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대기서 내려온 박세리·박태환..스폰서란?

2013. 1. 2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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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 한동안 '무적선수'로 지내던 박세리는 KDB금융이라는 든든한 후원사를 맞이하게 됐다. ⓒ SBS

프로골퍼 박세리가 지난 7일 SBS TV 토크쇼 '힐링캠프'에 출연, 2011년 스폰서가 없던 자신에게 손을 내민 새 스폰서 KDB금융그룹 강만수 회장과의 인연을 떠올리며 감사의 메시지를 전해 눈길을 모았다.

박세리는 지난 2011년 9월 5일 KDB금융그룹과의 후원 조인식에 참석해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박세리는 MC 이경규가 당시 눈물의 의미를 묻자 당시 KDB금융 강 회장이 자신에게 건넸던 말을 털어 놓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에서 수많은 한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LPGA 투어를 주름잡게 되기까지 박세리와 같은 선구자적인 선수의 노력과 성과가 큰 힘이 됐는데 최근 성적이 좀 좋지 않다고 해서 박세리와 같은 선수를 외면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 회장이 말했다는 것.

박세리는 구제금융 사태로 온 나라가 어려움에 처하고 국민들이 실의에 빠져 있던 1990년대 말, 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맥도널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역시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맨발로 물속에 들어가 샷을 날리는 투혼을 발휘, 한국선수로는 최초로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등 눈부신 우승 퍼레이드를 펼쳐 '희망의 아이콘'이 됐다.

하지만 이후 소위 '박세리 키즈'로 불리는 후배들이 LPGA 무대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박세리 우승 소식은 뜸해졌고, 그 많던 스폰서들은 하나둘 박세리 곁을 떠나갔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2000년 중반부터 박세리는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고, 어느 순간 천하의 박세리는 스폰서 없는 선수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렇게 한동안 '무적선수'로 지내던 박세리는 KDB금융이라는 든든한 후원사를 맞이하게 됐다. 그리고 후원 조인식 이후 가진 기자회견 도중 박세리는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박세리는 눈물을 쏟은 이유에 대해 "그동안 많은 후원 계약을 맺었지만 이번에는 조건을 떠나 대한민국의 딸로서 우리나라가 든든하게 후원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그로부터 1년 후 박세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KDB대우증권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KDB금융 강 회장은 박세리 우승소식에 어린아이처럼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선수의 현재 가치는 물론 그 동안의 성과와 그 의미를 제대로 평가한 스폰서 덕에 슬럼프에 빠져 있던 선수가 재기의 힘을 얻고 마침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함과 동시에 스폰서에게도 막대한 홍보효과를 가져다 준 모범적인 사례다.

◇ 식지 않은 인기에도 박태환은 아직 후원사를 구하지 못한 상태다. ⓒ 연합뉴스

지난 14일 '마린보이' 박태환이 전지훈련을 위해 호주로 떠났다. 수많은 취재진의 취재경쟁과 팬들의 사인공세는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이날의 박태환을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는 걱정이 뚝뚝 묻어났다.

이날 확인된 것처럼 식지 않은 인기에도 박태환은 아직 후원사를 구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9월말 박태환은 2007년 7월부터 훈련을 지원하던 SK텔레콤과의 후원 계약이 끝났다. 이후 새로운 후원사를 구하지 못했다. 박태근 코치와 손석배 지원팀장, 이인호 체력 담당 트레이너로 구성된 전담팀도 본인 스스로 꾸렸다. 박태환은 이번 전지훈련에 들어가는 약 1억원의 비용도 본인이 모두 부담했다.

박태환은 후원사가 없는 현 상황에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으려는 모습이지만,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금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박태환 본인은 물론 그를 아끼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다.

사실 박태환이 현재까지 새 후원사를 찾지 못한 것은 그가 작년 런던올림픽에서 선수로서 '세계 최고'라는 이미지를 지켜내지 못한 이유도 있다.

박태환이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재앙과도 같은 실격 판정을 받았다가 판정이 번복되는 우여곡절 속에도 은메달을 따내는 저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다른 종목에서는 라이벌들에게 열세를 드러냈고, 중국 수영의 간판 쑨양에게 전반적으로 뒤지는 경기력을 보여줬던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모습을 볼 때 박태환이 올 가을에 있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쑨양과의 경쟁에서 어느 종목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보이기 어렵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이는 결국 박태환을 통해 '세계 최고'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은 잠재적 후원사들 입장에서는 박태환에 대한 후원을 선뜻 결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선수 최초 세계선수권 우승과 올림픽 금메달 획득, 그리고 아시안게임 2회 연속 3관왕이라는 박태환의 위업이 수영계는 물론 한국 스포츠 전반에 준 긍정적 영향을 떠올릴 때, 기업들이 그를 외면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현실은 참으로 아쉽고 안타깝다.

박태환을 후원한다는 것은 그가 그 동안 한국 수영을 세계에 알리고 수많은 수영 유망주들을 배출하는 데 기여한 업적을 후원하는 것이요, 앞으로 박태환이 도전할 수많은 일들을 응원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후원의 의미와 가치가 충분하다.

박태환은 호주로 전지훈련을 떠나기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후원사가 없는 현 상황에 대해 "조만간 (후원사가)나타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의존하지 않고 훈련에 매진하겠다. 열심히 하다 보면 그쪽에서도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속한 시일 안에 새로운 후원사가 박태환의 새로운 도전에 힘을 실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스포츠 객원기자-넷포터 지원하기 김태훈 기자[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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