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 '박원순은 빨갱이' 도 넘는 종북공세 왜?

손대선 2013. 1. 2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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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또다시 '종북논쟁'의 한복판에 등장했다.

KBS아나운서 출신인 정미홍씨는 지난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박원순)서울시장, (이재명)성남시장, (김성환)노원구청장 외 종북 성향의 자치단체장들 모두 기억해서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퇴출시켜야한다"고 적었다.

정씨는 이어 "국익에 반하는 행동, 헌법에 저촉되는 활동하는 자들, 김일성 사상을 퍼뜨리고, 왜곡된 역사를 확산시켜 사회 혼란을 만드는 자들을 모두 최고형으로 엄벌하고, 국외 추방하는 법을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 시장 등을 두둔하는 의견이 트위터에 올라오자 "자질이 의심되는 지자체장과, 종북 성향의 지자체장들을 퇴출해야 한다니까 또 벌떼처럼 달려 든다"며 "그들이 무슨 짓들을 하고 있는지 잘 알아보지도 않고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를…ㅉㅉ"라고 조소까지 했다.

해당 글은 주말동안 온라인상에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갑론을박의 대상이 됐다. 특히 가장 덩치가 큰 지자체의 수장인 박 시장의 종북 여부를 놓고 네티즌 간에 치열한 댓글전쟁이 벌어졌다.

대북강경론자로 유명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박원순까지 종북으로 몬다는 것은 종북이 뭔지 잘 모른다는 것"이라며 "보수진영에서도 정치적 반대편에게 지나치게 종북 모자를 씌우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고 비판했음에도 보수네티즌들의 공세는 계속됐다.

박 시장에게 종북 논란은 낯선 일이 아니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에도 여당으로부터 줄곧 종북 공세에 시달린 바 있다. 종북주의와 연결할만한 특별한 이력이 없어 당선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지만 선거 이후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어버이연합 등 보수시민단체들은 서울시청에 몰려와 박 시장을 '빨갱이'라고 지칭하며 비난세례를 쏟아 부었다. 심지어 박 시장은 민방위 훈련을 시찰하다 60대 여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그녀는 박 시장을 구타하며 "빨갱이, 서울시를 망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이 당선 이래 특정 이념에 편향되지 않는 무색무취한 행보를 보이는 탓에 한동안 수그러들었던 종북 공세는 18대 대통령 선거 여파가 가신 최근 들어 재개됐다.

대표적인 보수인사인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난 16일 보수단체 행사에 나와 "서울시장이 애국가도 안 부르고 태극기도 안 걸고 대한문 앞에서 저희끼리 취임식을 했다"고 말한 뒤 박원순 서울시장을 가리켜 "이런 미친X들"이라고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측이 국민의례를 했다고 즉각 반박했음에도 논란은 온라인상에서 사실인양 퍼져갔다. 정씨의 발언은 김 명예교수 발언과 같은 맥락에서 회자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박 시장에 대한 종북 논란이 여전히 재현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우선 유명인에 대한 비판을 통해 자신의 미약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이른바 '노이즈마케팅'의 일환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박 시장을 비판한 정씨는 1995년 조순 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 몸을 담았다가 서울시 홍보담당관 등을 맡았다. 이후 2007년에는 문국현 후보를 중심으로 창당한 창조한국당 발기인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는 서울 서초을 지역구에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을 신청했다가 낙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중도성향의 정치평론가 A씨는 "박 시장이 종북이라면 종북의 개념이나 내용을 얘기해야 얘기가 될 것 아닌가. 느닷없이 정씨가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자기 생각과 다르면 매도하는 매카시즘과 다를 바 아니다. 보수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기하는 사람입장에서는 노이즈마케팅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정씨로서는)일종의 정치적 행동이겠지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팩트가 있다면 모를까, SNS같은 데다 지금처럼 자기 대리만족을 위한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의 정치적 무게감이 민주통합당의 대선패배 이후 급격히 늘어난 것과 맞물리는 상황과 연관 지어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시사평론가 최준영씨는 박 시장에 대한 종북공세가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을 포함해서 전반적으로 침체해 있는 상황에서 여권을 포함, 우익 쪽에서 잠재적으로 다음 지방선거나 대선 때 야권의 중심이 될 만한 인물에 대해서 종북딱지를 붙여, 미리 싹을 자르자, 차제에 기를 꺾자는 조급한 속내의 일단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정치평론가 B씨는 "종북이라는 이름표는 아마도 합리적 진보성향의 박 시장이 우파로 극적으로 변신하기 전에는 떼기 힘들 것"이라며 "이 같은 종북 공세는 앞으로도 우리 선거판이 정책보다는 철지난 이념싸움에 매몰된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 시장측은 이 같은 종북공세에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앞서 박 시장은 공적 장소에서 자신을 폭행한 60대 여성에 대해서도 법적처벌을 원하지 않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허위사실 유포 등을 주장하며 민형사상 조치를 예고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sds110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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