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 안 보이면 병원, 3달 안 보이면 죽은 것"

홍영선 2013. 1. 2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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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기획①] 생사(生死)에도 '외로움'이 그들을 따라 다녔다.

[CBS 홍영선 기자]

이번 겨울 유례없는 한파가 이어지면서 독거노인들의 죽음 이야기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고독사'가 어느 새 우리내 삶속에 깊이 파고든 형국이다. 외롭게 죽어간 사람들, 뒤늦게나마 소식이 알려지면 그들의 외로움은 덜어지는 것일까? 고독사의 문제는 그들이 죽을 때 외로웠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어찌 보면 살아 있는 내내 외로웠다는 데 있을 것이다. CBS 노컷뉴스는 '고독사(孤獨死)가 아니라 고독생(孤獨生)이 문제다'라는 주제로 점증하는 고독사 문제를 집중 진단하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은 없는지 고민해 보기로 했다.

21일은 첫 번째 순서로, 쪽방촌에 이웃해서 살던 두 노인의 잇단 죽음을 통해 고독사의 실태를 들여다봤다.[편집자주]

서울역 쪽방촌 옆집에 이웃해서 살던 두 70대 노인이 약 한 달 간격으로 '고독사 (孤獨死) '한 채 발견됐다.

지난해 12월 6일 오후 8시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101호에서 김모(72)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홀로 숨진 김씨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복지관 도우미였다. 노인돌보미사업 대상자였던 김씨를 주 2회 방문하는 역할을 맡았다. 노인돌보미사업이 없었다면 김씨가 더 오래 방치돼 있었을 지도 모른다.

김씨가 발견된 지 열흘 쯤 지난 18일 기자가 찾아간 쪽방촌에서 김씨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곳 쪽방촌에서 40년을 살았다는 이모(69)씨는 "70대 어르신이 돌아가셨다는 소리는 들었다"면서도 "얼굴 한 번 본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달 전쯤인 지난해 10월 19일엔 김씨가 숨진 바로 옆 건물 102호에서 최모(71)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최씨를 발견한 사람 역시 지인이 아니라 건물 관리인이었다.

사건 당일 관리인은 방세를 받으려고 최씨의 방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아무 인기척이 없자 방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갔다. 관리인은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고 기억했다. 최씨는 잠을 자는 듯 누워있는 상태에서 숨을 거뒀다. 이미 싸늘한 시신이 된 지 이틀이 흐른 뒤였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최씨는 한 달에 42만원 정도를 받아 쪽방촌 집세 15만 원을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의 돈을 술 사는 데 썼다. 하루에 소주 2~3병이 밥을 대신했다. 쪽방촌에 들어오기 전엔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했지만 병이 들면서 그마저도 힘들자 아예 방안으로 숨어 든 것이다.

근처 가게 주인 강모(56)씨는 "최씨가 쪽방촌에서 산 지 10년이 된 걸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외로움에 빠져서 쪽방촌 주민들이랑 얘기한 걸 본 적도 없고 누가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죽기 일주일 전 쯤 최씨를 봤는데 살이 20kg 정도 빠져서 거의 해골 같은 모습이었다"고 마지막 모습을 회상했다.

서류상으로 최씨의 연고자는 여동생 딱 한 명. 여동생에게 최씨의 죽음을 알렸더니 "어렸을 때부터 헤어져 살았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유족으로부터 시체포기 각서를 받은 뒤 '무연고 사망자'로 화장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쪽방촌 주민들에게 '고독사'는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호들갑스런 일이 아니었다. 50대의 한 쪽방촌 주민은 "두 달 안 보이면 병원에 가 있는 거고 세 달 이상 안 보이면 무조건 죽은 거라고 보면 된다"고 비교적 담담하게 말했다.

동자동 쪽방촌 사랑방마을공제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해 쪽방촌에서 숨진 사람은 10명. 이 중 5명이 고독사로 숨졌다.

이태헌 동자동 쪽방촌 사랑방마을공제협동조합 이사장은 "고독사를 한 사람들 면면을 보면 자신의 처지에 대한 수치심이 있어서인지 남하고 대화를 거의 안한다"면서 "외로움이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살아선 한 번도 교류가 없었던 두 70대 노인의 시신은 근처 대학병원 영안실에 안치돼 있다가 같은 날 화장됐다. 유해는 서울특별시 시립 용미리 무연고 추모의 집 납골당에 10년 동안 안치된다.

70년 넘게 살아온 두 노인의 유품들은 유품 정리 업체에 맡겨져 모두 폐기처분됐다. 살았던 방은 코를 찌르는 듯한 소독 약품으로 깨끗이 치워졌다. 마치 이 세상에 없었던 사람들처럼.ho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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