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떨어지면 다 죽는다" 택배비 오른다

현대로지스틱스, 500원 이상 인상..택배업체 인상 대열 동참할 듯

[머니투데이 김태은기자][현대로지스틱스, 500원 이상 인상…택배업체 인상 대열 동참할 듯]

택배비 인상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국내 택배업계 2위업체인 현대로지스틱스가 업계 최초로 택배단가 인상을 결정한 것이다. 가격인상을 더 이상 미루면 택배업계 전체가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인상 움직임은 전 택배업계로 확산될 조짐이다.

현대로지스틱스는 20일 택배 단가를 최소 500원 이상 인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택배 단가가 유류비조차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택배기사들과 협력업체들이 운영난과 생활고로 존폐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이 단가 인상의 주 이유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최소 500원 이상은 인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로지스틱스 관계자는 "과당경쟁과 악화된 수익구조로 신규 인력충원도 안되는 상황"이라며 "운임 인상으로 택배기사와 대리점의 수익이 개선돼야 더 나은 택배서비스가 제공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로지스틱스가 운임 인상에 앞장서면서 다른 대형 택배업체들도 인상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관측된다. 택배 서비스가 국내에 도입된 후 추락을 거듭한 택배 단가 때문에 택배업계 전체가 한계상황에 다다랐다는 것이 택배업체들의 지적이다.

특히 최근 택배기사 인력난으로 배송 지연이 가중되자 택배 운임 인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감이 커진 것도 이번 운임 인상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연말부터 경기도 남양주를 비롯, 일부지역의 택배 기사들이 과도한 업무 강도와 열악한 처우를 견디지 못하고 대거 이탈했다. 이로 인해 배송 지연이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이 커졌다.

택배업계는 "택배업계 종사자들의 근로환경 개선과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택배 단가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택배비 인상이 우선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택배업계는 2000년 2억5000만 상자에서 2012년 14억6000만 상자로 물량이 480% 성장했다. 그러나 2005년부터 택배업체들이 난립하면서 과당경쟁이 벌어져 택배평균단가는 3500원에서 2362원으로 하락했다.

택배비의 과도한 하락은 개인 사업자로 등록된 택배기사들의 근로 여건을 악화시켰다. 택배기사가 얻는 수익은 배송 물량 한건당 700~1000원이다. 차량 운영비와 핸드폰 요금 등 일체의 경비를 제하고 나면 실제 손에 쥐게 되는 순수입은 월 150만~200만원에 그친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일이 힘들고 돈벌이가 힘드니 한달 이내에 포기하는 택배기사가 태반이고 신규 택배기사 지원자도 거의 없다"며 "인력 공백이 쉽게 메워지지 않다보니 배송 지연 사태가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노영돈 현대로지스틱스 대표이사는 "택배종사자와 고객과의 상생을 위한 결정으로 고사직전의 택배업계를 살리고 장기적으로는 유통산업 발전과 택배 서비스의 품질을 한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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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태은기자 ta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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