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해킹 번복 얼빠진 인수위 관련자 엄중문책하라"

오남석기자 2013. 1. 1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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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해킹 번복' 한심한 행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7일 인수위 기자실 인터넷 서버에 대한 북한 측의 해킹 사실이 포착됐다고 밝혔다가 번복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보였다. 인수위가 북의 해킹에 노출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상당수의 국민들에게 전달된 상황에서 인수위가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발을 빼는 바람에 인수위 출입기자들은 물론 많은 국민들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이를 '국가 망신 사태'로 규정하고 관련자 문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46분부터 약 6시간 동안 이어진 '북한의 인수위 해킹 시도 논란' 해프닝은 시작부터 진행 과정,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문제투성이였다.

오전 9시 46분쯤 이원기 대변인실장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본관 2층에 차려진 공동기자회견장에 찾아와 "정보당국이 인수위 전체에 대해 보안점검을 실시했는데 기자실 쪽에서 일부 북한 측에 해킹당한 흔적이 포착됐다"고 전하면서 '소동'이 시작됐다.

9시 48분부터 통신사와 인터넷 언론사들이 이 소식을 긴급 뉴스로 쏟아냈다. 10시 30분 정례 브리핑을 마친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기자들과의 비공식 간담회에서 '해킹에 대해 전혀 모르냐'는 질문에 "알고 있는데 제가 정리를 좀 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잠시 뒤인 10시 56분쯤 이 실장이 다시 기자들을 찾아와 "해킹 가능성 이야기를 듣고 기자실이 노출이 많이 되니까 언론인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차원에서 아까 말씀드렸다"며 딴소리를 했다.

오전 11시 15분쯤 임종훈 인수위 행정실장은 '신문 인쇄 직전인데, 북한의 해킹 시도가 있었다는 기사를 빼야 하느냐'는 기자의 휴대전화 문자 질문에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는 느낌이다. 1주일 이상 전의 일이다"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해킹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상황은 오후 들어 돌변했다. 오후 3시 35분쯤 윤 대변인이 공식 브리핑에서 "기자실은 해킹 시도 등에 취약한 게 사실"이라며 "보안당국의 당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기자실에 대한 해킹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저희는 알 수가 없다. 이는 보안당국에서만 알 수 있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과정도 석연치 않았다. 임 실장은 브리핑 뒤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소한 북측의 해킹 시도는 확인됐다는 게 오전의 입장이었는데, 왜 오후엔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보도가 나간 뒤 보안당국에서 '저희는 그렇게(북의 해킹 시도가 있었다고) 얘기한 적 없다'고 하고 있다. 나는 그렇게 이해했는데 저쪽에선 아니라고 한다. 해킹이 있었는지 아는 것은 저쪽이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소동이 보안당국과 인수위 중 어느 한 쪽의 '과잉 대응'에서 촉발된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전말은 역시 이번에도 명쾌히 밝혀지지 않은 셈이다.

오남석·박정경 기자 greentea@munhwa.com

'북한 해킹' 해프닝 관련 시간대별 발언

― 17일 오전 9시 46분이원기 대변인실장

"정보당국이 인수위 전체에 대해 보안점검을 실시했는데 기자실 쪽에서 일부 북한 측에 해킹당한 흔적이 포착됐다."

― 10시 50분쯤윤창중 대변인

(해킹에 대해 모르느냐는 질문에)"알고 있는데 제가 정리를 좀 해서 말씀드리겠다."

― 10시 56분이원기 대변인실장

"해킹 가능성 이야기를 듣고 기자실이 노출이 많이 되니까 언론인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차원에서 아까 말씀드렸다."

― 11시 15분쯤임종훈 행정실장

(북한의 해킹 시도가 있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빼야 하느냐는 질문에)"1주일 이상 전의 일이다."

― 오후 3시 35분쯤윤창중 대변인

"인수위 기자실은 해킹 시도 등에 취약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보안당국이 기자 여러분에게 백신 사용하고 패스워드 자주 교체하도록 당부해줄 것을 요청해왔다. 이런 내용 전달 과정에서 일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 오후 3시 35분쯤임종훈 행정실장

"인수위 입장에서는 기자실에 대해 해킹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보안당국에서만 알고 있는 사안이다."

― 오후 5시 20분임종훈 행정실장

(오전과 오후에 말이 바뀐 이유를 묻는 질문에)"보도가 나간 뒤 보안당국에서 '저희는 그렇게(북의 해킹 시도가 있었다고) 얘기한 적 없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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