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ㅣ상주 할미산 곶감길] 동화 '호랑이와 곶감' 전설 속으로 4.2km

글·최국태 차장 | 사진·이신영 기자 2013. 1. 2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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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산]할미산 곶감길을 가는 걷기 동호인들.

전래동화 '곶감과 호랑이'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 동화가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경북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 송골이 우화에 자주 등장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곶감'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곳이다.

곶감공원이 들어서 있는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는 '송골', '청당골', '조정' 세 개의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도 송골이 곶감길의 중심이다. 그런데 궁금하다. 상주 전체가 곶감이 유명할 터인데, 왜 이곳에 곶감공원이 만들어진 것일까?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마을 입구에 감나무 임계수명을 한참 지난 750년 수령의 '하늘 아래 첫 감나무'가 있다. 이 나무에서 나는 감으로 만든 곶감이 조선 예종(1450~1469년 조선 8대 임금) 임금님께 1461년 11월 13일 진상되었다. 이때부터 상주곶감은 전국에서 제일 맛있는 곶감으로 소문이 나게 되었다.

2011년 곶감공원이 만들어지면서 송골은 그야말로 곶감마을이 되었다. 특히 2011년 말 이곳에서 처음 치러진 '상주 곶감축제' 행사에는 특별한 홍보 없이도 전국 각지에서 1만 명의 손님이 찾아오는 등, 9일간 행사가 인산인해를 이루는 가운데 치러졌다.

2012년 행사는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 규모가 커져서 2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렸다. 마을이 곶감으로 유명해지면서 마을 소득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그렇게 곶감공원은 소은리 주민들이 보물처럼 아끼는 곳이 되었다.

사실 돈 때문에 아낀 것은 아니다. 허허 벌판 같았던 마을에 번듯한 건물과 공원이 조성된 것만 하더라도 이 마을 주민들은 좋은 것이다. 농사가 버거운 여름 저녁이면 주민들이 이곳에 올라와 더위를 식히고, 먼 데서 친지가 찾아오면 마을의 명소인 양 소개하는 곳이 되었다. 오죽했으면 지난 여름 잔디 관리를 위해 주민들을 소집했는데 70명이나 자진해서 모였을까. 그 바람에 단숨에 정리가 끝났다.

2012년에는 한 술 더 떠서 '할미산 곶감길'이라는 걷기길을 만들었다. 곶감공원을 감싸고 있는 할미산을 일주하는 코스다. 할미산 곶감길은 곶감공원~할미고개~할미산성~할미산~할미샘~곶감공원으로 연결되는 원점회귀 4.2km 코스다. 명소로는 할미고개, 할미산성, 할미산, 할미샘이 있다.

곶감길 조성하자 사람들 몰려들어

↑ [월간산]소은리 곶감공원.

곶감공원 주변은 온통 감나무 밭이다. 감이 완전히 익어가는 가을에 곶감공원에 오면 주변이 온통 주황색이다.

곶감공원 건물 뒤편에 있는 비포장 산길로 접어들면 바로 곶감길이 시작된다. 전형적인 흙길이다. 땅에서 나는 냄새를 맡으면서 걷기가 무르익기 시작한다. 길은 완만하다. 하지만 보이는 것보다 걷기에는 힘이 든다. 1km 가까이 오르막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왼편으로 저수지가 하나 보인다. 송골지다. 상주를 비롯해 산지가 많은 경상북도는 큰 저수지보다 송골지처럼 작은 규모의 저수지가 곳곳에 있다. 산 속에 있는 저수지는 언제 만나도 정겹다.

산 중턱에 이르면 작은 샘이 나온다. 할배샘이다. 예전 이곳 주민들이 나무를 하러 왔다가 잠시 쉬면서 물을 마시던 곳이다. 지금도 깨끗한 샘물이 솟아나온다. 한 모금 들이키면 나머지 여정이 수월하다.

산길을 따라 할미산 끝까지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좌측을 택해 오르면 할미고개이고, 진행되는 길을 계속 가면 내서면이 나온다. 곶감길은 할미고개 방향이다.

