이 주차하는 공간이 있다. 거기서 마을까지 불과 2㎞도 채 안 된다.

↑ [월간산]눈 내린 화천 산천어밸리의 모습.

비수구미마을로 이어진 대중교통편은 없다. 민통선으로 들어가는 버스가 있으나 이는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증명서를 소지한 민통선 거주 주민만이 이용할 수 있다. 화천읍에서 평화의댐까지 택시비는 5만 원.

화천읍에서 평화의댐까지 가는 관광선(물빛누리호 문의 033-440-2731~3)이 있다. 계절에 따라 하루에 왕복 1~2회 운행한다. 비수구미 주민들도 호수와 마을을 오가는 배를 운영한다. 민박과 식당을 겸한 마을주민에 문의하면 된다. 문의 비수구미민박(033-442-0145), 해산민박(033-442-0962), 벌꿀민박(033-442-3952).

숙식(지역번호 033)

화천군 요리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돌솥밥과 불고기 백반이 주메뉴인 대청마루(442-1290), 쌈밥정식이 일품인 산채골(442-4880), 민물잡어로 만든 어죽탕을 하는 화천어죽탕(442-5544)이 유명하다. 숙박은 화천군에서 운영하는 아쿠아리조트(441-3880), 초원장여관(442-2230) 등이 있다. 군청 관광정책과에 문의(442-1211)해도 된다.

산천어 축제, 어떤 행사 열리나?루어낚시·맨손잡기 등 눈·얼음 관련 '모든 것' 즐길 수 있어

산천어축제는 일본 삿포로 눈축제, 중국 하얼빈 빙등제와 함께 아시아 3대 겨울축제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캐나다 윈터 카니발, 일본 삿포로 눈축제, 중국 하얼빈 빙등축제와 더불어 세계 4대 겨울축제로 CNN에서 보도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한국의 겨울축제가 아닌 세계적인 겨울축제로 발돋움했다.

2003년 제1회 행사를 개최한 이래 2010년 10회 축제 때 133만 명이 방문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듬해는 구제역으로 열리지 못했다. 이 때 지역경제가 침체해지는 상황을 맞아 축제반대론자들을 일거에 잠재웠다. 그 사이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전국 최우수축제를 자연스레 선정됐다. 물론 정부 지원금이 뒤따랐다. 2013년 새해도 1월 5~27일 '얼지 않은 인정, 녹지 않는 추억'이란 슬로건으로 40여 종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체험행사로 23일간의 일정으로 화천 일대에서 열린다.

산천어체험 프로그램은 얼음낚시, 산천어 루어낚시, 산천어 맨손잡기 등이 있고, 눈사람 광장, 눈썰매, 눈조각, 빙상광장, 스노라이더(크로스컨트리), 얼음썰매, 얼음축구, 콩닥콩닥 봅슬레이, 하늘가르기, 얼곰이 아이스열차 등 다양한 눈과 얼음을 직접 즐길 수 있다. 이와 함께 자매도시인 중국 하얼빈에서 온 최고의 예술가들이 만든 '겨울도시광장'의 환상적인 눈조각과 '아시아 빙등광장'은 특히 볼거리다. 대한민국 창작썰매 콘테스트나 축제마당, 축제 포토존 등 참가자들이 직접 사진을 찍거나 작품을 제출해서 상을 받는 행사도 있다.

↑ [월간산]산천어 맨손잡기에 참가한 외국인이 한 마리를 잡아 기뻐하자 친구로 보이는 여자가 얼굴을 키스를 하고 있다. / 사진 화천군 제공.

