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일만에 공개된 울산 침몰작업선 희생자의 카톡

2013. 1. 1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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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죽어야겠네'..근로자 장기호씨, 사고 직전 친구와 대화

'누가 죽어야겠네'…근로자 장기호씨, 사고 직전 친구와 대화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또 누구 하나 죽어야겠네….' '야 그런 말 하지 마라.'

지난달 14일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석정 36호 침몰사고의 희생자 고(故) 장기호(32)씨가 사고 직전 친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다.

17일 유족들은 장씨와 친구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연합뉴스에 공개했다. 친구로부터 받은 휴대전화 대화 화면을 지우지 못하고 그동안 간직해온 것이다.

카톡 대화에서 친구는 장씨의 끔찍한 말을 서둘러 막았지만, 그 말은 끝내 현실이 돼버렸다.

사고 당일 울산 앞바다의 울산신항 북방파제 3공구 공사현장. 낮 12시에 장씨는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피항 간다.'

배가 철수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전날 오후에 풍랑주의보가 예보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6시간 후 대화내용은 뜻밖이다.

장씨는 '짜증 난다'고 했고, 친구는 '답답하다. 날씨 예보가 있었으면 배를 빼야지. 14일 날씨 안 좋아진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더니만 버티다가 꼴 좋다'고 답했다.

장씨와 친구는 회사의 안이한 대응을 꼬집고 있었다.

장씨는 '작업 끝나고 보니 이미 늦었더라'고 답했다. 회사가 근로자들의 안전보다 작업 강행을 택한 것이다.

친구가 서둘러 배를 철수하지 않은 현장책임자를 원망하는 말을 하자, 장씨는 '감리가 있어서 그것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하청업체의 현장책임자가 감리의 눈치를 보느라 피항이 늦었다는 뜻이다.

사고가 발생하기 정확히 1시간 전인 오후 6시10분. 장씨는 '이렇게 심한데 피항계획도 말 안 해주고…'라고 했다.

친구가 '(회사가)공사를 빨리 끝내고 싶었겠지'라며 화제를 바꾸자, 장씨는 '또 누구 하나 죽어야겠네'라는 말을 뱉었다.

이후 장씨는 '너울이 들어오려면 오후 9시부터 새벽 0시는 돼야 한다는데, 벌써 장난 아니다. 걱정이다' '너무 불안하다. 예인선도 파도가 심해서 못 온단다' '(1층)식당 문 걸어 잠가서 밥도 못 먹었다'는 말을 연달아 쏟아냈다.

흔들리는 배 안에서 바깥 상황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내기도 했다.

오후 7시6분 장씨는 '긴급대피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친구가 '왜? 앵커(닻) 터졌나?'고 물었지만 더 이상 답은 없었다. 정확히 4분 후 석정 36호는 가라앉았다.

사고 직후 실종된 장씨는 지난 10일 주검으로 돌아왔다. 실종 27일 만에, 실종자 중 가장 마지막으로 가족 곁으로 왔다.

유족들은 아직 공사 원청업체인 한라건설과 사망에 대한 보상 협의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 15일 한라건설 대표 등 공사 관리에 책임이 있는 3명을 검찰에 고소했다.

장씨의 어머니인 진정숙(56)씨는 "법적인 조치나 카톡 대화내용 공개 등을 두고 '결국 협상을 위한 카드가 아니냐'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동안 아무도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었던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진씨는 "아들이 무언가를 예감하고 '누구 하나 죽어야겠네'라는 말을 한 것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결국 흐느꼈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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