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마트, 직원들 '5단계 등급' 나눠 관리.. A급은 퇴출, B·C급 밀착 사찰

이영경 기자 2013. 1.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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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관리·탄압 논란노조 대응 4개팀 만들고 노동부 공무원도 관리

신세계 이마트가 직원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리스트(서류)를 만들어 특별관리한 것은 일단 2005년부터 흔적이 포착된다.

리스트에는 직원들의 사진이 붙어있고, MJ(문제)·KS(관심)·KJ(가족·친회사적) 등의 영문 약자가 표시됐다.

경향신문이 20일 민주통합당 장하나·노웅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문건을 보면 2005년 5월 이마트 양재점에서 KS 직원 10명의 이름과 가족관계, 거주형태, 선정사유 등을 보고한 내역이 있다. 이마트의 직원 관리는 2011년 동서발전이 직원 성향을 노조에 대한 태도에 따라 토마토(친노조)·사과(중립)·배(친회사)로 분류해 차별 관리해온 것과 동일한 수법이다.

한 시민이 20일 서울의 한 이마트 매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직원들을 불법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마트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에 들어갔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신세계는 2011년 7월 복수노조 설립 허용 시점을 앞두고 기존에 관리해오던 MJ·KS 사원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면담을 진행해 노조에 대한 관계·성향에 따라 A·B·C·D·S로 나눠 관리할 계획을 세웠다.

신세계가 작성한 '복수노조 관련 참고 솔루션' 문건을 보면 'MJ/KS 관리 매뉴얼'을 만들고 MJ·KS 선정 기준으로 장기승진 누락자, 하위등급 평가자 등 업무 부진 인력뿐 아니라 불만이 많은 자, 가정사나 금전문제 등 개인 차원의 이유도 제시했다.

MJ와 KS는 다시 노동조합 성향과 관계에 따라 A·B·C·D·S로 분류됐고, "패자부활이 불가능한 A급의 경우 외부화 방안 설계"라며 사실상 퇴출할 계획도 세웠다. "B·C급의 경우 NJ(노조) 문제 사전징후 수집을 위한 정보채널로 활용 방안 적극 검토"하겠다고 적었다.

신세계는 'NJ 대응조직'으로 상황팀, 지원팀, 대응팀, 채증팀 등 네 팀을 짜 체계적으로 노조 대응 전략을 꾸렸다.

MJ·KS에 대해서는 면담을 통해 핵심 주동자, 가입자, 가입 예상자, 가입 가능자로 분류하고 핵심 주동자는 징계하는 방안을 세웠다.

면담은 녹취기, 폐쇄회로(CC)TV까지 동원해 치밀하게 이뤄졌다. 'NJ 대응 면담조 임무와 역할'이란 문건에는 "CCTV를 사전 설치" "당사 비노조 경영 포함 NJ 관련 용어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면담 결과를 갖고는 "NJ 인력에 대한 A·B·C 등급 재분류"를 통해 "탈퇴 가능성 확실한 인력부터 탈퇴작업을 진행"토록 명시했다.

실제 이마트는 계획대로 직원들을 상대로 면담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휴맥스 지점에서 작성한 문건을 보면 노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직원 면담 결과를 보고하며 "노조를 잘 알지 못하지만 좋은 집단으로 생각함" "노조가 생기고 좋은 점이 많아지면 가입할 수 있다고 생각함" 등이라고 적었다.

구미점 면담 결과 보고서에는 관리자가 "이번 NJ 사고까지 겹쳐 중간관리자로서 본사 및 점포에 죄송스럽다"고 한 내용이 적혀 있다.

신세계는 노동조합 대응을 위해 정부기관을 활용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NJ 규약 비공식 입수(대관)" "법률적 조치·차단을 위한 대관섭외"를 명시했다. 실제로 이마트는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노동계 관련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가 설립된 후에는 법으로 보장된 노조의 정당한 권리인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단체교섭 지연 시나리오'를 마련해 "법률적 사항을 대상으로 연기"하거나 "임시주총, 해외출장, 전략회의 등 경영상 합리적 사유를 이유로 연기"할 것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실제 2011년 6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신세계백화점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청하자 신세계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법내 노조인지 알 수 없는 바 법률상 요건 등에 대한 확인 요청" "경영상 이유" 등을 이유로 교섭에 응할 수 없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신세계의 행위는 노조 결성을 방해하기 위한 지배·개입 행위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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