축제장의 대표 체험행사는 산천어 얼음낚시와 맨손잡기. 30㎝ 내외의 산천어를 낚는 얼음낚시는 현장접수 7,000홀, 인터넷 예약접수 4,000홀, 어린이 전용 500홀 등으로 낚시터가 구분되어 운영된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주말의 경우 오전 10시 전후로 입장표가 매진되기에 나누어 운영하는 것이다. 대회 주최 측은 얼음낚시터 위에 사람이 많다고 해서 산천어가 잡히지 않을 것이란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다고 한다. 일정 간격으로 계속 산천어를 얼음 밑에 풀어놓기 때문에 얼음 위의 사람 수보다 훨씬 더 많은 산천어가 헤엄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순발력과 무모함(?)이 필요한 맨손잡기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기 때문에 얼핏 쉬워 보이지만 얼음처럼 차가운 물에 전신을 담가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고행 이벤트다. 산천어를 구석으로 몰아 손으로 낚아챌 수 있는 순발력을 갖춰야 제대로 잡을 수 있다. 얼음낚시나 맨손잡기를 통해 잡아 올린 산천어는 축제장 곳곳에 설치된 구이터나 회센터에서 굽거나 회를 떠서 먹을 수 있다.

낚시바늘에 실만 묶고서도 잡을 수 있는 얼음낚시에 비해 '산천어루어낚시'는 루어낚시용 장비가 있어야 참여할 수 있다. 사전신청 없이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접수를 받으며, 하루 200명까지 가능하다. 모든 산천어 프로그램은 유료로, 중학생 이상 성인은 1만2,000원, 초등생은 8,000원이다. 표를 구매한 사람에게는 5,000원짜리 농특산물나눔권이 제공된다. 농특산물나눔권은 축제장에 있는 진열된 농특산물을 구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상품권이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로 즐길 수 있는 겨울놀이터인 스케이트, 아이스하키, 농목장치기, 컬링 등도 마련돼 있다. 이와 함께 봅슬레이, 눈썰매, 얼음썰매, 스노라이더, 얼음축구, 하늘가르기, 얼곰이 아이스열차, 눈사람광장 등도 가족이 함께 놀 수 있는 행사다.

축제 기간 중 도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선등문화제도 또 다른 볼거리다. 2만5,000개의 선등이 수놓은 선등거리는 독특한 야경을 만들어낸다. 중국, 일본, 몽골, 스위스, 덴마크, 캐나다 등 세계 각국의 소원과 염원이 담긴 320m 길이의 세계선등거리와 전 국민들 대상으로 공모해서 선정한 750m 길이의 어등거리, 평화에 대한 염원을 빛으로 표현한 400m 길이의 평화선등거리, 사랑에 대한 소망을 표현한 사랑선등거리, 산천어의 일생을 구성한 산천어동화선등거리 등 주제에 따라 다양하고 이채롭게 꾸민 거리도 일품이다.

인구 2만5,000명의 산골동네에 축제가 열리는 23일 동안 주민의 두 배가 훨씬 넘는 하루 평균 6만여 명의 방문객이 다녀가는 불가사의한 축제장, 그곳이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화천이다.

50억 투자한 화천 산천어축제가 미치는 영향은?지역경제 유발효과 1,304억 원, 일자리 창출 1,500명

↑ [월간산]산천어 축제가 시작되면 화천 도심은 마치 산천어가 살아 헤엄치는 듯한 선등거리로 변한다.

23일간의 축제기간 중에 방문하는 150만 명에 육박하는 관광객들이 실제로 화천 지역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역설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 살펴볼 중요한 계기가 있었다. 2011년 전국적으로 몰아닥친 구제역으로 인해 화천 산천어축제를 열지 못했을 때다. 축제 반대론자들은 '도움도 안 되는 축제, 이 기회에 정리를 해버리자'며 쌍수 들어 환영했다. 그러나 지역경제가 완전히 죽어버렸다. 상인들은 아우성이었다. 이듬해인 2012년 초 다시 열린 산천어 축제엔 144만8,000명이 방문했다.

이들이 화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강원발전연구원에서 조사했다. 산천어축제는 2003년 22만 명이 찾았다. 2004년 58만 명, 2005년 87만 명에 이어 2006년엔 드디어 100만 명을 넘어선 103만 명이 방문했다. 2007년 125만 명, 2008년 130만 명, 2009년 105만 명, 2010년 133만 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10년 만에 정확히 방문객만 7배가 늘어난 것이다. 그 사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2003년 23억 원에서 94억 원, 361억 원, 421억 원, 549억 원, 457억 원, 394억 원, 533억 원으로 추산했다.

