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미사 드리는 견공 '토미'

김영아 기자 2013. 1. 2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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듬직한 개 한마리가 제단 앞에서 미사에 참석한 사람들을 마주보고 있습니다. 실은 이 개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니라 뒷문을 지켜보고 있는 겁니다. 기다리던 누군가가 혹시라도 들어올까 싶어서 말이죠.개의 이름은 토미. 독일 세퍼드로 나이는 일곱살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한 50쯤은 되는 나이죠. 앞에 모인 사람들은 토미가 함께 살던 주인 마리아의 장례미사에 참석한 이들입니다.

토미는 원래 버려진 개였습니다. 그런데 마리아가 집 근처 들판에서 토미를 발견하곤 데려다가 정성껏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마리아는 토미를 무척 사랑했다고 합니다. 어딜 가든 데리고 다녔죠. 심지어 미사에 참석할 때도 매일 꼭꼭 데려가곤 했다는군요. 미사때마다 토미는 마리아 발 옆에서 "컹"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끝날때까지 얌전히, 경건하게 앉아있곤 했답니다.

그런데 그렇게 토미를 사랑하던 주인 마리아가 두 달 전에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그리고 마리아의 장례식날. 사람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데려온 이도 없는데 토미가 어느새 성당에 나타난 겁니다. 토미는 늘 마리아와 함께 앉아있던 자리를 지나 성큼 성큼 제단 앞으로 나오더니 몸을 돌려서 뒷문을 향해 서서는 장례미사가 끝날 때까지 마리아를 기다렸습니다.

그날 이후 토미는 매일 미사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면 성당에 찾아간다고 합니다. 늘 같은 자리, 제대 앞에서 문 쪽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주인 마리아가 나타나길 기다린다고 합니다. 말 못하는 짐승의 충직한 사랑에 마을 사람 모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성스러운 미사에 개가 웬말이냐고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합니다. 오히려 모두들 나서서 토미의 밥도 챙겨주고 물도 챙겨주고, 잠자리도 봐 주고 한답니다. 토미는 마리아를 잃었지만, 온 마을 사람들을 새 주인으로 얻은 거죠.

이탈리아 생 도나치라고 하는 작은 마을에서 실제 일어난 이야깁니다. 어찌 보면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도 한 두 번 쯤 봤을 법한 흔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바다 건너 영국의 <데일리 메일>이라는 일간지가 꽤 큼직하게 보도했습니다. 대서양 넘어 CNN에서도 스타 앵커 에린 버넷이 진행하는 프라임 타임 인기프로그램에서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여기 SBS 취재파일에 다시 한 번 그 이야기를 옮깁니다.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짐승만도 못한' 사람들에 지쳐서 충직한 사랑과 진심에 목마른 건 국적이나 지역, 인종, 종교, 성별을 따질 것 없이 어디나 마찬가진가보다, 하고 말이죠.김영아 기자 younga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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