할미고개에 올라서면 갑자기 차 소리가 요란해진다. 중부내륙고속국도 내서 4터널을 빠져나온 차량들이 내는 소음이다. 방금 전까지 고요했던 마음이 갑작스럽게 부산해지는 기분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논밭이 보이고 내서 능암의 자연마을인 '퇴동'도 보인다. 나무지게가 운반의 수단으로 사용되던 시절 사람들이 왕래했던 고개이기다.

↑ [월간산]순하고 정취가 뛰어난 할미산곶감길

이곳 할미고개에서는 예전 할미산성 흔적을 만날 수 있다. 흙으로 쌓은 회곽도가 능선을 따라 형성돼 있다. 크지는 않지만 그 옛날 피난처로 요긴하게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렇게 예전에는 고을마다 흙으로 쌓은 산성이 있었다.

성터 안에는 밤나무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멧돼지가 야단스럽게 땅을 뒤진 흔적들이 보인다. 밤 한 톨 남김없이 없앤 것을 보면 멧돼지 여러 마리가 오랜 시간 동안 밤 사냥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멧돼지가 꽤 극성이라 한다.

소나무 숲은 치유의 길

할미산성이 끝나면 참나무 숲에서 소나무 숲으로 바뀌면서 능선이 두 개로 갈라진다. 하나는 백두대간 백학산을 조산으로 하는 산줄기로 배골과 국사봉을 지나 주산을 거쳐 낙양의 사직단까지 뻗은 능선이다. 이 길을 따라 가면 백두대간으로 갈 수 있다. 산을 좋아하는 산꾼들은 이 길로 다닌다.

다른 하나는 할미산 가는 걷기 길로, 소나무 숲 사이로 오르면 할미산(320m) 정상에 닿는다. 우거진 잡목으로 시야가 가려 조망은 쉽지 않지만 산림욕 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실제로 이곳에서 소나무의 좋은 기운을 받아 중병을 치료한 예가 적지 않다. 그래서 이 길을 '치유의 길'이라고도 부른다.

할미산 정상에서 조금 아래에 정자가 있다. 상주시에서 곶감길을 조성하면서 특별히 마련한 쉼터이다.

소나무 숲은 갈림길이 있는 곳까지 이어진다. 왼쪽 길은 곶감공원으로 가는 지름길로, 15분이면 처음 시작한 곳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곶감길을 모두 감상하려면 앞으로 직진해야 한다.

↑ [월간산]할미산곶감길의 샘가에 앉은 탐방객들

갈림길이 있는 곳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멧돼지 목욕탕이 나온다. 탕이라고는 하지만 물이 고인 곳은 아니다. 연한 황토가 있는 곳이다. 황토를 좋아하는 멧돼지들이 바닥에서 뒹굴고 나무에 비빈 흔적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이곳은 그야말로 멧돼지가 사시사철 발견되는 곳이라는 이야기가 실감난다. 길을 따라 내려가면 묘지에 철망을 가로 세로로 연결해 놓은 광경을 볼 수 있다. 이것 역시 멧돼지들이 봉분을 파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시설물이다. 봉분만 세우면 무너뜨리는 바람에 자손들이 궁여지책으로 쳐 놓은 것이다.

할미산 어귀, 완만하게 쭉 뻗은 능선길을 벗어나면 농로가 나온다. 우측의 농로는 '조정마을'을 거쳐 들판을 걷는 농로길이고, 좌측으로 내려가는 길은 할미샘으로 가는 길이다.

할미샘은 청당골 방구집(바위가 있는 집)에서 25m 거리의 과수원 안에 있다. 풍부한 수량으로 사시사철 시원한 물줄기를 자랑한다. 그 물 때문인가? 이곳은 가구 수가 얼마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박사가 10명이나 나온 박사촌이다. 물이 좋으면 인물이 나온다는 옛말을 실감할 수 있는 동네다.

