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인터넷 음란방송 '벗방'에 청소년 무방비 노출

안중현 기자 2013. 1. 21.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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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아이템 주면 더 벗을게" 여성 진행자들 유혹..

"가슴 보여주시면 안 되나요. 신음 소리도 좀 내주세요."

20일 신생 인터넷 개인 방송에서 시청자들이 여성 BJ(Broadcasting Jockey·방송 진행자)에게 현금 아이템을 보내며 노출을 요구했다. BJ가 신음 소리를 내며 검은색 가운을 벗자 가슴이 그대로 노출됐다. 이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섹시하다"며 BJ에게 현금 아이템을 추가로 더 보냈다. 일부 시청자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BJ를 "누나"라고 불렀다.

'벗방'으로 불리는 인터넷 음란 방송에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벗방은 '벗는 방송'의 줄임말이다. 20일 직접 접속한 벗방에선 가슴을 노출하는 것은 물론, 선정적인 대화도 오갔다. "×× 보여주시면 안 되나요"라는 시청자의 말에 신체 일부를 보여주며 "오빠 먹고 싶어?"라는 말을 하는 BJ도 있었다. BJ들은 하나같이 "현금 아이템을 쏘면 수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이런 벗방에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벗방이 '19세 이상'으로 입장 제한을 하지만 일부 방송은 이런 제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19세 이상으로 입장을 제한해도 청소년들이 이를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시청자는 "중학생이라 엄마 휴대폰으로 방송 보는데 ○○TV 결제는 어떻게 하나요?"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박모(30)씨는 "초등학생인 조카가 스마트폰을 통해 벗방을 보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뺏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한국소비자연맹이 청소년 15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568명(39.4%)이 부모나 타인의 주민등록을 도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BJ들이 이런 선정 방송을 하는 것은 현금 아이템을 돈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6대 4의 비율로 인터넷 방송 업체와 BJ가 나눠 가진다고 한다. 개당 100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수백 명이 5개(500원)씩만 보내도 모여서 큰돈이 된다. 지난해에는 한 유명 BJ가 하룻밤에 현금 아이템을 16만개(1600만원어치)나 받았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한때 주춤했던 벗방은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대 규모였던 한 인터넷 방송국이 음란 방송 문제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자 잇따라 새로 생긴 인터넷 방송국으로 대거 옮겨갔다고 한다. 방식은 이전과 동일하지만 '노출 수위'가 더 세졌다고 한다.

신생 인터넷 방송국이 수익을 목적으로 벗방을 묵인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다 더 많은 현금 아이템을 받기 위해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대상을 가리지 않고 더 자극적인 방송을 한다는 뜻이다. 해당 인터넷 방송 업체 관계자는 "24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시청자로부터 신고를 받는 등 음란 방송을 규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김종갑 소장은 "청소년은 성적 정체성이 정립되기 전이라 음란 방송을 접하면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가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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