화천군 김세훈 관광정책과장은 "지역농산물 수매 10억 원, 산천어 계약물량 10억 원, 축제준비 설비비용 30억 원 등 축제 준비에 들어가는 총 비용이 50억 원 정도 된다. 하지만 이 중 30억 원이 입장료 수입으로 회수되고 20억 원가량은 지역상품권으로 소비돼 상인들에게 직접 현금으로 들어간다"며 "이는 지역주민의 GNP를 높이며, 간접수익을 창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산천어 축제와 관련된 직간접 효과는 지역경제 전체 GNP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축제로 인해 화천군의 1인 GNP는 2,800만 원으로 1,000만 원 남짓 되는 강원도민 1인당 GNP에 비해 무려 3배 가까이 된다고 강조했다.

강원발전연구원도 직접유입액 기준으로 산정한 결과 2010년 기준 일자리 창출효과 1,500명에 20억 원, 지역경제유발효과 1,304억 원, 지역경제 직접효과 533억 원으로 추산했다. 실로 어마어마한 효과다.

해외 언론에서도 집중 조명돼, 화천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2009년 타임지에 이 주일의 뉴스로 보도된 데 이어, CNN 등 세계 20개국 72개 언론사에서 집중 보도했다. 미국 20회, 영국 7회, 인도 3회, 중국 3회 등이다.

외국인 관광객도 지역인구를 초과하는 2만5,000여 명이 찾을 정도로 급증했다. 하루 방문객이 16만6,000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화천이 미어터질 정도였다. 한마디로 산천어축제가 화천을 먹여 살리고 있는 것이다.

정갑철 화천군수 인터뷰"평화·청정·자연·생명 근간으로 에코 파라다이스 도시로 만들 것"

↑ [월간산]

"화천 방문객이 연 250만 명 정도 됩니다. 평화의댐에 25만 명, 쪽배축제에 15만 명, 토마토축제에 10만 명, 그리고 산천어축제에 150만 명입니다. 산천어축제가 화천 GNP의 10%를 차지합니다. 저희들로서는 산천어축제를 집중 육성할 수밖에 없는 거죠."

정갑철 화천군수의 말이다. '화천 토박이' 정 군수는 화천을 키울 방안을 줄줄 꿰고 있었다.

"화천은 산과 강이 90%를 넘습니다. 특산농작물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없는 지역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팔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될 작정입니다."

그의 복안은 화천을 '에코 파라다이스(Eco Paradise)'로 만드는 것이다. 전쟁으로 버려진 땅을 관광상품화해서 방문객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화천의 경제구조는 농업 등 1차산업 종사자가 27%, 제조업 등 2차산업 2% 내외, 서비스 3차산업이 70%를 넘는다. 70%가 넘는 3차 서비스산업은 현재 군인에 의존하는 구조다. 앞으로는 이를 전쟁·평화·청정·자연·생명을 근간으로 하는 관광산업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소설가 이외수씨가 화천에 이미 '감성마을'을 조성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외수씨는 삭막해지는 세상에서 인간은 자연을 통한 감성을 키워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화천군은 뿐만 아니라 자연요리전문가 산당 임지호씨가 2013년 들어올 예정이라고 한다. '음식과 감성'을 묶겠다는 복안이다.

이어 현재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는 기(氣)와 명상, 힐링과 관련한 명상체험센터도 건립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전통한옥 스스로 짓기, 극단 등도 유입해서 화천의 브랜드 가치를 드높일 방침이다.

정 군수는 "산악인 엄홍길 대장도 파로호 인근에 히말라야 16좌를 등정하면서 운명을 달리한 후배들을 위한 위령제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한국전쟁에서 이름 없이 산화한 우리 군인들을 위한 평화아트공원(가제)으로 명명한 위령공원에서 같이 지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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