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자택 정치' 한달..인수위 회의 딱 1번 참석

2013. 1. 1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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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통령 당선 뒤 1개월 깊어보니

대부분 집 머물며 정국 구상조각·인선 큰그림 혼자 결정"당선인 사무실은 절간 같아"측근들 "누구 만나는지 몰라"오류 수정·책임정치 어려워국정운영 불통 이어질 우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8일로 당선 한달째를 맞는다. 박 당선인은 이 기간 동안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준 전임 당선인들과 달리 외교사절 접견과 연말 민생현장 방문 등 최소한의 일정만 소화하고 있다. 언론 접촉도 않고,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정국을 구상하고 있는지도 알기 어렵다. 측근들은 '취임 전까진 현 정부의 마무리를 돕고 배려하는 게 중요하다'는 박 당선인의 생각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일부에선 박 당선인의 지나친 '밀실 행보'가 정부 출범 이후에도 토론과 소통이 없는 '밀실 국정운영'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박 당선인의 '방콕' 정치박 당선인은 지금껏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단 두 번 방문했다. 인수위원들은 첫날 현판식과 다음날 전체회의에서만 박 당선인을 볼 수 있었다. 박 당선인은 지난주부터 진행된 정부 업무보고 내용도 따로 보고받지 않고, 진행 상황 등만 간단히 전달받는다고 한다. 당선인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통의동 비서실에도 외교사절 접견 때를 제외하면 출근하지 않는다. 비서실 사람들은 "여긴 늘 절간 같다", "적막강산", "너무 사람이 없어 말 한마디 하면 울린다"고 전했다.

앞선 대통령들의 인수위 시절과 비교하면 더 또렷하게 대비된다. 노무현 당선인은 인수위 출범 직후부터 매주 전체회의를 직접 주재했고, 간사단 회의는 물론 분과위별 정책간담회도 직접 나서는 의욕을 보였다. 업무보고를 받은 뒤에는 직접 각 부처 공무원들을 참석시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이명박 당선인도 매일 새벽 인수위에 출근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간담회에 직접 나서 화제를 모을 만한 발언도 많았다. 정부 규제가 기업활동의 장애로 작용하는 사례를 지적했던 '전봇대 발언'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박 당선인은 인수위 출범 이후 채용박람회 등 5차례의 외부 행사에 참석한 것을 제외하면 인수위에도 나오지 않은 채 '그림자 행보'를 하고 있다. 이전 당선인들과 달리, 취임식 전에는 언론 인터뷰나 기자회견 계획도 없다.

박 당선인이 가장 오래 시간을 보내는 곳은 서울 삼성동 자택이다. 핵심 측근들은 "모든 업무를 집에서 한다. 과거 대표 시절에도 그랬듯, 집에서 필요한 전화를 하고 자료를 살펴본다"고 전했다. "사람들은 흔히 (박 당선인이) 청와대 가면 외로움을 느낄 것이라 생각하지만, 수십년 집에서 혼자 지내온 게 익숙해 별문제 없다"고 측근들이 전할 정도다. 박 당선인은 집에 사람도 잘 들이지 않고, 박 당선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 수 있는 측근도 한정돼 있다.

조각 구상, 인사 검증도 나홀로?"인선 작업을 어디서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혼자 할 것이다." 국무위원 및 청와대 참모진 발표가 코앞이지만, 박 당선인과 대선 때 호흡을 맞췄던 핵심 참모들조차 이렇게 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당선인이 누구와 어디서 인사 작업을 하고, 사람들을 검증하는지 외부에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선 '따로 운영되는 비선팀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그를 오랫동안 봐왔던 인사들은 '박 당선인 혼자 할 것'이라고 본다. 필요한 경우, 입이 무겁고 믿을 만한 참모를 활용할 순 있어도, 인사의 전체적인 '그림'은 박 당선인만 알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조직 개편안 마련 과정에서 박 당선인의 이런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됐다. 조직개편안을 준비했던 국정기획조정분과 유민봉 간사는 인수위 출범 전부터 박 당선인 지시로 조직개편을 준비했다. 실제 조직개편안은 유 간사와 옥동석, 강석훈 위원 셋만 관여했다. 이들은 인수위 인근에 사무실을 따로 얻어 일을 했고, 옥동석 위원의 경우는 인수위에 나오지 않고 조직개편에만 매달렸다.

소통 없는 국정운영 우려 높아져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수위처럼 공식적인 기구는 허수아비 조직으로 전락하고, 외부는 물론 새누리당과 인수위 내부에서조차 중요한 의사결정이 어떤 과정을 통해 진행되는지 모르는 수준이 돼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소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더라도 총의를 모아가고 이견을 설득하는 '민주주의 원리'마저 무시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박 당선인이 과정의 번잡함을 싫어하고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한 효율성을 선호한다는 면에서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닮았다. 하지만 지금은 공개와 소통, 협치가 중요한 시대인데, 다소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밀실주의'는 판단 과정의 작은 실수를 치명적인 사태로 키울 위험도 안고 있다. 무엇이든 한번 정하면 좀체 결정을 번복하지 않는 박 당선인의 스타일 때문이다. 이는 자신의 실수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으려는 박 당선인의 개인적 특성과 맞물린다. 소통 없는 밀실에서의 결정은 오류가 있을 수 있는데, 일단 한번 정해져 외부로 공개된 것은 뒤늦게 바로잡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책임 정치'도 불가능해진다. 누가 결정하는지 모르니, 어디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우려다. 이는 결국 박 당선인의 의도와는 반대로, 사소한 부분까지 모든 책임을 박 당선인 혼자 다 짊어져야 하는 상황을 만든다. 한 친박 인사는 "예를 들어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에 대한 비판이 거센데, 윤 대변인을 천거한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니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공식 라인이 가동되지 않으니까,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을 때 어디서부터 뭘 바로잡아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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