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역사상 유례없는 의혹들.. 이동흡, 이틀간 집중포화 견딜 수 있을까

이범준·심혜리 기자 2013. 1. 2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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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1) 공금유용 의혹 속 석연찮은 재산 증가

21일부터 이틀 동안 국회에서 인사청문을 받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62)의 비리 의혹은 본인이 공식 해명자료를 내놓은 것만 20건이 넘는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이 중에서도 공금 유용 문제를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20일 "자진 사퇴하지 않고 청문회가 진행된다면 판도라의 상자인 특정업무경비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정업무경비는 수사·감사·예산·조사 등 특정업무 수행에 소요되는 실경비를 충당하기 위한 현금이라고 기획재정부 지침에 나와 있다. 특히 업무추진비 용도로 쓸 수 없으며, 증빙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2006년 헌재는 이 돈을 쓰고도 헌법재판활동비·재판부운영비라고만 적었다가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2006년은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취임한 해이다.

헌재의 2013년 특정업무경비는 10억여원이다. 주로 소장이 집행한다. 헌법재판관들도 1인당 2000만원 정도씩 쓴다. 이 후보자의 경우 씀씀이가 커서 헌법재판관 재임 6년 동안 수억원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특정업무경비를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 밝히지 않고 않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가 입증하지 못하고 있는 재산 증가 내역이 이 부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재판관 6년 동안 6억9821만원을 받았는데, 예금이 5억2737만원 늘었다. 같은 기간 지출은 9억원 이상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 마련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장에 20일 '공직후보자'라는 명패가 놓여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

(2) 동료들 제보 많고 해명은 사실과 달라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 후보자의 약점은 의혹이 많다는 게 아니라 (헌재와 법원 내 인사들의) 제보가 많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이 후보자의 좋지 않은 행적을 공개하거나 제보한 사람은 대부분 같은 법원에 근무했거나 헌재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다. 지난주 이 후보자가 "업무추진비를 주말에 연구관들과 썼다"고 해명하자, 당장 헌재 연구관들은 "그런 적이 없다"고 반박한 것이 이런 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최근 논란은) 과거 함께 근무한 판사와 연구관 등 내부에서 나온 얘기다. 품성과 자질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과거 어느 후보가 이렇게 문제가 많았느냐"고 했다. 주변에서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 소장으로서는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다.

해명이 사실과 차이가 있으면서 도덕성 논란도 일고 있다. 이 후보자는 최근 제기된 의혹 가운데 부인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부인했다. 가령 자신의 개인 짐을 헌재에 두고 나오면서 "어차피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에 대해 "짐을 두고 온 것은 맞지만, 도서관 측에서 권유했고 돌아온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도서관 측은 "이 후보자 외에 짐을 맡긴 재판관도 없고, 다른 재판관에게 그런 제안을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의 해명을 반박한 것이다. 헌법연구관들도 "이 후보자가 도서과장에게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의혹에 대한 불투명한 해명은 나머지 발언의 신빙성까지 모두 무너뜨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

(3) 'BBK 특검' 위헌 의견… 약자 외면, 강자 옹호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시절 낸 '친일 성향' 의견 등 일부 의견 때문에 비난받고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몇몇 사례보다는 (결정) 성향을 보라"고 말한다. 일부 사례에서 드러나는 것보다 전체적으로 보면 문제가 더 크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헌재 역사상 가장 많은 합헌 의견을 냈다. 헌법재판은 다수인 입법부가 만든 법이나 대통령이 시행한 정책을 소수의 입장에서 심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상당수 상황에서 합헌 의견을 냄으로써 다수의 이익을 대변했다. 소수 의견을 낸 것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수사를 위한 'BBK특검법'에 대한 위헌 의견, 한나라당이 국회의장의 사학법 처리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권한쟁의에 대한 인용 의견 등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의식해 특정 사건을 고의로 지연시켰다는 의혹도 나온다. 대법원은 2010년 12월 유신헌법의 긴급조치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는 법률에 대한 헌재의 위헌 심사권을 가로챈 것이라, 학계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당시 이강국 소장은 격노하며 집중연구를 지시했다. 당시 주심이 이 후보자였는데, 그는 소장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9월 퇴임 때까지 평의에 붙이지 않고 퇴임해버렸다. 일부에서는 이 후보자가 대선을 앞두고 박 당선인을 의식해 사건을 지연시킨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

(4) 의혹 사실로 판명 땐 헌재 신뢰성에도 악영향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이 후보자가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청문회 대상이 아니라 검찰 고발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미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부적격이 드러난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 들어가기 전에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한 민주당의 입장으로 볼 때 이 후보가 인사청문회를 원만하게 치르기는 힘들어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하루도 아니고 이틀간 진행되는 청문회에서 수많은 의혹에 흔들림 없이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사청문회가 어떤 형태로 끝나더라도 이 후보는 '국회 동의'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그런데 헌재소장에 대한 인사동의는 전자투표가 아니라 종이로 된 투표용지에 직접 찬반을 표시해야 한다. 시간도 최소한 1시간30분이 걸린다. 여당으로서는 날치기 통과가 어렵고, 야당으로서는 국회 부동의를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자칫 정국이 이 후보자 동의를 놓고 정면충돌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이 헌재에 줄 악영향이다. 헌재가 입을 상처가 너무 크다. 이 후보자를 향한 비난이 헌재와 헌재 결정의 신뢰에까지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또 새 헌재소장 임명이 늦어지면 소장 공백으로 헌재 기능이 약화될 우려도 있다. 이강국 소장은 21일 퇴임한다. 민주당 측은 가급적 빨리 후보 철회를 할 수 있도록 임명권자를 박근혜 당선인이 아닌 이명박 대통령으로 확실히 해 박 당선인의 퇴로를 터준다는 전략이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터뷰 동영상 보기

< 심혜리 기자 grace@kyunghyang.com >

< 이범준·심혜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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