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내부서도 "헌재 신뢰성 타격" 이동흡 사퇴 목소리 커져

이범준 기자 2013. 1. 17. 00: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온갖 비리 의혹에 오래 끌수록 재판과 국가에 악영향"일부 재판관 "어차피 될 텐데 제 얼굴에 침 뱉지 마라"

헌법재판소 내부에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62)가 하루빨리 사퇴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온갖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이 후보자가 계속 버티고 있으면 국민들의 비난이 헌재에 직접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헌재 관계자들은 헌재의 도덕적 신뢰가 무너지면서 헌법재판까지 무력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헌법재판관들은 헌법연구관들에게 "이동흡 소장이 어차피 임명될 텐데 제 얼굴에 침 뱉는 발언을 삼가라"며 '입막음'을 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연구관들의 발언을 통제하겠다는 것은 위헌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재직 당시 재판관석에 앉아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헌재 관계자는 16일 "언론 보도를 보니 새누리당에서 다음달 조각 때까지 이 후보자를 끌고 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론의 비난을 받는 이 후보자를 다른 장관 후보자들의 방패막이로 쓸 것 같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그렇게 오래 끌어 낙마시키면 그 사이에 헌재는 만신창이가 될 것"이라며 "이 후보자가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 후보자의 비리가 사소한 것까지 무수히 드러나면서 주변에서 '이런 사람이 6년 동안이나 헌법재판을 했느냐'는 얘기를 듣는다"며 "이 후보자에 대한 불신이 헌재의 결정에까지 미칠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이 후보자가 소장으로 부적합하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이상해졌다는 느낌이 든다"며 "헌재가 어떻게 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제 이 후보자는 스스로 판단해서 깨끗하게 사퇴해야 한다. 시간을 끌수록 자신은 물론 헌재와 국가에까지 악영향을 끼치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헌재와 경쟁관계인 대법원에서는 이 후보자가 상처를 입은 채 헌재소장에 임명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대법원은 헌재를 흡수하기를 원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으로서는 이 후보자가 지금 정도의 결함이 드러난 상태에서 소장이 되기를 바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자진사퇴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일부 헌법재판관은 헌법연구관 등 헌재 관계자들이 외부에 발언하는 것을 차단하려 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헌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헌법재판관 2명이 연구관들에게 언론에 함부로 발언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했다. 두 사람은 "이동흡 소장(후보자)이 어차피 되실 텐데 제 얼굴에 침 뱉는 발언을 삼가라"고 말했다. 재판관들은 최근 들어 이동흡 후보자를 '소장'으로, 현직 소장은 '이강국 소장'으로 부르고 있다. 이 후보자를 이미 취임한 것처럼 부르고 있는 셈이다.

두 재판관이 언론통제에 나선 것은 지난주 경향신문이 '구내에서 출판기념회' '헌재에 개인짐 보관' '공용차 논란' 등을 보도한 직후였다. 하지만 지난 14일 '삼성 협찬' 보도가 나오면서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나빠진 이후로는 새로운 발언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헌재의 재판관이 연구관들의 생각과 발언까지 통제하겠다는 것은 위헌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6년간 이 후보자가 소속돼 있던 헌재에서 적극적으로 평가에 나서지는 못할망정 줄을 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헌재 관계자는 "외부의 검증도 필요하지만, 가까이서 본 내부의 판단도 중요하다"며 "내부 관계자들의 평가를 막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