물맛을 감상하고 진입로를 따라가면 곶감공원이다. 마을 길 주변에 감나무 천지다. 감이 워낙 많이 열리는 마을이라 가지를 꺾지 않는다면 감 한두 개씩 따서 먹는 것은 주인이 봐도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가을이 무르익을 무렵이면 감 따먹는 재미를 위해서라도 한 번씩 와볼 만한 곳이 바로 곶감길이다.

곶감공원에 다다르면 4.2km 곶감길 완주가 끝이 난다.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면 족한 코스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혹시 더 걷기를 원할 경우 '조정'을 거쳐 들판을 가로질러 곶감공원으로 접근하는 방법도 있다.

곶감길은 완만하지만 마냥 쉽지 않고 나무가 우거져 있어서 사시사철 좋은 기후에서 즐길 수 있는 코스다. 봄에는 감꽃에 취하고, 여름에는 피톤치드에 취하고, 가을에는 누렇게 익은 감과 곱디고운 붉은 사과 그리고 황금빛 풍성한 들판에 취하고, 겨울에는 곶감 맛에 취하는 곳이다.

곶감길을 걸을 때는 곶감전설을 한 번 떠올리면 재미가 배가 된다. 사람들은 '호랑이가 곶감을 무서워한다'는 부분만 알고 있지만, 앞뒤 이야기가 흥미롭다. 곶감공원 감락원에 가면 전래동화 책을 만날 수 있다.

↑ [월간산]

할미산 곶감길은 마치 어딘가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야기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릴 것만 같은 풍경을 간직한 그런 길이다. 공원을 만들고 길을 조성하긴 했지만,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살렸다. 어쩐지 이곳에서 걷고 있으면 바람 사이로 오래 전 할머니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할미산 곶감길(총 4.6km, 1시간 50분 소요)

곶감공원~(1.3km, 35분)~할미고개(0.9km, 25분)~할미산(0.7km. 15분)~갈림길(1.2km, 25분)~할미샘(0.5km, 10분)~곶감공원

상주곶감 상주는 청화산~국수봉 간 69.5km)의 긴 백두대간으로 인하여 서쪽이 높고 동남쪽이 낮은 서고동저의 지형과 연평균 온도 11.9℃와 연강수량 1,200mm로 토질이 비옥하고 배수가 양호하다. 때문에 떫은 감인 상주둥시의 최적 재배지로 그 명성을 얻고 있다. 이러한 천혜적인 자연환경에서 재배된 감을 이용하여 반건시와 건시 두 종류의 곶감을 생산하고 있다. 6,000여 농가에서 2만여 톤의 감을 수확해, 전국 곶감 생산량의 60%인 9,000여 톤의 곶감을 생산한다. 특히 곶감은 비타민A가 많고, 술독과 열독을 풀어주며 몸을 따뜻하게 보강해 주고 위와 장의 기능을 도와준다. 최근 주근깨를 없애주고 감기에도 효능이 좋은 웰빙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주문은 인터넷(상주곶감)을 활용하거나 직접 현지에서 구입할 수 있다.

하늘아래 첫 감나무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 379-1번지에 있다. 750년 된 감나무는 밑둥의 절반이 썩었지만 두 갈래의 줄기가 힘차게 하늘로 뻗어 있다. 고욤나무에 접붙인 이 감나무를 보면 끈질긴 생명력을 느낄 수 있으며, 상주곶감이 왜 오래전부터 전국에서 유명한지를 알 수 있다. 바로 이곳에서 생산된 곶감을 조선 예종 때부터 임금님께 진상했다고 한다.

상주 곶감공원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 464번지에 있다. 3만614㎡ 면적에, 전시관과 체험시설 등이 있으며, 매년 12월 곶감축제가 이곳에서 개최된다. 향후 시설물이 완공되면 대한민국 최고의 곶감 전시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교통

내비게이션으로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 464번지 상주곶감공원을 입력하고 간다. 당진상주고속국도 남상주 IC로 나간다. 상주시내에서는 8km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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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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